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호텔 소연회실 입구 (낮)
50대 후반의 남녀 하객들이 쌍으로 혹은 혼자씩 들어가고 있다. 입구에선 수한과 애주 부부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화사한 차림들이다. 손님들, 수한 부부와 인사도 하고 덕담도 하고 세련된 처신들을 하고 있다. 윤 사장,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수한아, 축하한다. 아유, 아저씨 오셨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등등의 인삿말들을 나누고. 한무리의 손님들이 들어가고나자 수한, 시계를 본다. 애주 여보, 이제 들어가죠. 수한 글세, 이제 오실 분은 거의 다 오신 것 같지?
애주는 그 사이에도 얼른 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그들 너머 화사한 생화장식들로 미루어서 이집의 형편이 꽤 괜찮아 보인다. 이런저런 회사 대표의 이름으로 보내진 생화에는 <축, 윤현수 선생 생신> 이라는 글이 씌여 있다. S#2. 연회실 안
역시 생화로 장식된 적당한 크기의 연회실 안에는 번호가 꽂힌 테이블이 세팅돼 있고 손님들로 자리마다 거의 다 차있다. 그 테이블마다 오늘의 주빈인 수경 부모가 인사를 다니고 있다. 화사한 차림의 수경과 사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손님들을 자리로 맞이하거나 혹은 뭐라고 인사를 하고 다닌다. 그런 중에도 수경은 자꾸 입구 쪽을 돌아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시간이 됐다 싶은지 웨이터들이 서빙을 하려는 듯 열지어 들어들 온다. 수경 초조한 모습으로 나간다. 막 나가려는데 수한과 애주 부부가 들어온다. 수한 야, 너 어디 가니? 수경 응, 잠깐. 애주 아가씨, 이제 시작할 건데요? 수경 (달려나가며) 금방 와요!S#3. 호텔 1층 로비
수경이 급하게 나와 누군가를 찾는다. 행여 잘못 찾나싶어 게시판을 본다. 그 수경 뒷쪽에 이 호텔의 각 룸에서 오늘 열릴 행사들이 씌여져 있다. 무슨 무슨 동창회 등등과 함께 <윤현수 씨 댁 가족모임>이라는 글도 붙어 있다. 수경, 다시 시계를 보는데 홍여사가 급히 들어온다. 화려하나 지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패션.
홍여사 수경아! 너 나 때문에 나와 있구나! 어떡하니, 미안해! 수경 예, 아줌마! 지금 오세요? 홍여사 글쎄, 세미나가 예정 시간보다 길어지잖니? 아우, 불참을 미리 통보해야 했는데, 마이 미스테익이야!
수경, 열린 승강기 문으로 홍여사 안내해 드리며
수경 먼저 올라가세요, 아줌마. 홍여사 같이 안 가? 수경 네, 전 조금. 홍여사 어 그래? 몇 층이랬지? (게시판 다시 보고) 3층, 세파이어 룸? 오우케이!
하고 우아하게 엘리베이터로 가는데 문이 닫히려 한다.
홍여사 아, 잠깐!
하는데 문 닫혔다.
S#4. 호텔 앞 거리
마음이 급해진 수경, 택시가 서는 입구까지 나가서서 내다보다. 그래도 안 온다. 수경 화난다. 애주가 나와서 소리를 친다.
애주 아가씨! 뭐해요! 얼른 오세요! 수경 네, 알았어요!
수경 급하게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다시 한번 혹시 기다리는 사람이 오나싶어 애타게 돌아본다. S#5. 연회실 안
홍여사가 자기 좌석에 앉은 인사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다. 큐빅으로 장식된 우아한 명함케이스에서 내 놓는 우아한 명함. 여성평생 생활패턴 연 구원 부원장 겸 교수 홍지성.
하객 아, 교수님이시군요? 홍여사 아, 네. 하객 아, 네에, 반갑습니다. 여성평생 생활패턴 연구원? (아리송한 얼굴)
하는데 사회자가 나와서 수한의 소개를 하는 중이다. 다들 자리잡고 앉아 있고 수한이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수경이 조심스레 와서 가족석에 앉는다. 수한의 어린 남매들도 어른스럽게 옷입고 얌전히들 앉아 있다. 6세, 4세 정도.
수한 바쁘신 중에두 불구하시구 이렇게 주말의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저희 아버지께서 우리 나이루 환갑이 (하는데) 수경부 야! 관둬! 그 환갑이야기 하지 말랬잖아!
그 바람에 왁∼웃는 하객들. 수경, 그 틈에 다시한번 문을 돌아보고, 그러나 이미 닫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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