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9. 차마시는 코너 (교보문고내의 햄버거 가게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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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혼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시계를 본다. 시간이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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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어떻게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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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신간서적을 잔뜩 산 홍여사가 혼자 오다가 수경을 보고 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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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수경아!
수경 아줌마!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
홍여사 뭐가 많니 이게? 일주일이면 다 읽어치울건데, 근데 너 혼
자니?
수경 아뇨, 누가 올 거예요.
홍여사 그 사람?
수경 네.
홍여사 잘 됐다. 그럼 나두 선보고 갈까?
수경 그러세요
수경 (보고) 아줌마, 저 잠깐 전화 좀 듣구 올께요!
홍여사 여깃잖아 이것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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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준다. 수경 잠깐 망설이다가 번호 찍는다. 듣는다. 수경 화난다. 동규가
어렵겠다는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수경 전화 끊고 홍여사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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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늦겠다니?
수경 네, 거래처 사람 만난대요
홍여사 기다리래, 그냥 가래?
수경 … 기다리지 말래요
홍여사 잘 됐다, 그럼 우리 같이 저녁이나 먹자?
수경 사주실래요?
홍여사 그래, 우리 뭐 먹을까? 응, 멕시코 요리 잘하는 집 아는데
글루 갈까? 음악도 라이브구, 아주 괜찮아, 그 집!
S#30. 떡볶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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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수경, 즉석떡볶이 땀흘리며 허겁지겁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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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여보세요! 여기 쫄면 사리 하나 추가요!
수경 아줌마, 너무 맵지 않으세요?
홍여사 뭐가 맵니, 얘! 속이 다 시원하다! 수경아, 우리 만두두 몇
개 넣어서 먹을까? 아님 찐 계란 넣어서 먹을까?
수경 만두요!
홍여사 그래! 아줌마! 만두두 일인분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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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여자 네 대답하고, 수경, 홍여사 떡볶이 익은 것 골라서 부지런히들 먹
는다. 체면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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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아우, 매워, 아우 맛있어!
서로 보고 웃으며 먹는다.
S#31. 같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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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떡볶이 냄비, 콜라 빈병 몇 개 남은 오뎅꼬치, 둘이 잔뜩 먹었다. 물잔
놓고 앉아서 이야기하는 나른한 수경과 홍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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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콤팩트 꺼내서 화장고치며 듣는다) 결혼하면 어디서 살게
되는 거니?
수경 몰라요 인제 같이 의논해야죠, 뭐. 아줌마 아무래두 아파
트가 좋겠죠?
홍여사 직장 다닐거면 아무래두 편리하겠지. 참 너 내가 세준 아
파트 알지? 거기 가서 살아라!
수경 에이, 거긴 싫어요! 너무 낡았어!
홍여사 하긴 그래, 근데 몇 평짜리 얻을 건데?
수경 한 25평에서 30평 정도 얻었으면 좋겠는데 모르겠어요..
동규 씨네가 그렇게 크게 부자는 아닌 것 같거든요!
홍여사 엄마는 자랑하던데? 원양어선 가진 시골부자라구!
수경 그럼, 괜찮게 사는 정돈가 봐요.
홍여사 얘, 시내에 30평짜리 얻을 거라면 변두리 나가서 아주 사
버려! 융자끼구 하면 열다섯평짜리는 충분히 살 수 있어!
그게 돈 버는 거야!
수경 아유, 아줌마는! 열다섯평은… 좀… 좁잖아요?
홍여사 하긴 넌 어려서부터 맨날 큰집에만 살았지… 근데 수경아
… 나 뭐 물어봐두 화 안 낼거야?
수경 네! 뭔데요?
홍여사 아, 아냐! 네가 오해할까봐 말 못하겠다 얘.
수경 아줌마! 궁금하게 해놓구 왜 그러세요? 말하세요!
홍여사 …그래, 그럼 뭐, 내 조카딸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 뭐!
수경 (궁금한데)
홍여사 파스칼 알지 팡세 쓴? 그 사람이 그랬거든? 인간은 신과
동물의 중간적 존재다! 그리구 이런 말도 했어. 인간은 끊
임없이 신과 악마 사이를 떠도는 가엽고 부조리한 존재다!
수경 …?
홍여사 느아버지 생신날! 너 종일 목빼구 기다리다가, 바람맞더니,
오늘두…너… 바람 맞은 거 확실하구?… 난 그 남자 좀
이상한 것 같아, 얘!
수경 (웃는다) 아니예요. 아줌마! 동규 씨 착한 사람이예요!
홍여사 내가 아까 말했잖니? 인간은 약한 존재, 모순된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이 있을 수 있
다는거야! 상황! 시츄에이션!
수경 …
홍여사 그 남자에 대해서 너 다 알아본거니? 속속들이 다 알아봤
냐구? 혹시, 내가 아는 것은 그 남자의 일부분일 수도 모
른다는 생각, 안 해봤어?
