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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일 목요일 지금 듣고 계신 이 노래는? + 음악에세이 대본

 

Aubrey / Bread

미국 출신의 4인조 팝 록 그룹으로 1973년 싱글 차트 15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곡으로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이 멋진 조화를 이룬 연가.

 

And Aubrey was her name,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오브리였어요

A not so very ordinary girl or name

좀처럼 평범하지않은 소녀였고, 이름이었죠

But who's to blame

하지만 누가 비난 할까요?

For a love that wouldn't bloom

사랑을 위해 그것은 빛나지 않았을거에요

For the hearts

마음을 위해..

That never played in tune,

곡을 연주하지도 않았을테죠

Like a lovely melody

사랑스런 멜로디와 같이

That everyone can sing

모두 노래할 수 있어요

Take away the words that rhyme

가사와 라임(시구)은 신경쓰지마요

It doesn't mean a thing

그건 별로 의미 없거든요

And Aubrey was her name

그리고 오브리는 그녀의 이름이었죠

We tripped the light

우리는 빛을 향해 걸었죠

And danced together to the moon,

그리고 함께 달아래서 춤을췄어요

But where was June.

하지만 june은 어디있었나요?

No it never came around.

아니에요 그건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에요

If it did

만약 그랬다면

It never made a sound,

절대 소리를 내지 않았을테구요

Maybe I was absent

아마도 난 멍하니 있었을 거에요

Or was listening too fast,

아니면 정말 빠르게 듣고있었겠죠

Catching all the words,

모든 단어들을 잡으며.

But then the meaning going past,

하지만 그 의미들은 과거가 되버리고말죠

But god I miss the girl,

하지만 신이시여.. 난 그녀가 너무 그리워요

And I'd go a thousand times

난 수천번을 갔었을것입니다

Around the world

전세계를요

Just to be closer the her than to me.

나보다 그녀와 좀더 가깝게 있기위해..

And Aubrey was her name,

그리고 오드리는 그녀의 이름이었어요

I never knew her,

난 그녀를 안적은 없지만

But I loved her just the same,

난 그녀를 여전히 사랑했어요

I loved her name.

그녀의 이름도 사랑했구요

Wish that I had found the way

그길을 찾았길 희망해요..

And the reasons

그리고 그 이유들을..

That would make her stay.

그것들은 그녀를 머물게 할수있었죠

I have learned to lead a life apart

From all the rest.

많은 휴식시간으로부터 떨어진 인생을 이끄는걸 배웠어요

If I can't have the one I want ,

만약 내가 원하던걸 갖지 못했더라면..

I'll do without the best.

난 최고가 아니었어도 할수 있었을거에요

But how I miss the girl

하지만 내가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And I'd go a million times

그리고 난 백만번도 더갔죠

Around the world

전세계를요

Just to say she had been mine

단지 그녀가 내것이었단걸 말하기 위해서말이죠..

 

For a day.

하루동안..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61화 - 연탄길

 

1   눈의 꽃 / 박효신

 드라마 OST로 박효신이 최근 불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분위기의 발라드.

 

2   Winter Time / Steve Miller Band

 미국 출신의 록 그룹으로 1977년 작품. 혹한기의 겨울의 추위를 멋지게 표현한 겨울을 대표하는 노래.

 

3   비밀의 화원 / 이상은

 2003년 작품으로 이상은 특유의 매니아적 감성이 잘 묻어난 노래.

 

4   Winter Light / Linda Ronstadt

 겨울 시즌에 가장 많이 소개되는 노래로 린다 론스타트의 감성 어린 창법이 일품.

 

5   초컬릿 이야기 / 하림

 

6   어린시절 / 이용복

 클린트 홈스의 Playground On My Mind를 번안해 부른 이용복의 초기 히트곡.

 

7   새벽그림 / 토이

 

8   At The End Of The Day / Fujita Emi

 일본 출신의 팝 가수로 국내에서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9   Gat Bossa / 클래지콰이

 애시드 재즈 그룹인 클래지콰이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노래.

 

10  I Believe / 신승훈

 엽기적인 그녀의 주제가.

 

11  Wishes / Fujita Emi

 

12  엄마 말해줘요 / 지예

 포크 여가수 지예의 1992년 작품.

 

13  Somewhere Over The Rainbow+What A Wonderful World / Israel Kamakawe'ole

 조 블랙의 사랑에 삽입된 곡으로 1998년 작품.

