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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목요일 지금 듣고 계신 이 노래는? + 음악에세이 대본

 

1   잊지마 / 류

 2002년 화제의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된 노래. 와 <제비꽃>에 밀려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곡으로 음악에세이에서 몇 차례 방송된 후 청취자들의 문의가 있었던 마이너 발라드.

 

제 152화 - 섬진강 재첩국

 

1   오빠생각 / 허벅지밴드

 인디 록 밴드 허벅지 밴드의 1999년 작품. 제도권 음악계를 거부한 참신한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임.

 

2   Angel / Westlife

 사라 맥라클런의 1997년 작품으로 영국 출신의 보이밴드 웨스트라이프가 분위기있게 리메이크했음.

 

3   Don't Know Why / Norah Jones

 미국 출신의 여성 재즈 아티스트로 2002년 작품. 이 곡으로 그래미 주요부문 4개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음.

 

4   Eg Ser / Sissel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가수로 2000년 작품. 이경영,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불꽃에 이 곡이 주제가로 쓰여 많은 사랑을 받았음.

 

5   Lost Without Your Love / Jessica

 박신양, 이미연 주연의 2001년 영화 '인디안 썸머'의 주제가. 스웨덴 출신의 여가수 제시카가 이 영화의 주제가를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음.

 

6   미안해, 용서해 / 자화상

 팝과 포크이 적절이 융합된 발라드로 자화상의 1997년 데뷔 앨범에 수록된 노래.

 

7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 / 빛과 소금

 장기호씨가 이끄는 그룹 빛과 소금의 2000년대 작품으로 용서와 사랑을 주제로 담은 멋진 분위기의 노래.

 

8   Mother / 김장훈

 존 레논의 노래를 김장훈이 1998년 리메이크 작품.

 

9   약속할게 / 송시현

 

10  미안해 / 패닉

 패닉의 1998년 작품으로 포크 계열의 노래.

 

11  난 항상 그대를 / 김정은

 정준호와 함께 주연으로 열연했던 김정은이 자신이 직접 출연했던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불렀던 노래. 2002년 작품.

 

12  가족을 위한 노래 / 김종환

 테너 최재혁과 함께 부른 곡으로 2003년 작품.

 

13  Mention Of Your Name / Chris Rea

 영국 출신의 남성 가수 크리스 리아의 1997년 작품. 짙은 분위기의 목소리가 일품인 노래.

 

14  Mama / Anita Choi

 러시아 출신의 한인가수로 1997년 작품.

 

15  I Believe I Can Fly / JK 김동욱

 소울 가수 김동욱의 2002년 리메이크 곡.

 

16  오늘도 참는다 / 배기성

 1999년 작품으로 우리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의 주제가.

 

17  신부에게 / 유리상자

 1999년 작품으로 이들의 3집 'Be Happy'에 수록.

 

18  오빠생각 / 허벅지밴드

 인디 록 밴드 허벅지 밴드의 1999년 작품. 제도권 음악계를 거부한 참신한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임.

 

    151화 섬진강 재첩국

 

(M) 주제음

 

(E) 교도소 문 열리는 소리 + 사람들 나오고

남  2년만에 밟아보는 교도소 밖 땅이다

    언제나 그랬지만

    맞이하러 나온 사람 중에 내가 아는 얼굴은 없다

    괜히 땅을 툭툭 걷어차며 걸어본다

(E) 공중 전화에 동전 넣는 소리

남  가던 길에 공중전화를 발견하고

    전화를 걸어본다

    내가 감옥 밖으로 나왔음을 알려야 할 유일한 사람, 내 여동생 은서에게다

    은서의 회사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곳에 은서는 없었다

    결혼을 하게 돼서 그만 뒀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결혼식은 1주일 후에 있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만약 지나버렸다면 너무 미안했을텐데....

(M)

 

남  무턱대고 은서의 집앞에 앉아 기다렸다

    밤늦은 시간...

