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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30일 목요일 지금 듣고 계신 이 노래는+ 음악에세이 대본

 

 

M   Christmas Song / Celine Dion

캐나다 출신의 팝 가수 'Celine Dion'의 1993년 발표한 노래. 크리스마스의 정경을 아름답게 그린 캐롤송의 명곡. 오리지널은 재즈 보컬의 한 획을 그었던 멜 토메가 1946년 발표했고, 1950년 냇 킹 콜이 노래해서 잘 알려진 곡.

 

Chestnuts roasting on an open fire,

Jack Frost nipping at your nose,

Yuletide carols being sung by a choir

And folks dressed up like eskimos.

Ev'ry body knows a turkey

And some mistletoe help to make the season bright.

Tiny tots with their eyes all aglow

will find it hard to sleep tonight.

모닥불에서 구어 지는 밤들

코를 얼어붙게 하는 서릿발

성가대가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들과

에스키모처럼 차려입은 사람들.

칠면조 한 마리와 겨우살이 장식 몇 개가

이 계절을 멋지게 해 준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꼬마들은 모두 흥분한 눈들이어서

오늘밤은 쉽게 잠들기 어렵다는 걸 알겠지.

 

 

They know that Santa's on his way;

He's loaded lots of toys and goodies on his sleigh

And ev'ry mother's child is gonna spy to see

if reindeer really know how to fly.

And so, I'm offering this simple phrase to kids

from one to ninety two.

Altho' It's been said many times, many ways:

"Merry Christmas to you."

사람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여행 중임을 다들 알아요.

산타할아버지는 많은 장난감과 맛있는 것들을 썰매에 실었는데

아이들은 모두 다 순록이 정말로 하늘을 날줄 아는지 숨어서 살펴봐요.

그래서 나는 이 한 말씀을 두 살배기 아기에서

아흔 두 살의 할아버지에게까지 권하고 있다네.

수없이 많이, 수많은 방식으로 말해져왔지만

"즐거운 성탄 축하해요."

 

 

M   Blue Christmas / JK 김동욱

 크리스마스 시즌 때 발표된 곡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분위기 있게 불렀음.

 

 

음악에세이

 

165화 슬픔이 기쁨에게

 

M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미국 출신의 남성 팝 가수 '댄 포겔버그'의 1987년 작품. 떠난 연인을 다시 보고 싶다는 내용의 곡으로 댄 포겔버그의 애조띤 보컬이 일품인 노래.

 

M   A Matter Of Time / Lysdal

 덴마크 출신의 팝 가수로 최근 우리 영화 '주홍글씨'에 삽입된 노래.

 

M   Fields Of Gold / Sting

 영국 출신의 지성파 가수 '스팅'의 1993년 작품. 인생의 깊이를 담은 노래로 스팅의 짙은 분위기의 보컬이 일품.

 

M   Heaven / Bryan Adams

 캐나다 출신의 록 가수. 첫 번째 No.1 송으로 1985년 2주 동안 정상을 기록.

 

M   거리에서 / 동물원

 1988년 발표곡으로 김광석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일품인 노래.

 

M   We're all alone / Boz Scaggs

미국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로 1976년 그의 명반 'Silk Degrees'에 수록.

인기 차트엔 오르지 못했지만 이듬해인 1977년 리타 쿨리지가 리메이크해 싱글 차트 7위 기록.

 

M   Eg Ser / Sissel

 

M   미안해요 / 김건모

 김건모 7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

 

M   My Love / 이현욱

 2000년 MBC 드라마 신귀공자의 주제가.

 

M   Smile / Rod Stewart

 최근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로 로드 스튜어트가 2003년 발표한 노래.

 

M   Songbird / Chris De Burgh

 에바 캐시디의 곡을 크리스 디 버그가 2004년 리메이크했음. 서정적인 멜로디와 애조띤 분위기의 보컬이 일품인 노래.

 

M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여성 록 가수로 90년대 중반 발표곡. KBS 드라마 '첫 사랑'에 삽입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M   In Assenza Di Te(그대 없이) / Laura Pausini

 

M   사노라면 / 들국화

 전인권, 허성욱이 만든 1987년 작품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

 

M   Palace Of Versailles / Al Stewart

 영국 출신의 록 가수 '알 스튜어트'의 1978년 작품.

