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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규제라기보다 당연한 정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안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한 꼼꼼한 청사진을 그려본다.
돈 내고 영화 본다’는 당연한 상식이 국내에서는 꽤 오랜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합법적인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들이 등장했고 그 논의가 확산되면서 국내에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버퍼링되는 VOD 스트리밍 방식이 아니라 다운로드로 영화파일을 합법적으로 받아보고, 소장도 가능한 서비스들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다운로드받아 영화를 소장하거나 굽는 기존의 불법적 행태들의 화질과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유료체제로 향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먼저 지난해 11월 2일 워너홈비디오코리아(이하 ‘워너’)와 iMBC가 제휴해 국내 최초의 영화 유료 다운로드 전용 사이트 ‘다운타운’(downtown.imbc.com)을 열었고, KTH는 영화 포털사이트 ‘파란’을 통해 같은 달 vod.paran.com으로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까지 스트리밍 중심의 포털 콘텐츠시장에 다운로드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파란은 지난해 7월 200여 편의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판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스트리밍 방식이 아닌 다운로드 방식으로 콘텐츠를 내려 받은 후 PC나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로 감상하고 소장까지 가능하게 한다. 한편, 씨네폭스(www.cinepox.com)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에 돌입했고, 씨네로닷컴(www.cinero.com)은 지난해 4월 말 월정액제 방식의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그간 불법이 합법처럼 암묵적으로 횡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 1일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이처럼 저작권을 가진 각종 온라인 콘텐츠시장은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이 각종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시장의 격동의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은 그래서 유효하다.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 어디까지 왔나?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은 워너였다. 워너는 MBC에 이어 SK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영화 및 TV 시리즈 콘텐츠의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올해 1월부터 워너가 배급하는 콘텐츠는 싸이월드와 네이트닷컴을 통해 다운로드받아 PC는 물론 PMP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용 가격은 해외 TV 시리즈가 편당 2,000원이며 영화는 최신영화 10,200원, 신작영화 7,800원, 일반 영화 6,300원 등으로 다양하게 가격이 책정됐다. <프렌즈>와 등의 인기 드라마와 <시계태엽 오렌지> <와일드 번치> 같은 고전영화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슈퍼맨 리턴즈> 같은 신작영화들이 주요 콘텐츠를 이루고 있다. 한 번 다운로드받으면 영구소장이 가능하며 불법복제 방지기술인 DRM이 적용됐으며, MBC 드라마 역시 추후 서비스할 계획이다. 파란의 경우 현재 최신영화를 비롯 약 110여 편의 영화 콘텐츠를 제공 중이며, 다운로드 영화 콘텐츠는 매주 업데이트된다. 이용방법은 다운로드 메뉴로 이동, 원하는 영화를 선택해 'PMP 다운'이나 'PC 다운'을 선택하면 된다. 한 달 동안 10,000원으로 무제한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건당 결제도 가능하다.
다운타운이 문을 연 지 현재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워너는 내부적으로 특별한 마케팅 없이 시행한 온라인상의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슈퍼맨 리턴즈>의 경우 DVD가 출시된 지 2주 만에 다운타운에 서비스를 개시하는 시험적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그 대상이 DVD 구매자들에게로 한정됐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조처였다. 워너의 조홍연 부장은 “현재 <슈퍼맨 리턴즈>는 단일 타이틀 다운로드로는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다음으로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치를 보였다”며 “그것이 과연 홀드백 기간을 짧게 한 이유에서인지, 또한 그것이 개봉 시의 흥행과 DVD 판매량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상관관계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향후 1, 2주 안에 구체적인 분석자료가 나오겠지만 단지 개봉 시기와의 격차가 작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개봉 시기와의 근접성 외에도 편의성, 경제성 등 여러 요인들이 반영돼 있을 거란 추측이다. 이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워너는 향후 최신 개봉영화들에 한해 최소 2, 3주 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워너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다른 직배사와 배급사, 그리고 여러 포털사이트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워너는 다른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대형 커뮤니티사이트와의 사업확대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측도 싸이월드를 통해 영화 콘텐츠 선물하기 등 커뮤니티 기능과 결합된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며, CJ엔터테인먼트 역시 상반기 안으로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파란 또한 1월부터 네이트닷컴을 통해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면, 국내 포털 중 최초로 이 서비스를 시작하는 네이트닷컴에 이어 아직까지는 영화 VOD 스트리밍 서비스만 진행하고 있는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등도 곧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 이처럼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는 막 시장이 형성돼가고 있는 단계다. 파란 커뮤니케이션팀의 이승희 대리는 “아직까지는 각 포털이나 서비스 업체들 간에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고 할 수는 없다. 사용자 현황 파악 등 지속적인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다들 저작권법 공포의 추이를 살피며 시범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로 보인다. 2007년이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개정 저작권법의 위력은 얼마나?
개정된 저작권법은 현재의 불법/합법 다운로드시장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지난 2년 동안의 지루한 입법추진 과정 끝에 지난해 12월 1일, 드디어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현재 운영, 향후 진행하고자 하는 업체들로서는 그 결정이 향후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나가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입법 자체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취지의 이른바 ‘우상호 법안’이 발의된 후 각종 시민단체, 저작권자 이익단체, IT업계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이런 논란을 반영, 몇 가지 수정이 이뤄졌으나 개정에 반대했던 측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주요 내용은 파일 공유 사이트 운영자가 권리자의 요청을 받는 경우 저작물의 불법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며, 영리를 위한 상습 저작권 침해 행위를 비(非)친고죄로 바꾼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은 저작권자 자신이 직접 침해 사례를 신고해야 처벌할 수 있는 기존 친고죄로는 수많은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제는 저작권자의 고소 없이도 바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불법 온라인 다운로드시장의 근원적인 근절이 가능하게 됐고, 이와 관련한 수익이 유료 다운로드 시장 등을 통해 곧 정상적인 형태로 환원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또한 개정법은 저작권 침해에 대해 사법적 구제 절차에만 맡길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사법적 결정이 이뤄질 시점에서는 불법복제의 특성상 이미 구제의 실익이 없을 정도로 복제물의 유포가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 문화관광부 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행정상 즉시강제’ 권한을 부여했다.
