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있습니다.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 제한된 곳일수록 그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기 마련이죠.   

바로 라디오 스튜디오가 그 중 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혹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연속극이나, 연예프로그램에서 잠시 나온 적이 있으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요즘은 보이는 라디오라 하여, 인터넷으로 라디오 방송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스튜디오 안팎에 관한 궁금증은 아직도 청취자들 사이에 미궁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MBC 라디오 이수영의 감성시대 스튜디오 안팎을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청취자들의 궁금증을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이 조사과정에서는 청취자들의 입장에서 궁금해하는 스튜디오의 풍경을 알아보기 위해 감성시대에 투입된지 2주가 채 안된, 이수영의 감성시대 막내작가 이동원씨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때는 8월 23일 스테이지 No.1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녹음스케줄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감성시대 제작진은 초긴장 상태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때마침 고장난 프린터때문에 큐시트를 뽑아야만 하는 작가단은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하는데요. 
드디어 11시 55분, 방송 10분전. 프린터에 낀 종이를 제거하고 겨우 큐시트를 출력한 작가들은 총알같이 스튜디오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별밤스텝들과 바톤터치한 이동원작가는 감성가족들이 보내준 사연들과, 방송하다 DJ가 목이 메이지 않도록 물한컵을 들고 급하게 스튜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스튜디오는 부스 안과 밖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부스는 육중한 쇠문과 유리벽으로 부스 밖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부스 안에는 큰 데스크, 부스밖과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 마이크, 의자, TV 가 자리잡고 있구요. 
부스밖에는 여러기계(정확한 명칭은 이동원작가도 잘 모른다고 합디다)와 컴퓨터, 나무소파, 전화기 3대, 데스크, 의자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당시 분주한 부스 안과 달리 밖에서는 나무소파에는 그날의 게스트, 김광진씨와 윤종신씨가 여유롭게 사담을 나누시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나무소파는 부스안이 잘 들여다보이는 자리로 그동안 수많은 게스트와 매니저가 거쳐간 명소라고 전해짐) 
그러다 윤종신씨는 많은 히트곡 때문인지 자신의 옛 노래 가사를 헷갈려하다가 스튜디오로 들어가기 직전, 가사가 적힌 종이들을 연신 들여다보며, MR 상태를 모니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관우의 '별'이 흐르고 두분이 부스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그들이 노래를 더 잘 부르기 위해서인지, 메이컵을 안 하고 온 얼굴이 부끄러워서인지(?)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부스안의 불이 꺼졌고, 환상적인 라이브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 부스안에 같이 들어간 이지은 작가는 사연챙기랴, 두분의 열창하는 모습 디지털 카메라에 담으랴, 생음악 감상하랴 분주히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부스 밖에서는 PD님, 엔지니어분, 작가, 매니저들이 한자리씩 하고 앉아 환상적인 라이브에 빠져 있었는데요. 
특히 그날만 윤종신씨 매니저가 사온 음료수까지 4캔을 들인킨 이동원 작가는 생음악에 매료되어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엄두도 못낸 채 초인적인 자세로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한편, 두소라의 음악도시에서 가져온 젤리인지, 케익인지 모를 먹거리를 작가와 매니저들의 사양으로 독차지한 PD님은 정체불분명한 먹거리를 흐뭇하게 까먹으며 제자(?) 윤종신씨의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어느덧 2부가 시작되었고, 전화연결자를 뽑기위해 통화를 한 홍유리작가와 이동원작가는 수많은 팬들 중 결국 류영진, 전효정이라는 행운의 감성가족 두사람을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성공적인 전화연결 후, 계속되는 두분의 만담과 생음악에 도취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던 작가들이 시계를 봤을 땐, 어느덧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테이지 No.1사상 최장공연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한 윤종신씨와 김광진씨는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스튜디오에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MR을 놓고 간 김광진씨, 다음날 음악캠프 생방을 위해 다시 라디오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는데요. 
김광진씨에게 소중한 MR을 전달하고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 감성시대 제작진은 그날 방송을 떠올리며 달콤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