 

M   Prayer / Andrea Bocelli & Sarah Brightman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1999년 작품.

M   All Out Of Love / Julienne Taylor

 스코틀랜드 출신의 팝 가수로 2004년 작품.

 

M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65   화 - 슬픔이 기쁨에게

 

(M)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E) 자동차 빵빵거리는 소리들과 술 취한 사람들의 소리

남  연말은 연말이다

    불황이다 뭐다 해도

    사람들은 할 건 다 한다

    고기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고 2차를 가고 3차를 가고....

    지갑에서 빳빳한 지폐가 나오고 금빛 카드가 나온다

    저들에겐 왜 저렇게 돈이 많을까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면 저렇게 돈이 많을까

    나는 낮에는 정수기를 팔고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한다

    24시간 중 15시간 동안 일을 하는 내 지갑 속은

    왜 텅 비어 있을까...

    그 정도로는... 부족한 걸까...

(M) A Matter Of Time / Lysdal

 

남  몇개월 전, 다니던 은행에서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해야 했다

    말이 좋아 명예 퇴직이지

    하나도 명예스럽지 않은 퇴직이었다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여  (잠기 어린) 왜 이렇게 늦었어...

남  어... 회식 하느라...

여  술도 안 먹은 것 같은데?

남  그냥...

여  (하품하고) 내일 일찍 출근하려면 얼른 자

남  ......... 그래야지... 출근... 하려면....

 

남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것...

    출근할 곳이 없다는 것....

    날 기다려 줄 곳이 없다는 것....

    난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M) Fields Of Gold / Sting

 

(E) 옷장 문 열어서 뭔가 주는

여  넥타이.. 이거 매고 가

남  .... 그럴까?

여  (뿌듯) 잘 어울리네. 와인색 매니까 꼭 30대같네~~

 

남  당장 아이들 학비가 문제였다

    아내에게 몇 번이나 사실을 얘기하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  .... 왜 그렇게 봐? 뭐 할 말 있어?

남  어? 아...니....

여  얼른 가. 늦겠다.

남  그래....

(E) 대문 닫고 나가는 + 걸어가는

 

남  그날 난 동네를 서너바퀴 쯤 돌다가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한바퀴 돌았다

    그래도 시간이 가지 않아

    길고 긴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다리를 반쯤 지났을 때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이

    너무 파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M) Heaven / Bryan Adams

 

(E)밥 먹는 소리

여  여보. 이번달에 보너스 나오지?

남  어? 아..안나올걸...

여  왜?

남  .... 요새 회사 사정이 좀 어려워서...

여  아무리 어려워도 그렇지! 지금까진 한번도 이런 적 없었잖아!

남  (괜히 찔려서 버럭) 그래서 뭐!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거야?

    내가 뭐... 보너스 떼먹으려고 회사 핑계 대는 것 같애?

여  (약간 미안해져서) ... 누가 그렇대?

(E) 숟가락 탁 놓고 일어나는

여  왜... 그만 먹게?

남  밥 생각 없어졌어.

(E)나가는

 

남  월급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분간은 퇴직금으로 어떻게 해본다고 해도

    계속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어렵게 구한 일이

    정수기 판매하는 일과 대리운전이었다

(M) 거리에서 / 동물원

 

(E) 차 빵빵 + 취객들 소리

남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며 정수기를 파는 일도 힘들었지만

    술에 취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대리 운전은 더 힘들었다

 

(E) 차 문 닫히고 + 취해서 뭐라고 헛소리하는 취객 소리

남  손님. 이촌동이라 그러셨죠? 동부 이촌동 말씀하세요 서부 이촌동 말씀하세요?

    (대답 없고) 손님...!

(E)드르렁 코 고는 소리

남  (좀 더 큰 소리로) 저 손님!!! 말씀을 하셔야 차를 움직이죠

(E)딱 머리 때리는 소리 + 취객 '자식이... 자는데 시끄럽게 하고 있어!!' 어쩌고... 헛소리...