(E) 차가 와서 멈추고

남  좋은 차 한 대가 골목 끝에 멈춰섰다

    눈부신 헤드라이트에 고개를 들고 보니

    그 빛 가운데 은서가 서 있었다

    어떤 남자와 함께였다

    저 남자가 우리 은서와 결혼을 할 남자란 말인가...

    조금 자세히 보고싶어 몸을 일으켰는데

    그 순간 은서가 나를 보았다

    당황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은서는 서둘러 남자를 차에 태워 돌려보냈다

    한참 동안 나를 등진 채 남자의 차를 향해 손을 흔들던 은서는

    이윽고 서서히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쑥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은서에게 손을 흔들었다

 

(E) 또각또각 걸어오는

남  잘... 있었냐?

여  (차갑게) 왜 왔어?

(M)

 

남  반갑게 대해주지 않을 건 알았지만

    그래도 왜 왔냐니...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남  얌마. 넌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힘들게 감옥살이 하다가 나왔는데...

여  조용히 해! (소리 죽이며) 감옥 살다 온게 자랑이야?

남  아니 뭐, 자랑은 아니지만....

    그런데 너, 결혼한다며?

여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남  니네 회사에 전화해봤지. 오빠가 뭐... 도와줄 건 없냐?

여  없어!

남  자식... 왜 없어... 아버지도 없는데, 오빠가 손 잡고 들어가야지

여  그냥 그 사람이랑 같이 입장하기로 했어

    요샌 그렇게들 많이 한대 

남  그래도 그렇지, 오빠가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데...

여  사지만 멀쩡하면 멀쩡한거야? 속이 안멀쩡하잖아.

남  야 기지배야! 너 말 그따위로 할래?

여  오빠는... 없는 게 도와주는거야!

(M)

 

남  솔직히 서운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참기로 했다

    하긴 고등학교 때부터 소년원 드나들기 시작해서

    벌써 15년째다.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됐던 나 때문에

    은서도 마음 고생이 심했을거다

    처음에 내가 감옥갈 땐 울며불며 경찰들에게 매달리며

    우리 오빠 데려가지 말라고 사정하던 은서가

    이제 많이 컸다

    벌써 결혼을 하게 되다니....

 

남  (한숨) 피곤하다... 오빠 밥이나 주라

(E) 지갑에서 돈 꺼내는

여  자, 식당 가서 사먹어

남  야 은서야....

여  잘 데도 없지? 이걸로 여관 가서 자구

남  너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냐?

    너 2년 동안 면회 한번 안오고 사식 한번 영치금 한번 안넣어준 건...

    그래 그렇다 치자. 아무리 그래도 내가 니 오빤데....

여  너무한다구? 내가 너무한다구?

    나 중학생 때부터 오빠 감옥 뒷바라지 했어.

    엄마 아빠도 없이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오빤 내가 아무리 울면서 감옥만 가지 말아달라고 사정해도

    들은 척도 안하고 나가서.. 쌈질하고 사기치고... 그랬어.

    나는 항상 혼자였고, 친구들한테 난 오빠가 뭐하는 사람인지 말도 못했어.

남  그래, 그건 미안한데...

여  미안하다는 소리도 지겨워. 나는 내가 오빠가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남  너... 혹시 내가 빌붙을까봐 그러냐? 아까 너 데려다 준 그 자식...

    차도 좋아 보이던데.... 내가 뭐 돈이라도 달랄까봐 그래?

여  그래!! 돈이라도 달랄까봐 그래. 무서워!

    아까 그 사람도 그렇고, 시댁 분들도 그렇고...

    그냥 나한테 아무도 없는 줄 아셔.

    난 그분들이 행여라도 오빠란 사람 알게 될까봐... 무서워 죽겠어!

