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고재완의 TV돋보기] MBC-TV '거침없이 하이킥'(김병욱 김창동 김영기 연출 · 송재정 이영철 외 극본)은 일일 시트콤이다. 하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트콤이라고 단정해서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 특히 지난 26일과 27일 방송된 155화와 156화는 더욱 그랬다.

멜로+액션+성장+가족=시트콤?

26일에는 준하 스토커 혜리(김혜리) 에피소드와 함께 신지와 민용의 미묘한 관계가 방송됐다. 이날 제작진은 아예 '웃음'은 준하와 혜리에게 맡기고 민용과 신지에게서는 눈물샘을 자극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민용은 민정의 짐을 챙기기 위해 신지의 집에 들렀다가 우연히 방문을 고쳐주게 된다. 그런 그를 보고 있는 신지의 마음은 왠지 따뜻해지고 둘은 오랜만에 오붓하게 저녁을 함께 먹는다. 하지만 술을 마시러 나간 바에서 신지는 청천벽력 같은 민용의 프로포즈 이야기를 듣는다. 민용이 잠깐 나간 사이, 신지는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그를 보는 민용이 가슴 아파 하는 가운데 성시경의 '차마'가 흐른다.

이날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성시경과 '차마'가 모포털사이트 검색순위에서 갑자기 상위권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만큼 음악과 이야기가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의미다. 156화 역시 민용과 신지, 민정은 각자 다른 생각으로 슬퍼하거나 행복해한다. 그리고 민호는 유미를 잊지 못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소리질러댔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일 152화에는 유미와 민호의 가슴 아픔 이별이야기가 간첩 2명을 간단하게 제압하는 액션을 보여준 윤호와 함께 그려졌다. 또 지난 1월 8일 42화에서 준하가 첫 출근한 날 바로 다시 백수가 된 후 모든 가족이 식탁에 모여앉아 불을 끄고 흐느끼는 장면은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도대체 이것이 시트콤이 맞단 말인가.

가족과 청춘, 두 장르론 만족 못한다

민호와 유미의 사랑, 민용과 민정 그리고 신지의 삼각관계는 여느 멜로드라마 못지 않게 애절하다. 또 유미 가족에 대한 윤호의 추적은 액션영화를 방불케 한다. 개성댁 부분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시트콤이라고 부르기에는 여러 장르의 복합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이런 뒤죽박죽 시트콤인데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하이킥'의 시청률은 20%를 넘나들며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김병욱 PD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작가·연출진들은 '가족 시트콤의 대가'다. 이들은 1998년 '순풍산부인과', 2000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02년 '똑바로 살아라'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이름을 날렸다.

이런 가족 시트콤은 대부분 에피소드를 개성있는 캐릭터와 연결해 웃음을 유발한다. '짠돌이' 박영규나 '찬방지축' 미달이, '고집센' 노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출연자들간의 러브라인은 부족한 것이 사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사귄다고 해도 그 뿐이지 더이상은 없다. 연인은 항상 행복한 데이트를 하고 싸울때도 웃길 때 뿐이다. 헤어져도 그리 오래 사랑에 가슴 아파하지 않는다.

'순풍산부인과'의 이태란-김찬우 커플,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최윤영-권오중 커플, '똑바로 살아라'의 안재환-홍리나 커플이 모두 그랬다. 끊임없이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논스톱' 같은 청춘 시트콤과는 다른 면이다.

'시트콤 위기론'이 돌자 이들은 지난 2005년 '귀엽거나 미치거나'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가족 시트콤과 청춘 시트콤을 융합했고 여러 장르를 가미했다. 재벌가와 갤러리 이야기를 기본 축으로 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늘 사랑때문에 고민하고 반목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 캐릭터 구축도, 러브라인 구성도 실패한 '귀엽거나 미치거나'는 조기종영하는 불운을 맞았다. 이후 1년 만에 절치부심해 만든 것이 바로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실패가 이들에겐 약이 된 듯하다. 이들의 장기인 캐릭터 구축은 출연진 모두가 팬들에게 닉네임을 얻는 것으로 완성됐다. 러브라인은 탄탄해져 시청자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고 미스터리나 액션에서는 완성도의 미진함을 실험정신이 보완했다.

늘 해왔던 가족 시트콤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이들은 더욱 업그레이드된 복합장르를 들고 다시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을 두고 '시트콤 위기론'을 말하는 이들은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이들이 또 어떤 색다른 재미를 들고 나와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아무도 모른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처음 연기를 시작한 신지는 26일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유례없는 호평을 받았다. 이순재와 나문희는 '야동'과 'S라인'으로 팬들을 젊은층까지 넓혔다. 박해미의 "OK!"는 유행어가 됐고 정일우는 데뷔작으로 스타대열에 합류했다. 그래서 어떤 장르인지 말하기도 불분명한 '거침없이 하이킥'을 만들어낸, 김병욱 사단의 도전정신에 더욱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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