 

남  나보다 스무살은 어려 보이는 사람들에게

    쌍소리를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이유 없이 뒷통수를 얻어맞기도 했다

    밤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그렇게 일해도

    사납금이며 이동 비용 핸드폰 요금 등을 빼고 나면

    3만원 벌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번 돈 3만원에서 1원도 쓰기가 아까워

    일이 끝나면 집까지 걸어가기 일쑤였다

    찬바람에 귀가 얼얼해지고 다리에 경련이 날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M)     We're all alone / Boz Scaggs

 

(E) 열쇠로 문 열고 들어가는

여  (버럭) 당신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남  (피곤) 안자고 있었어?

여  오늘은 왜 늦었는데? 회식이야? 야근이야?

남  ...... 정식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구.. 갑자기 연락이 왔더라구

여  (기막힌) 정식씨 아버님은 두 번씩 돌아가셔?

남  (당황) 어?

여  지난달에도 돌아가셨다며?!

남  .....

여  무슨 일이야?

남  .....

여  당신... 여자 생겼어?

(M) Eg Ser / Sissel

 

남  너무 기가 막혀 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여  왜 대답을 못하는데? (사이) 맞구나?

남  .... 말이 되는 소릴 해

여  왜 말이 안돼? 요즘 당신 갖다주는 생활비도 확 줄었고

    날마다 새벽 3시 넘어야 집에 들어와. 남자가 돈 쓰고 시간 쓰는 게

    딴 여자밖에 더 있어?

남  나 당신 남편이야

여  뭐?

남  20년을 같이 살아놓고... 당신 남편 얼굴 보면... 몰라?

여  ......?

남  지금 내 얼굴이.... 다른 여자 만들어놓고, 희희낙락 놀러 다니는 얼굴이야?

여  ............!

    

남  지금 내 꼴을 보라고...

    택시값을 아끼려고 매일 밤 찬바람을 맞아

    발갛게 터서 갈라진 내 얼굴을 좀 보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아내를 보니

    차마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난 남자라고 생각하는 아내...

    밖에 나가면 아직도 다른 여자들이 나를 좋아해줄 거라고

    착각하는 아내... 그녀가 너무 가여웠다

(M) 미안해요 - 김건모

 

남  그리고 며칠 후

    난 괜히 어색하고 미안해서 아내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아내 역시 그날 일이 서운했는지

    내게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

    아침에 집을 나서려는데...

(E) 쫓아 나오는 소리

여  (어색) 저기.. 여보...

남  .... 어.. 왜...

여  이거 가져가라구

남  그게 뭐야?

여  도시락. 보온통에 국이랑 물도 넣었으니까 먹어.

남  ... 뭐하러

여  왜.. 신문 보니까 요샌 직장에서 도시락 많이 먹는다던데...

    괜히 식당밥 먹지 말고... 이거 먹으라구...

남  ... 귀찮게... 다음부턴 이런 거 싸지 마

(E)나가는

 

남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도시락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낮에 정수기를 팔러 돌아다니다 보면

    점심은 그냥 건너뛰거나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때우는 게 대부분이었다

(E) 공원 소음 (비둘기 구구 소리 + 사람들 산책하는 등등 잔잔한 소음들)

(E) 도시락 뚜껑 여는 + 젓가락 집고 + 밥 먹는 + 국도 마시고...

남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공원 한켠에 앉아 먹은

    아내의 도시락은 내 생애 최고의 점심 식사였다

(M) My Love / 이현욱

 

(E) 찻잔 들고 들어오는 소리

여  여보, 차 한잔  할래?

남  이 새벽에 무슨....

여  허브차야.. 잠 잘 오는 거라니까 마셔

남  그래...

여  기쁜 소식이 있어서...

남  기쁜.. 소식?

여  (약간 들뜬) 응. 나.... 취직했어

남  취직?

여  응. 나 국문과 동기가 논술 학원을 차렸거든.

    거기 일 좀 도와 달래

남  당신 보구?

여  응~ 가르치는 건 아니구, 학부모 관리하고 강사들 월급 같은 것도 관리하고.

    애들 상담도 하고. 말하자면, 부원장.. 같은거지.

남  그렇게 중요한 일을 당신보구 하래?

여  이이는? 중요한 일이니까 나한테 하래지.

남  하고... 싶어?

여  당연히 하고 싶지. 월급도 꽤 준댔어

남  ... 그래두 당신 몸도 약한데...

여  아유 일이 편해서 괜찮아. 혹시 알아? 학원 대박 나면, 당신 회사 때려쳐도

    될 정도로 내가 많이 벌지~~ (웃고)

남  사람 참....