 

14  Ave Maria / 조수미

 조수미가 2002년 발표한 노래.

 

15  Oh Pretty Woman / Roy Orbison

 1964년 No.1 히트곡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도 쓰였음.

 

16  눈의 꽃 / 박효신

 

17  겨울 이야기 / 조관우

 

18  Snow / Claudine Longet

 프랑스 출신의 배우이자 가수인 클로딘 롱제의 1968년 곡.

 

19  제비꽃 / Piano Solo

 

20  그대만이 / 류

 겨울연가에 수록된 노래로 2002년 작품.

 

21  눈의 꽃 / 박효신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61화 - 연탄길

 

(M) 주제음 박효신

 

(E) 계단 올라가는 소리

남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었나..

    비탈길은 가파르고 높다

    이렇게 비탈진 곳 위에 어떻게 집을 짓고

    어떻게 사람이 살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길 중간에 멈춰 서서 땀을 한번 훔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중엔

    사람이 사는 집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집도 있다

    무슨 색인지도 모르게 바래버린 슬레이트 지붕

    바삭바삭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고 있는 회색빛 담장들

    잡초가 무성한 채 버려진 화분

    이 가난한 풍경 위로 초겨울 찬바람이 지나간다

(M) Winter Time / Steve Miller Band

 

(E) 양철문 두드리는 소리

남  계세요? .... 계십니까?

 

남  내가 찾아온 집은 비탈길 맨 윗집이었다

    초라한 모양새는 아랫집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이 집은 뭔가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아기자기한 느낌이랄까..

    낮은 대문 너머로 보이는 비좁은 마당 한켠엔

    조그만 채소밭이 보였다

    지금은 국화 몇송이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햇살 좋은 봄 여름엔

    상추며 고추며 깻잎 같은 채소들과

    해바라기나 분꽃 같은 꽃들이 자랐음직한 곳이다

    수돗가 옆엔 작은 물조리개와 찌그러진 세숫대야 비누곽 같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또 다른 쪽엔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갈색 장독대들이 놓여져 있었다

    

여  누구세요?

 

남  나도 모르게 대문 너머로 열심히 그 집 풍경을 훔쳐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뜨끔해서 돌아보니

    젖은 머리로 목욕 가방을 든 한 여자가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보고 있다

(M) 비밀의 화원 - 이상은

 

남  아..여기... 산 142-7번지 주인 되십니까?

여  네.

남  저는 감정평가사 김봉덕이라고 하는데요, 여기 명함...

여  ... 그런데요?

남  좀 있으면 이쪽 지역이 재개발 들어가거든요. 지도로 잠깐 설명 드릴까요?

(E) 지도 펴는

여  됐어요. 그 얘기 듣긴 들었는데... 그래서 왜 오신거에요?

남  여기 땅이랑 건물값을 감정해봐야 하거든요.

여  ... 들어오세요

(E) 문 열고 들어가는

 

남  집을 참... 잘 꾸며 놓으셨네요

 

남  빈말이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더욱 그랬다

    초라한 곳이었지만, 모든 게 반짝반짝 빛을 내는 듯 했다

    방문 앞엔 샛별 공부방이라는 작은 팻말까지 붙어 있었다

    내일 당장 이사 나가란 얘기라도 들은 사람처럼

    그녀는 멍하게 집안을 둘러보았다

 

여  ... 저...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건데요. 제가 계속 여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M) Winter Light / Linda Ronstadt

 

남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난 약간 당황했다

    

남  글쎄요. 제가 그런 것까진 잘 모르겠고... 전 그냥 가격 감정하러 온 사람이니까요..

여  네..

남  여기 재개발은 별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뭐.. 여기가 구역지정은 됐는데.. 관리처분계획 인가시까지는 기간도

    남아있고.. 이주비도 나올거구요.

여  어려운 얘긴 잘 모르겠구요. 그러니까 제가 여기 살 순 없단 얘기죠?

남  ........ 그렇죠

여  (가벼운 한숨) 그럼 일 보세요. 전 할 일이 있어서...

(E) 들어가는

 

남  그녀는 맥이 풀린 듯 부엌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마당에서 대강 일을 마쳤을 때 쯤

    부엌문 사이로 달콤한 향기가 새어 나왔다

    달짝한 설탕 냄새와 매캐한 연탄 냄새가

    적당히 잘 어우러진... 바로 그 향기.

