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MBC TV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에 이어 15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그는 20일 일간스포츠 취중토크 인터뷰에서 "처음엔 편성 시간 때문에 이 시트콤이 총알받이인 줄 알았고, 야한 동영상을 보는 '야동 순재' 컨셉트도 마뜩잖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뉴스데스크 앞에는 대개 일일드라마가 포진했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이 이례적으로 8시 20분에 일일극 대신 편성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순재는 "처음엔 우리가 희생양이라는 생각 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웠던 게 사실"이라며 "후배들을 불러 놓고 '기운 내자. 열심히 해보자'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가족들 몰래 야한 동영상을 보고 악성 댓글을 다는, 괴짜 한의사 이미지에 대해서도 처음엔 부정적이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방송 전 캐릭터를 잡는 과정에서 다 늙은 나이에 무슨 '야동'이냐며 처음엔 이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방송되면 무조건 욕 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이 와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야동 접속 방법, 댓글 올리는 과정을 전혀 모른다. 시트콤 촬영 전 아들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배우려고 했는데 아들이 '곧 말로 컴퓨터를 조종하는 시대가 온다'고 해 아직 못 배웠다며 머쓱해 했다.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은 달라진 세상 덕분이며 "돌이켜 보면 내가 요즘 세대의 사고방식과 기호를 못 따라간다는 생각도 든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단순한 인기 시트콤이 아니라 내 연기 인생을 돌아보게 한 채찍과도 같다"고 말했다.

7월 종영되는 이 시트콤은 가을께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 이순재는 "올 가을 사극 '이산 정조대왕'과 영화 두 편 정도를 병행하게 될 것 같다"며 "곧 결정하겠지만 영화 주연 제의도 들어와 현재 세 편으로 압축해 놓은 상태"라며 웃었다.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