(M)

 

남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울면서 내가 시집 식구들에게 알려질까봐 무섭다고 하는데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난 그냥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골목 끝까지 걸었을 때

(E) 뛰어오는 소리

여  오빠.. 돈 가져가

남  됐어. 나 돈 있어.

여  (울먹) 오빠가 무슨 돈이 있어!

남  없어도 니 돈은 안받아

여  .... 오빠

남  무서워 하지 마라. 나 절대 니 오빠라고 안나설거니까!

    그래, 없어져 주는 게 니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데

    그깟 것 못해주겠냐? 지금까지 해준 것도 없는데.. 제길....

    택시!!

(E) 택시 와서 멈추고 + 가는

 

남  택시를 타고 가다가, 문득 백미러를 보았다

    은서가 멍하게 서 있다가 어느 순간 얼굴을 감싸쥐며

    주저앉아 우는 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아팠다

(M)

 

(E) 라면 먹는 소리

남  결국 내가 짐을 푼 곳은

    소년원 시절 친구였던 수동이네 집이다

    수동이는 마음 잡고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

    정비 기사를 하고 있다

    한때, 수동이가 우리 은서를 좋아해서 쫓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내가 늘씬하게 패 줬었다

    그 이후로는 친구들에게 우리 은서를 보여주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은서는 너무 착하고 예뻐서

    한번 본 사람들은 다 좋아했다

    한번은 양녀로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우리 둘이 작은 방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은서는... 오빠 없으면 못산다고 했었는데...

    이제 은서는... 오빠가 없어야 살 것 같단다...

    나쁜 기지배....

 

(E) 문 두드리는 소리

남  누구... 수동이냐?

여  ...... 오빠 나 은서야

 

남  은서가 수동이네 집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구나

    수동이 이 자식이 은서한테 전화를 했나?

    얼른 라면 냄비를 옆으로 치웠다

    나쁜 기지배라고... 계속 욕하고 있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스르르 풀려 버리는 것 같다

(M)

 

(E)문 여는

남  (애써 퉁명스런) 웬일이냐 니가?

여  밑반찬 좀 가져왔어.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계속 밥만 축내면 미안하잖아

(E)들어오는

남  그런 것도 걱정해주냐?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라 그러네

여  어제는 내가 좀 심했어

남  심하긴... 그런 대접 받아도 싼 놈이지 내가...

여  오빠.... 내일 엄마 제산 거 알지...

 

남  몰랐다.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날을 잊다니. 잊고 있었다니.

 

여  몰랐어?

남  어? 어... 날짜가 벌써 그렇게 됐냐...?

여  하긴... 그동안 오빠가 엄마 제사 제대로 챙겨본 적이나 있어?

남  ...........

여  내일 저녁에 우리집에서 제사 지내려고 그래

    시집 가기 전에 마지막 제사니까.... 오빠도 있었으면 해서...

    나한테야 미운 오빠지만... 우리 엄마한텐.....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이었잖아

 

남  갑자기 울컥 눈물이 솟았다

    그랬다. 우리를 두고 눈도 제대로 못감고 돌아가신 엄마...

    엄마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특별한 아들이었다

    엄마가 이렇게 못나게 자란 나를 보고 있을까봐

    겁이 난다

(M)

 

(E)시장 소음

남  다음날 은서와 함께 시장을 보러갔다

    

남  너 결혼준비도 바쁠텐데... 제사 준비는 내가 한다니까...

여  됐어. 괜히 위하는 척 하지 마.

남  야! 넌 이 오빠의 맘을 그렇게 모르냐? 내가 널 얼마나 위하는데~

여  위하는 사람이 그 소원 하나 못 들어줘?

    다시는 감옥가지 말라는 그 소원?!!

남  야... 이제는 진짜 안 갈거야. 두고 봐.

여  한두번 속아?

남  안그래도 조직 쪽에서 계속 연락 오는데... 내가 안가고 버티고 있잖아

여  (놀라는) 조직에서.. 연락이 온다구?