(M) 초컬릿 이야기 - 하림

 

(E) 빼꼼 문 여는

남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문을 열어본 나는

    나도 모르게 빙긋 미소를 지었다

    검게 탄 국자 위로 달고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설탕이 달짝지근하게 녹여지면    

    그 위로 하얀 소다를 살짝 뿌리고

    그러면 황토빛 달고나가 만들어진다

    연탄불 앞에 쭈그리고 앉은 그녀는

    부풀어 오른 달고나를 은색판 위에 탁 쳐서 떨어뜨리고

    얇게 펴서 그 위에 별모양과 강아지 모양을 찍어냈다

    그녀의 옆에는 이미 완성된 달고나 뽑기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남  맛있는 냄새가 나서요

 

남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쳐버린 나는

    민망함을 감추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여  하나 드려요?

남  .... 네

(M) 어린 시절 (진달래먹고~부터) / 이용복

 

남  처음 본 그녀와 마루에 나란히 걸터앉아

    열심히 뽑기를 하고 있다

    초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작은 마당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남  어 이거 봐요. 별 다 뽑았어요

여  잘하시네요.

남  제가 이래뵈도 학교 다닐 땐 달고나 선수였어요. 아줌마들이 저 싫어했잖아요

    맨날 보너스 타간다구....

여  우리 애들도 이거 참 좋아하는데...

남  애들요?.... 결혼하셨어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여  우리 공부방 애들요.

 

남  무심코 지나쳤던 팻말이 다시 보인다

    샛별 공부방...

 

남  공부방 하세요?

여  이 동네 엄마 아빠들은 바빠서요. 애들 봐줄 시간이 없거든요.

    그냥 학교 끝나면 숙제나 봐주고 그러는데... 요샌 이것도 힘들어요

    학년이 높아지니까... 어려운 문제가 너무 많아서요.

남  제가 도와드릴까요? 오늘은 시간이 좀 나는데...

(M) 새벽 그림 - 토이

 

(E) 꼬마들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남  저녁 무렵이 되자 대여섯명의 꼬마들이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녀석들은 그녀가 만들어놓은 달고나를 맛있게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서로 먼저 얘기하느라 바빴다

    그녀는 아이들 이야기 들어주랴, 싸우는 애들 떼놓으랴

    우는 애 달래랴.... 정신이 없었다

    나 역시 그 틈바구니에 껴서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어주고

    숙제를 봐주느라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는 이 바쁜 때..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는 짓인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달고나의 향수에 빠져

    나도 몰래 너무 감상에 젖고 말았나보다

    밤이 되고, 부모들이 공부방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가자

    나도 시계를 보며,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슬슬 배도 고팠다

 

여  가시게요?

남  예

여  시장하지 않으세요?

남  괜찮아요

(E) (크게) 꼬르륵~

남  혹시 이 소리를 들었을까봐, 난 얼른 웃옷을 집어들고 일어섰다

 

여  식사하고 가세요. 반찬은 없지만....

 

남  들었구나.. 창피한 마음에 괜찮다고 다시 한번 손사래를 치려는데

    그녀가 이불을 들췄다. 까맣게 탄 장판 위에

    밥공기 두 개가 놓여져 있었다

(M) Le Couple - At the End of the Day

 

(E) 밥 맛있게 먹는

남  장독에서 막 꺼낸 김치와 시원한 동치미 국물

    연탄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고등어

    그리고 손으로 찢어서 간장에 찍어먹는 김은

    정말 맛있었다

    누릉지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운 뒤에야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남  동치미 이거 직접 만든 거에요?

여  네. 이 동네에서 아직까지 연탄 때는 사람들은 다들 장독에 동치미 국물 담아놓고

    살아요.

남  아... 연탄가스 때문에... 아직도 연탄 파는 가게가 있어요?

여  다 문 닫고 하나 남았는데... 거기도 곧 닫을건가봐요.

    가게 할아버지 말씀이 차라리 폐휴지 주우러 다니는 게 훨씬 남는 장사래요

 

남  20여년 전 쯤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집

    하지만 여기 사는 이 쓸쓸한 표정의 여자가

    도심을 활보하는 화려한 여자들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아주 순간이었지만 말이다.

(M) Clazziquai -  Cat Bossa (Bonus Track)

 

남  일어나 집을 나서는 나를

    그녀가 따라 나왔다

    손에 작은 전등을 들고서...

