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2회)

제 2 회 그대 그리고 나

S#1. 동규 본가 뒷뜰(아침)
재천이 땀을 흘리며 줄넘기를 하고 있다. 결사적으로 운동을 하는 재천. 역 기, 아령, 낡은 샌드백, 축구공 등. 남자가 많은 집안의 뒷뜰이다.
S#2. 동규 본가 민규방 (아침)
민규 상처에 맨소래담을 정성껏 바르고 붕대로 묶어주는 상옥. 둘이 투닥거 린다.


민규            빨리 말해줘.
상옥            너 그거 알아서 뭐 할려구 그래?
민규            가르쳐주란 말야! .. 얼마 물어줬어?
상옥            아부지가 너한테 말하지 말랬단 말야!
민규            (화내고 노려본다) 정말 말 안 할거야?
상옥            첨에 이천 불렀는데, 아저씨가 반으로 깎았대, 됐냐?
민규            (놀라서 기겁한다)
상옥            그러니까 앞으로 조심해! 너 주먹 한 대에 얼만씩인 줄 알
                아?
민규, 후회스럽다. 고개 푹 숙인다.

상옥            걱정마! 그깐 돈 천만원?  내가 나중에 씨에프 딱  한번만 
                하면 돼! 내가 큰 오빠한테 너 대신 싹 갚아줄게! 걱정마! 
                이 누나만 믿어!
S#3. 동규 본가 뒷뜰
재천이 이번에는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다가와 멎는다.

친구            낫살이나 들어갖구 그게 뭐냐? 흉하다, 야!
재천            나중에 내가 아파 드러누우면 네가 와서 돌봐줄래? 나 쓰
                러지면 내 새끼들 네가 봐 줄거야?
친구            동규한테 연락왔어? 된대?
재천            한다구 했으니 하겠지.
하고는 나무에 걸어둔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친구            말이 쉽지, 하루이틀새 그 돈 어떻게  만드냐? 애 타겠네.. 
                나 찾았다며?
재천            낚시 손님 좀 끌어다 줘! 돈 팍팍 좀 쓸 사람들루!
친구            하이고! 오늘 해가 동쪽에서 뜬 거 맞냐?
하는데 민규가 나와 어정쩡하게 인사한다.

친구            막둥이 집에 있었냐? 그래, 착실하게 공부해서  다시 학교 
                가라! 얘, 즈 큰형한테 묶여서 보내라는데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 서울 동규한테 가 있었으면 이번 일 같은 거 안 
                생겼잖아!
민규, 슬그머니 오토바이쪽 간다. 만져본다. 몹시도 갖고 싶은 오토바이. 친 구 오토바이 쪽에 은근히 신경쓰인다.

재천            바쁜데 가봐!
친구            우리 미스코리아도 집에 있었구나!
상옥            (나오며) 아저씨, 저 취직시켜 주란 말예요!
친구            너 취직해서 뭐할려구?
상옥            돈 벌려구 그러죠!
친구            돈 벌어서 뭐하게? (이뻐한다)
상옥            옷두 사입구 구두두 사신구요!
친구            박선장! 우리 미스코리아 옷두  좀 사주구 구두두  사주구 
                해라! (오토바이 가서 시동걸며) 알아봐 줄게, 손님!
재천            어 그래
친구 간다. 민규도 나간다.

재천            밥 먹자, 민규야!
민규 대답없이 가버렸다.

재천            저 녀석 왜 또 저러니?
상옥            몰라요. 돈 얼마 물어줬냐구 묻더니 괜히 혼자 삐졌어요
재천            말해줬어?
상옥            자꾸 묻는데 그럼 어떡해요?
재천            (화를 낸다) 이놈아! 그러게 말해주지 말랬잖았어?
상옥            아부지는 맨날 민규밖에 몰라, 씨!
상옥, 축구공을 빵하고 차버린다. 많이 차 본 솜씨. 우당탕거리며 부엌으로 간다.
S#4. 수경 안방 (낮)
수경모, 수경부에게 웃옷을 갈아 입혀준다. 급하다.