남  그래... 형님이 직접 사람 보내기까지 했는데... 내가 안간다고 튕겼잖아

여  안갈거지?

남  얌마. 걱정 마. 이 오빠도 한번 안한다면 안해.

    이번에는 내가 진짜... 손 씻었어

여  진짜지?

 

남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확인하는 모습은

    정말 어렸을 적 그대로다

    이제 정말 안싸울거냐며 눈물 맺힌 채 내게 얼굴을 들이밀던

    어린 은서....

    난 은서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남  이번엔... 진짜야. 약속한다.

(M)

 

남  제사상을 차려놓고 넙죽 절을 하는데

    또 한번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고개를 숙인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서한테 우는 모습 보이는 건

    너무 창피한 일 아닌가

 

여  자... 눈물이나 닦어....

 

남  계속 그렇게 엎드려 있는 내게 은서가 화장지를 내민다

    눈치 빠른 녀석.. 다 알고 있었나보다

    난 쑥스럽게 일어나 앉아

    눈물을 재빨리 닦았다

 

여  엄마가 오빠 보고 있으면 정말 기가 막힐거야

    커서 경찰 되라고 했는데.. 맨날 경찰한테 쫓기고나 있으니...

남  아이 기지배가... 그만 하라니까

    나 이제 그런 일 없을거야

여  정말 제대로 좀 살어... 한번밖에 못사는 인생인데 왜 그러고 사니?

남  알았어. 잔소리하는 건 엄마랑 똑같애요.

여  엄마 딸인데 그럼....

남  그놈은 어떤 놈이냐?

여  그놈이라니?

남  너랑 결혼하는 놈...

여  말하는 거 좀 봐... (한숨) 좋은 사람이야.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잘 자랐구, 직장도 든든하고, 나 많이 좋아해주고...

남  ..... 잘됐네

(M)

 

(E) 과일 깎는 소리

남  제사가 끝나고, 은서가 과일을 깎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남  은서 너, 생각나냐? 너 꼬마 때 맨날 나랑 결혼한다 그랬잖아

여  그거야 꼬마때니까...

남  왜... 강가에 집 짓고... 엄마랑 아빠랑 결혼하고 너랑 나랑 결혼해서 살자 그랬지

여  그랬지... 열 살 땐가... 여름에 섬진강 놀러갔잖아.

    그게 그렇게 좋았는지... 그런 데서 살고 싶더라...

    그때 거기서 재첩국 먹었던 거 기억나?

남  기억나지.. 너 무지 잘 먹었잖아

여  어... 서울 와서도 가끔 재첩국 먹고 싶다 그랬는데....

남  그래서 내가 잡으러 간 적 있었잖아

여  아 맞다! 오빠가 학교 끝나고 밤까지 안와서 난리 난 적 있었는데....

    한강에 재첩잡으러 간다구....갔었지? (웃음) 바보... 한강에 재첩이 어딨냐?

남  난 그냥 강에는 다 있는 건지 알았지

    그때 엄마한테 진짜 많이 맞았는데.....

여  정말 나 재첩국 끓여주고 싶어서 강에 갔던거야?

남  당연하지 임마. 내가 그땐... 니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줬잖아.

    너 괴롭히는 놈들 있으면... 내가 가서 다 때려주고....

여  맞아.... 그랬어....

    난 오빠만 있으면 참 든든했지....

(M)

 

남  은서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게

    몇 년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남  나.. 이제 일어날란다

여  .... 가게?

남  가야지... 너 이제 결혼 진짜 며칠 안 남았다..?

여  ... 응...

남  준비 잘하고... 결혼식도 잘 치르고.... 잘 살고....

여  오빠... 내일 그 사람 만날래?

남  뭐?

여  나랑 결혼할 사람....

남  그놈이 나 모른다며? 너한테 아무도 없는 줄 안다며?

여  그렇긴 한데... 지금까진 용기가 없어 얘길 못한거구...