 

남  괜찮아요. 들어가세요.

여  가로등에 불이 안 들어와서 깜깜해요. 길 잘 모르시는 분이라 넘어지기 쉬워요.

(E) 내려가는 소리 잠시

남  서울 하늘에도 별이 있네요...

 

남  얼마만일까. 도시의 하늘에서 별을 본 게..

 

여  (약간 웃음) 별이야 늘 있는데... 네온사인이 너무 밝아서 안 보이는 것 뿐이죠

 

남  고개를 한껏 젖히고 하늘을 보았다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보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보아주지 않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어주어 고마운 마음으로.

(M) 별이 진다네 - 여행스케치

 

남  다시 산아래 낮은 곳으로 돌아온 나는 일상에 젖어 들었다

    산동네에서 그 하루는 술자리의 신기한 체험담 정도가 되어

    친구들을 놀래키는 데 그쳤다

    얼마 후, 같은 동네의 다른 집을 감정해야 할 일이 생겨

    또다시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발길은 들러야 할 집을 지나쳐

    맨 위에 있는 그녀의 집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여전히 잘 정돈되어 있는 마당을 슬쩍 넘보며

    혹시 그녀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문을 슬쩍 밀어 보았다

(E) 양철문 열리는

남  문은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남  (콜록) 은서씨! 은서씨 안에 계세요?

 

남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 뛰어가 문을 확 여는

남  친구들에게 이 얘길 한다면 믿을까

    요즘 세상에 연탄가스에 중독돼 쓰러져 있는 여자가 있더라고 하면....

    내가 그런 여자를 업고 그 비탈진 길을

    뛰어 내려왔다고 하면....

    내 말을 믿을까.

(M)     I Believe / 신승훈

 

(E) 병원 소음

남  응급 처치를 받고 한참 뒤에야 그녀가 눈을 떴다

 

여  어... 여기 어떻게... 저 업고 오신 분이 김봉덕씨였어요?

남  (화난 듯) 잘됐네요

여  네?

남  재개발 되는 거요. 집 팔린다구 하두 서운해하길래 괜히 내가 다 미안했는데

    이제 보니 잘됐잖아요. 요새 세상에 누가 연탄을 때고 누가 가스를 마셔요?

여  동치미 국물 마시면 되는데...

남  진짜 답답하시네. 그쪽 지금 죽을 뻔 했어요.

    까딱했다간 바보 될 뻔 했다구요. 알아요?

여  이제 집에 가도 되죠?

남  그집엘 지금 왜 가요! 또 가스 중독될라구요?

여  애들 올 시간 다 됐어요. 애들이 그 방에서 나 기다리다가 혹시라도 가스 마시면

    어떡해요!

남  ...... 그럼 내가 가서 애들 보내고 올께요. 그냥 여기 누워 있어요

(E)가는

여  저기...

남  왜요? 뭐 가져올 거 있어요?

여  .... 아니 그냥.... 고마워서요...

(M) Le Couple - Wishes    

 

(E) 포장마차 소음

 

남  국물 좀 마셔요. 죙일 빈속이었잖아요

(E) 국물 마시는

여  연탄가스 중독 된 거 이번이 첨 아니에요

남  보기엔 안 그런데, 강심장이네.

여  누구 기다려 본 적 있어요?

남  ... ?

여  그것두 중독돼요.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면, 가끔은 누굴 기다리는지도 까먹고

    그냥 기다리게 된다니까요.

(E) 국수 후루룩 먹는

남  누굴 기다리는데요?

여  우리 공부방 아이들이 한결같이 기다리는 사람요.

남  누구?... 엄마?

여  네.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다들 빨리 엄마가 일 끝내고 돌아오길 기다리잖아요.

    엄마가 조금만 늦게 와도 얼마나 조바심 내는데요.

    가끔, 평소처럼 일하러 나가서 안들어오는 엄마들이 있거든요

남  뉴스에서 본 적 있어요

여  난 다 커서 그랬어요. 어디 간다고 말이나 하고 가지... 그랬어도 안잡았을텐데...

    인사도 안하고 가버렸어요.

남  엄마가요?

여  네. 인사나 하고 갔으면 기다리지나 않지. 아무 말도 없이 가버려서, 자꾸 기다리게

    되잖아요. 이제 안 올 거 뻔히 알면서도, 괜히 이사가기 싫구.

    자꾸 연탄 가스 먹으면서도 그 집 못 떠나구.. 참 못된 엄마야.

