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앞둔 MBC ‘거침없이 하이킥’은 코미디면서 드라마다. ‘메리대구공방전’은 드라마지만 코미디 같다. 둘은 시트콤과 드라마라는 다른 장르에서 출발했음에도 유사성을 갖게 되는 이유다.

‘하이킥’의 에피소드를 보면 코미디가 드라마적 요소보다 훨씬 더 많다. 10개의 에피소드중 7개 정도는 코미디며 3개 정도는 멜로 드라마다. 하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하이킥’을 코미디로보다는 드라마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김혜리가 카메오로 파격 변신을 하며 준하를 스토킹하는 엽기 코믹 납량 특집물을 선사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고, 이순재의 몸개그 에피소드도 완전한 실패작이 돼버렸다. 대신 민용이 민정에게 프러포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지가 우는 모습에 훨씬 강한 감정이입을 한다.

이는 제작진이 처음부터 의도한 결과다. 김병욱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정통 시트콤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작인 ‘똑바로 살아라’에서 정통시트콤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단발성 감정라인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킥’은 코미디적 요소를 중시하되 드라마 트루기 기법을 가미시켜 연속성이 강하게 만들어졌다. 멜로라인의 감정선은 계속 연결된다. 오후 8시20분에 방영되는 관계상 일일연속극과 경쟁해야 하므로 정통시트콤으로는 경쟁 자체가 힘들다는 점도 감안됐다.

‘하이킥’이 비교적 빨리 뜬 이유는 캐릭터가 빨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특성과 캐릭터간의 관계만 구축되면 에피소드는 잘 먹힌다. 에피소드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관계를 극대화시키거나 배반함으로써 웃음이 유발된다.

앙숙관계로 설정된 민용과 해미는 원수로 지내는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잘 지내도 ‘매일 싸우던 얘들이 웬일이니?’ 하면서 볼 수 있다. 우정과 애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민호와 범이는 서로 좋아해도 재미있고, 범이는 독사에 물린 민호의 상처를 빨아주었지만 민호는 독사에 물린 범이의 다리 상처의 피를 빨아주지 않아도 웃음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캐릭터간에 이뤄지는 코믹 에피소드는 시간이 갈수록 안 먹힐 수밖에 없다. 이제 각 캐릭터에 새로운 속성이 추가되지는 않기 때문에 코미디는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동안 주변인물로 ‘에피’가 없었던 박간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있다. 평소 짝사랑하는 유간을 위해 수영장에서 생전 해보지 않았던 배치기 다이빙을 시도하는 박간은 ‘어설픈 남자’의 대변자로 많은 남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트콤과 드라마의 접목은 쉬운 작업은 아니다. 분위기 잡는 멜로를 하다가 갑자기 코미디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민정선생에게 절절한 사랑을 쌓아온 윤호는 집에 돌아오면 이내 바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하이킥’은 코미디와 드라마적인 요소의 적절한 접목과 배분으로 양쪽의 요소를 다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혹자는 ‘시트콤이 무슨 놈의 러브라인이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통시트콤의 진화 과정으로 보는 게 타당할듯 싶다.

그렇다면 ‘하이킥’ 제작진이 왜 러브라인의 결말에 대해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지를 이해할만하다. 러브라인은 제작진의 의도와는 다르게 젊은 시청자들을 편 갈라 놓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코미디 요소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나버린 상황에서 드라마의 끝을 보여주는 ‘러브라인’의 결과마저 노출되면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병기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