    그렇다고 언제까지 숨길 순 없잖아

남  그래서... 내 얘길 하겠다구?

여  .... 응

남  ...................

여  왜?

남  .... 하지 마라

여  왜 오빠...

남  해서 좋을 것도 없잖아.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볼텐데...

    대답하기도 그렇고.... 괜히 그런 얘기 다 했다가 너 시집에서 찍히면 안되잖아

여  ........나도 그래서 망설였는데....

    결혼할 사람한테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 숨기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남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

    몇 년을 보지 못하고 살아도....

    원망과 미움으로 멀어진 것 같아도....

    그래도 가장 가까운 사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은서는 나의 동생. 나는 은서의 오빠였다

(M)

 

남  다음날 은서와 결혼할 사람을 만나기로 하고

    난 잔뜩 긴장한 채

    수동이의 하나밖에 없는 양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설쳐대고 있었다

(E)문 두드리는 소리

남  어? 누구야.. 은서냐?

(E)문 여는데 + 남자 구두발자국들 확 들이닥치는 느낌

남  예전에 잠시 몸담았던 조직의 사람들이었다

    몇 번의 부름에도 가지 않았더니

    직접 데리러 온 것이었다

    이번에 가지 않으면 괘씸죄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은 가기로 했다

(E)전화 거는

여  여보세요

남  어, 은서야. 오빤데...

여  벌써 도착했어?

남  아니...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갈 것 같다

여  무슨 일....

남  중요한 일이야

여  혹시 오빠 또....

남  가서 안하겠다고 얘기하려구. 한번은 가야 되는 데라서...

여  ...... 꼭 그렇게 해야 돼

남  걱정 마. 너랑 약속했잖아.

    이번엔 꼭 지킨다.

(M)

 

남  하지만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원래 조직이라는 곳은 동지가 아니면 적인 법이다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얘기는

    적이 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놈들에게 양팔이 잡혀 창고에 갇히기 직전

    난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물론 여기저기 엄청나게 얻어 터진 다음에...

    겨우 도망쳐서 도착한 곳은

    은서네 집 앞이었다

(E) 다리 질질 끌면서 오는

(E) 초인종 누르는

남  은서야....

(E) 문 열리고

여  (놀라는) 오빠!!!

남  야... 나 아파 죽겠다... 약 있냐?

여  어쩌다 이랬어~ 오빠 또 싸운거야?

(E) 들어가는 소리 + 문 닫고

남  안싸울려다 이런거잖아. 이제 쌈질하고 다니기 싫어서...

여  이제 다 끝났어?

남  뭐... 거의 끝났을거야.

여  이리 와봐. 어우 다 터졌네.

 

남  은서가 약상자에서 약을 꺼내 다친 곳에 발라준다

    어렸을 때 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엄마가 꼭 저런 표정을 지으시면서

    약을 발라주셨다

    은서는 엄마를 참 많이 닮았다

(M)

 

여  오빠... 오늘 그 사람한테 오빠 얘기 했어...

남  안 놀래?

여  .... 놀라지

남  뭐하러 했어. 하지 말지.. 아니면 거짓말 좀 치지..

    그래, 유학 갔다 왔다구... 그러지 그랬어

여  다 들통날 거짓말을 뭐하러 해...

남  뭐라고... 해?

여  ........ 결혼식 때 자기랑 같이 입장하지 말자구...

남  뭐?? 왜!!! 결혼하지 말자는 거야? 그자식이?

여  아니.... 오빠랑 같이 입장하래.

남  .........!

여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지?

남  ......... 괜찮네... 자식... 하긴... 우리 은서 데려갈려면

    그정도는 돼야지... 괜찮네.... 맘에 든다... 자식...

(M)

 

남  은서의 결혼식 전날

    난 사우나에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이 닦았다

    미용실 가서 머리도 다듬고

    은서가 준 돈으로 근사한 양복과 새구두도 샀다

    예식장에 온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볼텐데...

