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안팎.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시청률은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KBS 1TV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과 비교하면 10%가량 낮다. 그런데 출연자들에게 몰리는 광고는 국내 어떤 프로그램과도 ‘비교 불가’. 이 시트콤 출연진이 ‘따로 또 같이’ 출연하는 광고는 현재 방영 중인 것만 15편에 이른다.

온 가족이 함께 나와 냉장고에 가득한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춤을 추는가 하면, 칠순이 넘은 이순재가 닭다리를 들고 “오늘부터 난 ‘마늘순재’야”라고 외친다. ‘내 이름은 김삼순’, ‘대장금’ 등 시청률 50%를 넘나들었던 ‘대박’ 드라마들도 누리지 못한 광고 호사, 왜 ‘하이킥’ 몫이 됐을까?

강렬한 캐릭터가 첫 번째 이유. 15초에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하는 CF의 특성상, 등장인물의 캐릭터로 승부를 거는 시트콤은 매력적인 소재. 전 출연진이 골고루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것도 시트콤이라는 형식이 있어 가능하다. 주인공 2~4명에 초점이 맞춰지는 드라마와 달리 시트콤은 매회 주인공이 바뀐다. 누구나 광고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박병철 본부장은 “ ‘하이킥’은 일단 화제가 되고 있는 시트콤인데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이 강하고 한데 뭉쳤을 때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했다. ‘하이킥’ 출연진을 모델로 빙그레 바나나 우유 CF를 제작한 크리에이티브 에어 신정기씨는 “드라마는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주인공 외에는 캐릭터가 약하기 때문에 단체 모델을 쓰는 경우가 드물지만 ‘하이킥’ 출연진은 연령대는 다양하고 개성은 뚜렷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하이킥’이 상품의 주 소비층인 10~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이 시트콤은 방송 다음날 매번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드라마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른다. 방송 시간에 관계없이 컴퓨터로 시청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의미. 김병욱 PD는 “50~60대 여성들이 많이 봐서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몇몇 드라마와 비교해 ‘하이킥’은 확실히 구매력을 가진 집단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10여 명 출연진이 각각 3~5편 광고에 출연하고 있지만, 1위는 민호(김혜성)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유미(박민영)다. 시트콤에서는 주요인물이 아닌데도 광고는 6편. 소속사인 싸이더스 HQ 관계자는 “극중 엉뚱하고 털털한 성격에 부담 없는 미모를 갖추고 있어 광고주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