(M) Smile / Rod Stewart

 

남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내가 취직을 한 후,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어졌다

    아내가 생활비며 아이들 학원비 등을 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리 운전 일거리가 없을 때면

    빨리 집으로 들어와 살림을 돕기도 했다

 

(E) 설거지 하는 소리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여  (피곤한) 당신 뭐해?

남  어. 설거지...

여  그냥 담궈두지. 내가 할건데..

남  피곤할텐데 쉬어. 당신 안색이 안좋다..

여  오랜만에 바깥일 해서 그런가봐. 그럼.. 나 좀 들어가 쉴게.

남  ..... 어 그래...

 

남  아내는 일을 시작하고부터

    부쩍 말수가 줄었다

    일단 집에 들어오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침대에 눕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다

(M) Songbird / Chris De Burgh

 

(E) 거리 소음

(E) 자동차에 타는 소리

남  손님.. 신월동이라 그러셨죠?

여2 (약간 취한) 네... 아저씨 나 담배 좀 피워도 되죠?

남  예. 그러세요.

(E) 담뱃불 붙이고 + 훅 연기 부는

 

남  아내 나이 또래 정도 돼 보이는 여자였다

 

여2 아저씨 몇 살이에요?

남  네? 저요?

여2 아니... 우리 애기 아빠랑 비슷할 것 같아서.

남  네...

여2 나이도 있어 보이시는데, 왜 대리운전을 해요?

남  ...... 그냥요...

여2 그냥이 어딨어.. 먹고 살자고 하는 거겠지... (피식 웃다가)

(E)담배 연기 뿜고

여2 아저씨도 명퇴 당했어요?

 

남  담배 연기가 매워서가 아니었다

    모르는 여자 입에서 튀어나온 명퇴..라는 단어를 듣자

    나도 모르게 핑.. 눈물이 고였다

(M)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E) 차 가는 소리

여2 맞구나? 대답 못하는 거 보니까...

남  ...........

여2 우리 애 아빠도 명퇴 당했어요. 그래도 아저씬 낫네. 살아보려고 이것저것 하고...

    그 인간은 집에만 있어요

남  .........

여2 애들은 커가는데... 뭐라도 해야 먹고 살 거 같고...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일자리를 얻었는데요.

    나 일하는 회사 사장이... 자꾸 집적대요....

남  .........

여2 아저씨 내 말 듣고 있어요?

남  네...

여2 그 사장이 홀아비거든요. 처음엔 웃기지도 않았는데... 나 어쩌죠 아저씨?

    자꾸 무능한 남편 얼굴 보다 보니까, 도망가고 싶어져요.

    나 진짜 나쁜년이죠.

(M) In Assenza Di Te(그대 없이) / Laura Pausini

 

남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못난 생각이다... 스스로를 비웃으면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E) 장롱문 열고 + 옷 받아 거는

남  언제 들어왔어?

여  좀 전에...

남  늦었네?

여  어... 선생님들이랑 원장이랑 회식 했어

남  그... 원장이란 사람 말야... 당신 대학 동기...

여  응

남  남자지?

여  남자지. 말했잖아.

남  ........어.. 그랬나? 결혼은... 했지?

여  했는데.. 사별했어. 부인이 암으로 죽었대

남  ...... 아... 그래?

여  왜?

남  어? 아니야...

 

남  아니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하면서도

    아내를 향한 내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했다

(M)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E)밥 먹는

남  여보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인데...

여  어머, 그러네?

남  저녁이나 같이 할까?

여  당신.. 시간 돼?

남  내 보지 뭐.

여  .... 난 안될 것 같은데...

남  왜!

여  학원 일이...바빠서...

남  얘기하고 나와

여  안될 것 같애

(잠시 침묵 후)

남  ..... 이제 내가 우스워?

여  뭐?

남  돈 좀 벌기 시작하니까, 내가 우스워?

여  여보....

(E) 숟가락 놓고

남  그만하자. 그만해...