수경부          멀쩡한 옷을 왜 갈아입히는 거야?
수경모          구겨졌잖아요! 얼른 갈아 입으세요!
하고는 전화기를 들고 급하게 번호를 찍어댄다.

수경모          얘네들이 집이 있나 모르겠네!
수경부          누구?
수경모          수한이랑 애주 부를려구요!
수경부          그 애들까지 불러들일 거 뭐 있어?
수경모          얘네들 집에 없네! 거기 핸드폰 번호 좀 불러줘보세요!
수경부          우리가 먼저 보구 애들은 나중에 보라구 해요! 글세!
수경모          당신 또 그 사람 앉혀두시구 엉뚱한 말씀하실까 걱정돼서 
                그래요!
수경모 자기가 돋보기를 보고 번호를 찍어댄다.

수경부          내가 무슨 엉뚱한 소릴 하다구 그래요?
수경모          …(찍고) 수한이니? 그래, 나다! 니들 지금 어디 있니?  하
                남? 거긴 왜 갔니?

수경모, 잠깐 좀 이상하다.

수경부          하남 갔대?
수경모          그래? 어떡하니? 집에 좀 왔으면 하는데? 수경이 그 남자
                가 지금 인사 온단다! 그래서 아버지 말씀이  이왕에 서루 
                얼굴보는 거 니들두 같이 만나보면 어떻겠나 하셔서!
수경부          내가 언제 그랬어요?
S#5. 집근처 까페
수경 이상하단 얼굴로 동규 본다.

수경            자기 방금 뭐라구 했어? 돈 빌려달라구 했어?
동규, 아차 싶어 얼른 얼굴을 바꾼다.

동규            농담이야 관둬!
수경            뭐야, 진짜?
동규            농담이라니까!
수경            으응? 이상해?
동규            이상할 것 없어! 네가 어떻게 나오나 보구 싶어 그냥 한번 
                해본 소리라니까!
수경            그런게 아닌 것 같은데, 뭐야? 솔직히 말해봐. 뭐 급한 일
                이라두 생긴 거야?
동규            아니라니까!
수경            아이, 뭐야? (화낸다)
동규            … 정말 아무것두 아냐! 수경이 한번 테스트 해본거야!
수경            체! (웃고) 궁금하면 말해줄게! 난 돈같은 거 빌려주구, 받
                구 그런거 싫어. 절대 안해! 없으면 안 쓰구  말지. 남한테 
                꾸구 그런 성격 아냐! 됐습니까?
동규            됐습니다! (쓰게 웃는다)
수경            얼른 일어나!
동규            선배하고 약속있어 안 된다니까!
수경            잠깐 들러서 인사두 못해? (야속하다)

S#6. 수경거실 (낮)
수경모, 준비 다 해놓고 기다리느라 창밖을 내다본다.


수경모          여보, 와요!
수경부          와?
수경모          네! 어머, 키가 상당히  크네? 178?… 180은 안  될 것 같
                구? 그쵸? 178에 72,3 킬로 정도 되겠다!
부모 기대가 크다.
S#7. 수경 집 앞
쥬스 한 박스 사들고 오는 수경과 동규


수경            (종알거린다) 어쩌면 팔씨름하자구 하실지 모르구?
동규            팔씨름? 나 자신없는데?
수경            아님 갑자기 시  한수 외워 보라구  하실거야! 그래, 맞다 
                아마 그럴거야!
동규            시라니?
수경            애송시가 있느냐, 있으면 한번 외워봐라!  우리 새언니 우
                리집에 처음 인사왔을 때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 발발 떨
                면서…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
                이여…! 완전 코미디였잖아!
동규            나 제대루 외우는 시 하나두 없는데? 어떡하지?
수경            고등학교 때 배운 것 못 외워? 컨닝해,  내가 뒤에서 프롬
                프더 역할 해줄게!
대문 앞에서 서로 돌아본다. 수경, 동규의 몸매무새를 다시 한번 점검해준 다.

수경            걱정마요! 동규 씨! 우리 아빠 엄마 좋은 분들이셔!
동규            (웃는다)
수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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