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김범은 친구 민호집을 제집 드나들듯이 해 ‘하숙범’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드라마상에서 밝혀진 정보는 순재(이순재)의 친구인 할아버지를 두고 있다는 점. 집의 위치정도와 넉살이 좋고, 혼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4차원의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이라는 정도다.

얼마전엔 민호(김혜성)의 여자친구인 유미(박민영)와의 입맞춤으로 ‘노숙범’이라는 애칭을 추가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사소한 다툼을 벌인 민호와 유미 커플을 화해시키려다 유미에게 딴마음을 품은 것. 잠든 유미 입술에 키스하다 민호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이후 일주일간 우정이냐, 사랑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초췌한 몰골로 민호 앞에 나타나 포옹하는 모습으로 ‘난리블루스’를 연출, 둘이 심각하게 사귀고 있다는 주위 의혹에 불을 댕겼다. 앞으로 극의 행보상 민호와 유미 커플의 최대 복병인 셈. 이같은 김범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유미보다 민호에게 가라” “남남커플이 제일 잘 어울린다” 등의 소감을 쏟아내고 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초반 설정엔 민호와의 관계가 약했다. 애드리브로 혜성형과 껴안는 장면을 설정해봤는데, 감독님이 좋다며 민호와의 관계를 지금처럼 부각시켰다. 실제 혜성형과 민영누나랑 친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자연스레 녹아져 나온 것 같다. 시청자들이 좋게 보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시트콤이어서 재미를 부각시켜서 만들어진 설정일 뿐, 실제 성격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 이 때문에 처음 대본을 받고, 시놉시스 상에 ‘엉뚱하고 호기심이 많고 특이한 성격을 지녔다’는 캐릭터 설명에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 또 주위의 특이한 인물들을 관찰해 지금의 ‘범이’ 캐릭터를 갖췄다고.

미스테리한 존재, 조만간 베일 벗어

극중 김범의 정체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로선 언제 그의 정체가 밝혀질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 심지어 팬들은 지난해 김범이 출연한 MBC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과 관련지어, 자신의 엄마인 미주(유호정)가 루키(이기우)와 재혼해 아직 신혼인 관계로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추측까지 내 놓을 정도로 김범의 정체에 관심이 크다.

이에 대해 김범은 “극중 범이 캐릭터의 정체에 대해선 나도 궁금하다. 앞으로 감독님이 내 정체와 관련해 가족들을 등장시키는 에피소드를 다뤄줄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며 “팬들의 상상력대로 ‘발칙한 여자들’과 연관된 상황을 만들어 주실지도 모른다”고 웃음 지었다.
민호와 유미의 러브라인 사이에서 이전 선택대로 민호와의 우정을 계속해 나갈지도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는 대목. 이에 대해선 “대본이 다 나와 있는 것이 아닌 터라 이후 행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만한 것은 없다. 이전 방송에선 민호와의 우정을 선택했지만, 유미를 잊지못하는 설정이 이어질 것이다”며 “유미에 대한 미련으로 어쩡쩡한 삼각관계를 유지하다, 비운의 사랑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전했다.

2700대 1 공개오디션 경쟁 뚫고 최연소 합격

김범의 첫 출연작은 지난해 인기작이었던 MBC 주말극 ‘발칙한 여자’로 극중 이혼한 미주(유호정)와 정석(정웅인)의 아들역할로 연기자 신고식을 마쳤다. 이전엔 KBS에서 실시한 신인 발굴 프로그램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에 27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본선 10명에 선정, 그중 최연소 출연자라는 타이틀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오디션에 참가한 계기를 물었다.

“몇해전 우연히 ‘대한민국 영화대상’에 관람객으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서로 다른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영화라는 공통분모로 한데 어울려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해 연기를 지망하게 됐고, 경험삼아 오디션(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운 좋게 붙었다”

연기경험이 일천한 가운데, 참석한 것이어서 걱정이 많았단다. 다른 출연자들보다 급조해서 연기를 배운 터라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 경험삼아 출연한 오디션에서 뜻하지 않게 행운을 거머쥐었지만 나아갈 길이 멀다는 겸손의 말을 전했다.

“현재 ‘거침없이 하이킥’에만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가 어려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이지만, 멜로와 액션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나아가 악역 캐릭터를 맡아보고픈 생각도 있다. 데뷔한지 얼마 안됐는데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복 받았다는 생각이다. 큰 사랑에 보답하고자 노력하는 김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멜로, 신파, 액션, 가족극 등 장르불문하고, 한편의 드라마 안엔 수많은 갈등이 혼재돼 있다.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순간 화해의 국면을 맞는다는 내용은 모든 드라마에 적용되는 설정. 대개 그럴 경우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 혹은 파멸로 이끄는 인물들이 주로 드라마의 향방을 거머쥔 ‘키맨’(Key Man)으로 등장하게 된다. ‘드라마 속 키맨’은 이처럼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비중으로 극의 행보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진도 기자 / rainfil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