(E) 일어나 가는

여  여보, 도시락 가져가야지

(E) 문 쾅 닫고 나가는

(M) 사노라면 / 들국화

 

(E)바람 부는 공원

남  아내가 싸주던 도시락 대신

    컵라면에 인스턴트 김치를 먹고 있다

(E) 신문 펼쳐 보는

남  신문에는 한국인 남자의 평균 수명이

    73세로 늘어났다는 기사가 나와 있었다

    73에서 내 나이를 빼니 30년 남짓한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이 너무 길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낙엽이 스산하게 뒹굴고 있는 공원에서

    컵라면 국물을 남김 없이 마시며

    내 가슴은 울고 있었다

(M) Palace Of Versailles / Al Stewart

 

(E) 계단 올라가는

남  해가 질 때까지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고

    벨을 누르고 또 눌러도

    정수기 한 대 팔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그래도 별 수 없이

    난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벨을 누른다

 

(E) 아파트 벨 누르는

여  (멀리서) 누구세요?

남  네... 맑은물 정수기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사모님 집에 정수기 있으신가요?

여  (멀리서) 필요 없어요

남  사실 필요는 없으시구요. 일단 제가 몇가지 실험만 해 드릴께요.

    보시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여  (멀리서) 됐다니까요. 지금 집에 주인 없어요. 나 파출부에요.

 

남  문 열어주기 싫으면 흔히 대는 핑계다

 

남  사모님.. 그러지 마시구요.

    저희 회사 정수기는 다른 데랑은 질이 다르거든요.

    일단 물맛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여  (가까이 오는, 짜증) 아 정말 이 아저씨가 왜 이래...

    집에 사람이 없다니까....(요 하려는데)

(E) 문 열리고

 

(정적 흐른다)

남  내 눈 앞에 서 있는 사람...

    손에 더러운 걸레를 쥐고 앞치마를 두른 채 서 있는 파출부는...

    바로 아내였다.

(M) The Prayer / Andrea Bocelli & Sarah Brightman

 

(E) 바람 휘 불고 지나가는

남  ..... 당신이.... 여기 왜 있어?

여  ..... 당신은... 지금 뭐하는거야?

남  ..... 난....... (말끝 흐리다) 당신은!

여  ..... 난 그러니까.... (말끝 흐리다) 그런데 당신은!!

(M)     The Prayer / Andrea Bocelli & Sarah Brightman

 

(E) 걷는 소리 + 바람 + 경적 소리

남  .... 명예퇴직... 당했어

여  ..... 알아

남  알아?

여  내가 처음 도시락 싸주던 날, 기억해?

남  ... 응

여  그 전날 오후에 당신 회사에 전화했었어.

남  .... 그런데 왜 모른척 했어?

여  당신이... 말하기 싫어하는 거 같애서

남  그럼.... 그때부터 파출부 일 시작한거야?

여  응... 당신... 뭔가 딴일을 하고 있다 생각은 했는데... 정수기 파는 거였어?

남  ..... 밤엔 대리운전도 해

여  ..... (울컥) 그래서 매일 늦었구나. 힘들었겠다...

남  .... 부끄럽다 당신한테

여  뭐가 부끄러. 험한 일 해서라도 가족 먹여 살리고 싶어한 당신인데...

    난 하나도 안 부끄럽네. 난 진짜... 자랑스럽기만 하네..

(M) All Out Of Love / Julienne Taylor

 

(E) 거리 소음

 

남  연말인데도 술자리가 줄어서인지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손님이 있을 때도 부리나케 뛰어가 보면

    다른 대리운전이 채가 버린 경우도 많다

    시계를 본다. 11시 45분이다.

    그래도 2004년 마지막 날인데...

    그냥 집에 들어갈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당신이야?

여  대리운전이죠?

남  (웃음) 뭐하는거야 당신...

여  여기 우리집 앞 제과점인데요. 우리집까지 내 다리 대리운전 좀 해줄래요?

    (장난처럼) 나 혼자서는 못가겠는데~ 외로워서?!

 

(E) 걸어가는 소리

남  집 앞 제과점에 도착해 보니

    아내가 작은 케익 하나를 사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내는 저 케익으로 올해의 마지막 날을 축하하고 싶은가보다

    그런 아내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한발한발 걸어간다

    그래. 내년엔 조금 더 나아지겠지.

    그래. 나아지지 않으면 또 어떤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이유가 충분하지.

    그래. 그래....

    지금 내 살을 뚫고 지나가는 추위쯤....

    아무 것도 아니지....

(M) 주제음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2004-12-3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