(M) 엄마 말해줘요 / 지예

 

(E) 걷는

남  그 흔한 핸드폰 하나 없는 그녀 때문에

    난 그녀의 소식이 궁금할 때마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야 했다

 

(E) 문 두드리는

남  은서씨! 오은서씨!! (대답 없자 약간 다급해지고) 은서씨!!!

(E) 문 열려는데 잠겨진

남  문도 잠겼잖아! 은서씨!!

 

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급해진 나는 담장을 넘으려고 했다

    다리의 반은 담장에 걸쳐진 애매한 폼새였는데...

 

여  봉덕씨 지금 뭐해요?

 

남  그녀가 매듭꼰 새끼줄에 연탄 두어장을 들고 서 있었다

    난 어색하게 담장에서 내려왔다

 

남  아니..난 또.. 무슨 일 난 줄 알구요. 거, 이제 고집 좀 그만 피고

    이사 가요. 그 연탄 꼴도 보기 싫네 난.

여  (웃음) 봉덕씨가 왜요. 난 아무렇지 않은데. 들어와요.

(E) 문 열고 들어가는

남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 역시 궁금했다

    내가 왜 연탄 꼴이 보기가 싫은건지.

    내가 왜... 이렇게 그녀 걱정에 시달려야 하는건지.

    내가 왜 이러지?

(M) Israel Kamakawe'ole - Over The Rainbow,What A Wanderful World

 

(E) 양은냄비 뭔가 끓는 소리

남  연탄불에 끓인 라면 맛을 아는가

(E)후루룩 라면 먹는 소리

남  그녀는 뭐든 연탄불로 굽고 끓였다

    라면도 커피도..

    그녀가 연탄불로 끓인 모든 것은

    다 맛있었다

 

여  찬밥 줄까요?

남  김치도 좀 더 줘요

여  (웃음) 우리집 김치 반은 봉덕씨가 먹는 거 알죠? 나중에 김장할 때

    김칫독 묻어줘야 돼요

남  .... 김장할 때까지 여기 살게요?

여  .... 그럼요?

남  다들 이사가는 거 안 보여요? 공부방 애들도 두명 밖에 안남았잖아요

여  ....

 

남  그녀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난 괜히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며 말했다

 

남  왜 연탄재를 안버리고 모아놨어요.. 이거 내가 나가면서 버려줄까요?

여  아뇨. 쓸 데가 있어요

남  어디다요?

여  ... 눈 오면요. 동네 입구에서 우리집까지 연탄재 뿌려요.

    엄마가 혹시 왔다가 미끄러워서 넘어지면 안되잖아요

(M) 조수미 - Ave Maria

 

남  살짝 눈물이 비치는 그녀의 눈을 보자

    마음이 짠해왔다

    

남  은서씨. 오늘 저녁에 약속 없죠?

여  왜요?

남  오늘 저녁에 동창 모임이 있거든요. 연말엔 너무 복잡하다고 먼저 땡겨서 하는건데

    이게 파트너 동반이에요. 같이 가줄거죠?

여  제가요?

남  싫어요? 나 벌써 몇 년째 혼자 가는데. 불쌍하잖아요. 같이 가줘요.

 

남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남자들처럼

    그녀를 신데렐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예쁜옷과 구두도 사고, 가방도 샀다

    낯선 옷을 입고 불편해하는 그녀 모습조차도 내겐 아름답기만 했다

(M) 프리티우먼 주제가

    

(E)술자리 소음

남  동창 녀석들은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온 나를 보고 놀라며

    모두 은서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나이가 몇이냐, 어디 사느냐, 무슨 일을 하느냐, 어떻게 만났느냐...

    쉴새 없이 질문이 쏟아졌고.

    은서는 얼굴만 빨개진 채 몸둘 바를 몰라했다

    순진한 그녀 모습이 더 재밌는 듯, 녀석들은 짓궂은 질문들을 퍼부어댔다

    어떻게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E) 차에서 내리는

남  여기서부턴 걸어 올라가야 되네요

여  저 혼자 갈께요

남  가로등 불이 없어서 위험하잖아요. 은서씨가 그래놓고..

(E) 걷는 소리 잠깐

여  .....아프리카 두더지 법칙이라고.. 알아요?

남  네?