    내가 초라하면 우리 은서까지 초라해질테니...

    난 최선을 다해 멋있게 보이기로 했다

    그리고 예식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예식장 앞에 도착했다

(E)사람들 소리

남  벌써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장 앞에 모여있었다

    신랑측에 비하면 신부측 하객은 거의 없을텐데...

    그런 걸로 우리 은서가 기나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예식장에 막 들어서려는데....

(E)  차 멈춰서고 + 사람들 일사불란하게 내리는

 

남  그 자식들이었다

    비겁한 자식들이 예식장 안으로 들어가

    난장판을 만들 작정인 듯 했다

    난 그들 앞에 양팔을 벌리고 섰다

    그리고 사정했다

    제발 이 결혼식만은 망치지 말아 달라고...

    하라는대로 다 하겠다고...

    무릎을 꿇고 매달렸다.

(M)

 

(E) 신부 입장!!

여  오빠 왜 안오는거야... (미치겠는 듯) 저기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해주세요.

    우리 오빠가 오기로 했거든요?

(E) 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남  은서야...

여  오빠! 어떻게 된거야! 왜 안와! 어디야?

남  은서야... 너 재첩국 좋아하지?

여  뭐??

남  오빠 너 좋아하는 재첩 잡으러 섬진강 가거든?

여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남  좀 오래 걸릴지도 몰라

여  오빠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있지? (울먹)

남  얌마, 울지 말고.... 결혼식 잘해. 잘 살고...

여  오빠!! 혹시 또 싸우러 가는 거 아니야?

남  나중에 오빠가 돌아가면... 너 좋아하는 재첩국 끓여줄게. 기다리고 있어. 꼭.

(E) 툭 끊어지고

남  다시는 쌈질 같은 거 하지 않겠다고 우리 은서와 약속했는데

    손을 잡고 함께 식장에 들어가주겠다고도 약속했는데

    난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E) 멀리서 아득하게 경찰 싸이렌 소리 들리고

(M)

 

(E) 철창 열리는 소리

남  또다시 어두운 감옥안이다.

    아주 오랜만에 면회 신청이 들어왔다

    은서였다

 

여  오빠

 

남  은서의 배가 볼록했다. 웃음이 나왔다

 

남  야, 너 애기 가졌냐?

여  응.

남  애가 애를 가졌네. 자식, 너 몸도 약한데 괜찮아?

여  괜찮아.

남  그래. 이번에 고생해서 딱 하나만 낳고 말아라.

여  무슨 소리야. 난 아들 하나 딸 하나 둘은 낳을거야

남  뭐하러... 골치 아프게...

여  난 부모 없는 사람 다음으로 불쌍한 사람이

    형제 없는 사람인 것 같거든.

    아무리 미워도, 웬수 같아도...

    나랑 같은 부모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거...

    내가 뭘 해도 내 편 돼 줄 같은 편이 있다는 거....

    고마운 일이니까

남  내가 그렇게 웬수 같냐?

여  웬수지 그럼 아니야? 약속은 하나도 안지키고....

남  다음번엔 꼭 지킬게. 약속.

여  됐어! 내가 오빠한테 다시 속으면 사람이 아니야~!

남  이번엔 진짜야...

여  됐다구... 안믿는다구...

 

남  하지만 난 안다. 내 동생 은서는 또 다시 나를 믿을거라는 걸.

    속고 속고 또 속아도, 그렇게 죽을 때까지 내게 속아도

    또 믿어주고 또 믿어줄거라는 걸.

    왜냐면, 우리는 같은 편이니까.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이곳에서 나가면, 이번엔 꼭

    섬진강에 갈 거다

    그래서 맑은 물 바닥에 자잘하게 깔린 재첩들을 건져

    은서에게 재첩국을 끓여줄 거다.

(M)주제음

 

 

 

 





2004-10-15(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