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살아라> 등으로 시트콤 전문가로 각광받던 그는 2005년 방영한 전편 SBS
TV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단자릿대 시청률에 머물며 조기 종영의 치욕을 맛봐야 했다. 당시 “조기 종영은 안된다. 방송국에서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강력히 항변했던 그가 ‘와신상담’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창조해낸 역작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만방에 확인시켰다.
기획 당시 <거침없이 하이킥>은 스타급이 실종된 캐스팅과 몇년째 굳건한 아성을 쌓아온 KBS 일일극과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어
별 기대를 받지 못했다. 아니 30분 뒤로 시간대를 바꾼 MBC 일일극 성공을 위한 일종의 희생타가 아니냐는 조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김
PD는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지 못한 이들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 것이다.
그의 재기는 단순히 <거침없이 하이킥>의 흥행 정도로만 의미를 축소할 순 없다. 자칫 이마저 실패했다면 시트콤이란 장르가
안방극장에서 아예 종적을 감췄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계기로 SBS도 새 시트콤을 준비 중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을 논하며 베테랑 연기자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연기 10단’ 나문희의 코믹 연기는
압권이다. 그의 가공할 연기력을 통해 발현된 캐릭터의 생생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 이순재·박해미 등 관록있는 연기자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도 한몫 하고 있다. ‘야동 순재’라는 별칭도 자청하는 등 이들을 비롯 출연자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신선하다.
상식을 깨는 의외성 등 기발한 극중 내용도 흥미도를 배가시키고 있다. 불황 등으로 웃음이 실종된 사회에서 적절하게 과장된 상황 설정 등을
통해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어 더욱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존 시트콤이 매회 단절된 에피소드를 나열하던 것에서 벗어나 서민정과 최민용. 정일우의 삼각 러브 라인과 감정선 등이 극의 바닥에
흐르고 있어 시청자의 관심을 계속 붙들어 둘 수 있는 강점도 있다.
위기의 순간에 날린 <거침없이 하이킥> 팀의 만루 홈런이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기립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시청자 목소리
간만에 크게 웃었습니다. 요즘 조금 많이 우울했었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며 하루 하루가 즐겁네요. (시청자: 김가영)
오늘 하이킥의 가장 큰 공은 질투 순재에게 돌려야 할 것 같네요. 정말 배꼽 잡고 웃었습니다. (김길혜)
단지 웃겨서 하이킥을 좋아했던 게 아닙니다. 가족간의 끈끈한 정. 라이벌 관계 등.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과 정을 코믹하고
감동스럽게 펼쳐줘서 잘 보고 있습니다. (이재성)
시청자들은 너무 진지하게 빠져드는 사랑 이야기보다 웃음을 더 바란다는 걸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조흥래)
애정라인을 떠나서 이 시트콤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그냥 웃고 즐기고. 또 때론 감동적이기까지 하고… 하이킥이 하지 않는 주말은
허전하기까지 해요. (윤태숙)
-제작진 목소리
러브 라인을 세심히 그리다보니 시청자들이 누가 누구와 이어지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론 초심으로 돌아가서 웃음에 집중하는 시트콤을
만들겠다. 시청자들도 너무 러브 라인에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볼거리를 즐겼으면 한다.
또 미국 등과 달리 우리 시청자들은 잘 웃지 않는다. 웃음과 코미디에 대한 냉소주의가 없었으면 한다. 코미디를 교육적으로 생각하는 등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단순히 코미디로 생각하고 웃으면서 즐기길 바란다. (연출자 김병욱 PD)
이영준 기자 [blue@jes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