여  왜 그런 얘기 있잖아요. 아프리카 두더지들은 너무 가까이 가면

    서로의 가시에 찔려서 상처를 입고... 그 상처 때문에 너무 떨어져 있으면

    또 외롭고.. 그래서 다시 가까이 가서 상처를 입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알게 된다구요

남  그 얘길 왜 해요?

여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순 없었을까.

    왜 두 번 세 번 상처를 입고 난 다음에야 그 사실을 깨달을까

남  (농담조) 그러니까 두더지죠.

여  ... 난 상처 입기 전에 도망가려구요

남  네?

여  봉덕씨가 좋아질 뻔 했는데. 이제 도망가려구요.

    (일부러 웃음) 사람이 두더지보단 똑똑해야죠

(M) 눈의 꽃 / 박효신

 

(E) 대문 여는 소리

남  며칠 뒤 찾아갔을 때, 은서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장독대의 동치미 국물도

    샛별 공부방 팻말도

    검게 그을린 라면 냄비도

    아무 것도 없었다

(E)연탄재 툭툭 차는

    마당 한켠에 쌓여 있는 연탄재 앞에서

    난 빈발을 툭툭 몇 번 차 보았다

    회색빛 낮은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뿌릴 것처럼

    잔뜩 어두워져 있었다

(M) 겨울 이야기 - 조관우

 

(E) 거리 소음

남  첫눈이 왔다

    오전 나절 간간이 비를 뿌리던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사무실 책상 속에 넣어둔 채 거리로 나왔다

    따뜻한 캔커피를 하나 사서 주머니 속에 넣고

    걷기 시작했다.

    싸리눈이 함박눈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거리는 금세 하얗게 뒤덮였다

(E) 빵빵

남  차들이 막히기 시작하면서, 거리는 시끄러워졌다

    눈은 조용히 내리는데, 사람들만 소란스러웠다

    고요하게 눈이 내리는 곳을 찾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E) 눈 밟는 소리

남  어느새 난 은서가 살던 동네 앞에 서 있었다

(M) Snow / Claudine Longet

(E)걷는 소리

남  비탈길은 고요했다

    이곳은 그 사이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되어 있었다

    쌓인 눈 위에 찍히는 첫 번째 발자국이 내것이었다

    그렇게 꾸욱꾸욱 발자국을 만들며 한걸음씩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건이 모두 없어진 구멍가게를 지나

    문이 활짝 열린 연탄가게 창고를 지났을 때....

    처음 보는 작은 길이 보였다

(BG)

남  하얀 눈 길 위로 노란 연탄재가 또 한 개의 길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구둣발로 자칫 미끄러질 수도 있는

    그 가파른 길을 연탄재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올랐다

    그 길을 오르는 내 마음은 급해졌다

    길은.. 비탈길의 가장 위쪽.. 그녀의 집까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 문 열고 급히 들어가는

남  양철로 된 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빨간 장갑을 낀 은서가 연탄재를 부수고 있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놀라거나 의아한 빛이 전혀 없이

    기다리던 손님을 맞은 듯... 그녀는 미소지었다

(M) 그대만이 / 류

 

남  산 위론 눈도 더 하얗게 내리나보다

    그녀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데

    굵고 하얀 눈송이가 자꾸 눈앞을 가린다

 

여  내가 그랬죠. 기다리는 것도 중독되는 것 같다고..

    눈이 올 것 같아서 여기 왔는데.. 연탄재를 깨다 보니까...

    내가 누굴 기다리고 있나...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연탄길을 깔면서... 이 길 위로 누가 왔으면 좋겠니.. 나한테 물어봤어요

남  그랬더니.. 뭐래요?

여  모르겠대요... 그런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알았어요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누군지....

남  두더지가 괜히 찔리는 거 알면서도 다시 다가가는 줄 아세요?

    상대방 없이 외로운 게... 상처받는 것보다 더 힘드니까...

여  ..........

남  그것도 몰랐어요? 사람이... 두더지보단 똑똑해야죠

 

남  그녀가 푹 웃으며 연탄재를 발로 툭툭 찬다

    그 위로 희고 찬눈이 쏟아진다

    그녀가 만들어놓은 비탈길 위의 작은 연탄길 위로도

    눈이 오고 있을게다

    기다리던 사람을 맞은 그 비탈길은 이제 기쁜 마음으로

    더욱 새하얀 눈길을 만들고 있을게다  

(M) 주제음

 

 

 

 

 

 

 

 

 

 





2004-12-0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