수경 (문득 걱정된다)
S#32. 단골 편의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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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가 들어온다. 덜썩 지쳐서 주저앉는다. 따라마시려고 하는데, 수경이 앞
서 와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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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어? (반가워서) 언제 왔어? 나 기다렸구나! 아직 집에 안
갔어? 먼저 들어가라구 했잖아!
수경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해? 요즘? 이
시간까지 저녁도 못 먹구?
동규 나 해결났어 인제!
수경 그래, 그럼 그건 됐구… 나 언제 동규 씨네 집에 인사가?
빨리 인사드리구 싶어. 그리구… 솔직히 결혼두 빨리 했으
면 좋겠구. 동규 씬 어때?
듕규 …그러면 좋지.
수경 나, 언제 인사갈까?
듕규 …조금만 기다려줘. 데리구 갈게.
수경 결혼은?…언제 해?
동규 결혼은 솔직히 좀 기다려줘.
수경 (실망) (분노) 나 자기한테… 뭐야? 왜 그렇게 나를 무시
해?
동규 내가 언제 수경일 무시했어?
수경 우리 아빠 생신날만 해두 그래! 동규 씨 전화 한통없이 불
참했어!
동규 사정을 얘기했잖아! 갑자기 시골갈 일이 생겼었다구!
수경 시골도 그래!… 자기, 혹시 시골집에 마누라 숨겨둔 거 아
냐?
동규 뭐? (웃는다)
수경 난 자기네 식구 누구두 몰라? 영규 씨던가 그 군대 간
동생, 슬쩍 한번 스치면서 인사만 한 거 빼곤 자기 부모님
사진두 한 장 본 적없어!
동규 왜 이래, 갑자기?
수경 …그래!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그래. 자기 마음속
깊은데, 자기도 모르는 어떤 다른 생각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가.
동규 소설 써라. 그래, 맘대루 해.
수경 우리 특별한 사이된 거… 나 혼자만의 오해가 아니라면
햇수루 벌써 3년이야… 회사에서도 쉬쉬해서 그렇지 알만
한 사람은 다 알아!
동규 그래서?
수경 우리 부모님이 우리 사이 허락하셨단 말 들으면 난 동규
씨가 좋아서 펄쩍 뛸 걸루 상상했어! 당장 날짜 잡자구 할
줄 알았어! 근데 아니잖아!
동규 펄쩍 뛰는 것 이상으루 좋아! 뛰어 보여줘?
수경 뭔가 난 석연찮아! 내가 동규 씨, 뭐야?
동규 왜 이러니, 수경아?… 난 피곤해!
수경 대답해 봐! 내가, 동규 씨의 뭐냐구?
동규 (화나서 술만 따른다)
수경 대답하기 힘든가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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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자기 앞의 소주잔 들어 털어마시고는 획 일어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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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3. 수경 거실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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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책 보며, 우울한 얼굴로 언더라인 긋고 있다. 인도에 관한 책. 애주
과일, 빵 등 쇼핑해온 것 풀다가 전화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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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전화벨.
애주 아버님 어머님 여행가셨는데요? 네에, 내일 오세요. 네, 안
녕히 계세요.
애주 아가씨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수경 회사 일이예요.
애주 오늘…출근 안해도 되세요. 아가씨?
수경 토요일은 격주 근무잖아요
애주 그럼 오늘 저녁 우리집에 와서 같이 해요. 아가씨. 그분이
랑요.
수경 그 사람… 요즘 바빠요, 출장갔어요.
애주 ○○동입니다!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가씨. 전화.
수경 (얼른 받는다) 여보세요?
동규E 나야.
수경 네.
동규E 네가 나한테 뭔지, 궁금하댔지? 가르쳐줄게.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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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듣고 있다. 애주가 호기심을 억누르며 치우는 척하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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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4. 동규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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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이 신나서 급하게 신발을 꿰신는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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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하여간… 잡구 늘어져! 비위… 맞추라구!… 단골 만들어버
려! 손 크기는 그 사람 따라올 사람이 없다니까!
재천 알았다구! 내 확실히 비빌께! 까짓 거 못하겠어? 가자구!
상옥 아부지 큰오빠가 전화했어요.
재천 뭐라구?
상옥 손님 데리구 집에 데려온다는데요!
재천 손님?
상옥 애인인가봐, 여자손님이래요!
재천 (놀란다)
S#35. 같은 장소
친구 가자구! 지금 기다리구 있잖아! 미끼까지 다 실어놨다니
까!
재천 우리 동규가 온대잖니!
친구 서울서 지금 출발하면 빨라두 다섯시간이다! 김사장 섬까
지 모셔드리구 와두 늘어진다, 시간!!
재천 섬에서 데리구 나오는건 어떡해?
친구 아, 섬에서 일박한다구 그러더라니까 그래! 젊은 마누라
데리구 왔더라구!
친구 알아서 해. 낚시배야 지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