이번 개정 저작권법에 대해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불법적 무료로 인식되던 그간의 다운로드 환경에 대해 대대적인 메스를 가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처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습적으로 영리 목적의 불법복제를 하는 경우 친고죄 적용을 배제한 것은 무척 현실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당초 ‘반복적으로’라는 요건을 기존의 타 법령상에 사용되고 있는 ‘상습적으로’라는 요건으로 수정한 것도 중요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의 도동준 연구원은 “원래 ‘반복적으로’라는 문구 자체가 새로 들어온 용어라 법원 해석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기존 타 법령상의 문구로 수정함으로써 좀 더 엄격한 적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벽한 낙관론이 대세인 것만은 아니다. 시네마서비스 배급/유통팀의 이원우 실장은 “다운로드한 다음 처벌 전 바로 업로드 하는 문제, 컴퓨터 하드에 몇 박 며칠 얼마간 저장돼 있는지 등의 기준, P2P사이트에서의 다운로드에 대한 여러 기술적 조치 등 몇몇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불법적인 걸 합법적으로 옮겨가는 큰 물결이라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긍정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법은 공포된 후 6개월 후, 정확히는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된다. 어쩌면 문제는 개정과 발효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 향후 적용에 있을 것이다. 도동준 연구원은 “이번 개정이 유의미한 전환점이긴 하지만 문제 해결의 중차대한 대책은 못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실제 처벌사례가 늘어나길 원했던 개정인 만큼, 결국 수사당국이나 관련기관들의 적극적인 수행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제도가 의식을 바꿀 수 있을까?
개정 저작권법은 현재의 심각한 저작권 침해 현황과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는 문화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정책적 목적을 담보하고 있다. 그것은 비디오매출 비중이 급격히 줌과 동시에 DVD 부문의 성장 역시 정체된 국내 부가판권시장이 겪고 있는 고통과 그리 다르지 않다. 70%를 웃도는 극장매출 비중과는 달리 DVD 부문 매출은 2002년 이후 1%대에 머물러 있다. 극장매출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비디오와 DVD를 합친 부가판권시장이 최근 몇 년간 점진적으로 증대해온 미국, 일본 등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국내 DVD시장의 장기 침체는 타 국가와 비교해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불법 다운로드의 기승과 부가판권시장의 몰락을 상식적인 인과관계로 묶을 수 있다면, 개정 저작권법의 발효는 향후 부가판권시장의 활성화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유료 다운로드시장은 개정 저작권법의 직접적인 완벽한 수혜자가 될 수도 있고, 부가판권시장의 틈새시장 정도로 그 범위가 축소될 수도 있다. 어쨌건 유료 다운로드시장이 올 상반기를 지나 새로운 이윤 창출구가 되리란 전망은 그리 틀리지 않다.
물론 중요한 문제점들도 있다. 첫 번째는 역시 적정가격 책정 문제다. 현재 서비스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문제로, 대체적으로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이들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에 대해 ‘비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DVD 출시사들이 눈물겨운 가격인하 경쟁을 벌였던 것만 봐도 그것은 당장의 문제처럼 보인다. 유명 DVD 커뮤니티 사이트인 ‘DVD프라임’의 한 회원은 최근 한 유료 다운로드 회사 관계자가 DVD프라임 내에서 적정가격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을 봤다”며 “오히려 기존 불법 P2P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의견을 냈다. 상시적으로 DVD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보다, 저작권법의 발효로 인해 기존의 불법 사용자들이 그쪽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빈번하지 않겠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현재 출시 DVD가격의 70% 정도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워너의 한 관계자는 “점진적인 가격인하와 더불어 TV 시리즈의 경우 전체 시즌을 구입하면 40% 정도 할인해주는 방안 등을 시행하는 등 가격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P2P 이용자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을지, 그래서 이러한 유료 서비스가 한시적인 틈새시장이 아니라 항시적인 동영상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의 문제다. 일단 그 다운로드 속도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인 IT강국답게, 가격으로 만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속도로는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과 불법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을 넘어 무료에서 유료로의 전환은 그 이성적 감각마저 마비시킬 수 있는 큰 문제다. 지난 역사를 돌아봐도 이 정도만큼의 대대적인 전환이 있어온 경우는 드물었다. 파란의 이승희 대리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막대한 물량을 투입한다고 해서 기존의 유저 패턴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며 “조심스레 사태를 관망하면서 현재는 양질의 콘텐츠 판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네마서비스 이원우 실장도 “불법시장의 사용자들이 합법시장으로 얼마나 넘어올지는 정말 미지수다.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분명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긴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흑자를 기록할 만큼의 이윤창출을 낳을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그래도 불법적인 걸 합법적으로 끌어온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다. 전망은 계속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 내 자금의 흐름은 최근 몇 년간 오직 극장에만 집중돼 있었다. 그것은 산업적으로 불운하고 불안한 구조이기도 하다. 유료 다운로드시장이 불법 다운로드는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위축된 부가판권시장의 해방구가 될 수 있을지, 그 모든 현상을 2007년에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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