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동영상 콘텐츠 산업 발전의 조건
하동근 iMBC 대표이사

온라인 산업 분야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산업분야다.

디지털에서는 콘텐츠의 다양한 형태의 유통이 가능하고 이는 이른바 아날로그처럼 통조림형식이 아니라 레고형식의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콘텐츠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날로그 시대나 오프라인 산업영역보다 온라인 산업 영역에서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콘텐츠에 대한 대접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 순위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참조해보면 대개가 포털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고, 은행, 쇼핑 사이트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뉴스, 소프트웨어 등 온라인 산업의 핵심 기반이 되어줄 다양한 문화 콘텐츠 서비스들은 마이너리티 그룹에 속해 있다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중의 하나인 음악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질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저작권자들과 온라인 서비스 업자들 사이에 벌어진 수년에 걸친 지지부진한 갈등 끝에 현재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음반 산업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온라인 음악서비스는 갈수록 고갈되는 음악콘텐츠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가수 이승환 같은 이는 가요계에 이어 공연계마저 붕괴되고 있다며 더 이상 음반을 내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다. 온라인업체와 네티즌들이 만들어 낸 음악계의 현주소는 어쩌면 암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이후, 일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영화와 방송 등 동영상 콘텐츠의 저작권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 같다. 언뜻 보기에는 그럴듯한 모양일지는 모르지만 과연 그 속셈은 무엇일까? 저작권법이 개정되고 정부에 자율적으로 정화를 할 테니까 봐달라는 것인지 모르지만 문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저작권은 법적인 권리이지만 저작권의 유통은 시장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는 상도의가 있다. 불법 유통이 계속되고 또 인터넷 업계가 이를 조장하거나 방조하고 있는 이상,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온라인 음악시장처럼 황폐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론 음악시장처럼 동영상 콘텐츠업계가 그냥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불법 콘텐츠 유통에 대해 일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정말 그들 말대로 사회적 상도의에 기반을 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실제 행동을 하는 것이 정부관계자를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과연 인터넷 업계는 불법 콘텐츠를 제대로 삭제하고 차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가? 방송사의 인터넷 자회사들이 보낸 공문에 적시된 수많은 불법자료를 공문을 보내기 전에는 왜 모니터링을 하지도 않았고 또 삭제조차 하지도 않았는지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저작권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의 보호는 단순 윤리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산업 전체가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콘텐츠가 보호되어야 오프라인에서의 패션, 출판, 발명과 같은 지식과 창의력이 디지털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도 다시 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지금 저작권자와 다투고 있는 일부 인터넷 업계도 제대로 혜택을 받으며 해외로 더 넓은 시장으로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가 단순히 일회성으로 애매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거나 대강 적당히 얼버무리며 피해 간다면, 동영상 콘텐츠 산업 미래와 발전은 없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기본이 철저할 때 미래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