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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자연 다큐멘터리'의 최삼규 PD가 'PD가 말하는 PD'라는 책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하늘을 지붕 삼아 땅을 이불 삼아
『곤충의 사랑』을 제작하면서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관찰했던 경험과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고 이어서 기획한 프로그램이 바로 『어미새의 사랑』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후 필자는 과분하게 국내외적으로 많은 상과 과찬을 받은 바 있지만 나는 오로지 이 프로그램의 촬영을 담당한 훌륭한 카메라맨을 잘 만난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들라면 『뻐꾸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나는 그 동안 국내 TV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영상을 세 가지 정도는 만들어보리라 맘먹었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첫 번째 아이템이 바로 자기가 직접 알을 품지 않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번식을 하는 뻐꾸기의 번식 생태를 담아보는 것과, 두 번째로 원앙이 새끼가 알에서 갓 깨어난 후 하루 동안에 어미로부터 점프 교육을 받은 후 다음 날 아침 무려 7-8m나 되는 고목나무 둥지 꼭대기에서 땅으로 번지 점프하는 모습을 담아보는 것, 그리고 셋째로 물총새가 나무 가지 위에서 시냇물 속으로 뛰어 들어 물속의 고기를 사냥하는 순간을 담는다면 참 재미있는 영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영상을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관건은 이런 장면을 어떻게 촬영해 낼 수 있느냐였다. 다행히 카메라맨이 소니사에서 만든 XC-999라는 소형 감시용 카메라를 구해 와 녹화용 VCR에 연결해 촬영해 보니 꽤 괜찮은 것 같았다. 그리고 수중 하우징에 넣어 물속에서 촬영해보니 그런 대로 쓸 만해 보였다.
일단 카메라는 준비되었는데 뻐꾸기가 탁란 하는 둥지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이후 촬영 팀의 화두는 오로지 뻐꾸기뿐이었다. 어떤 생태 사진 자료를 보니 개개비 둥지에 뻐꾸기가 알을 난 사진이 실려 있어 이리저리 수소문해보니 퇴촌에 있는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에 있는 갈대밭에서 개개비가 많이 번식한다고 해 고무보트를 타고 개개비 둥지를 뒤지고 다녔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를 입고 사람 키보다 훨씬 큰 갈대숲을 헤치며 다니자니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힐 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거머리가 많은지. 그래도 뻐꾸기가 탁란 해 놓은 둥지를 찾아야한다는 일념으로 이런 고통을 참고 한 달 동안을 뒤져보았지만 통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쉬 포기할 수가 없어 뻐꾸기가 우는소리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이렇게 3개월을 쫓아다니며 진이 다 빠져 둥지 찾기를 거의 포기할 무렵 충북 청원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묵은 까치둥지에서 번식하는 파랑새를 촬영하는 도중 ‘뻐꾹뻐꾹 뻑뻐꾹’ 다급하게 우는 수컷 뻐꾸기 소리에 근처에서 날아온 뻐꾸기 암컷이 다급하게 숲 속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을 오디오맨이 보고 그 근처 숲 속을 뒤진 끝에 개나리 덩굴 속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뻐꾸기가 방금 알 하나를 낳아 놓은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파랑새 촬영하던 것을 멈추고는 부랴부랴 시내에 나가 백반을 사 가지고 와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 근처에 뿌렸다. 혹시나 뱀이 와서 그 둥지 속의 알을 물어가기라도 하면 정말로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둥지 근처 가까이 민가가 있어 문간방을 한 달간 임대해 그 곳에서 기거하며 둥지 위에 꼬마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그 모니터 라인을 문간방까지 끌어 뻐꾸기 새끼가 부화하고 차례로 붉은머리오목눈이 알을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숙주새가 물어다 주는 곤충들을 먹으며 성장하는 전 과정을 촬영해낼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찾아와 제 새끼가 잘 크고 있나 확인하고 가는 낳아준 부모를 따라 날아가 버리는 뻐꾸기 생태의 모든 비밀을 성공리에 담아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어미새의 사랑』을 처음 기획했을 때 촬영하려고 했던 원앙이 새끼의 번지점프와 물총새의 물 속 사냥 장면도 담아낼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면 때로는 끼니를 걸러 가며 위장막 속에서 밤을 꼬박 세기도 하고, 어떨 때는 풍찬노숙을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기도 하다. 게다가 촬영하고자 하는 대상을 끈질기게 찾고 또 그것을 촬영해내고자 끊임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픈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물론 인내심과 끈질기게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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