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아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 단어들은 모두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연출 김병욱, 극본 송재정 외)'에 등장, 방송직후 포털 사이트 검색어 1~5위를 오르내리며 궁금증을 자아냈던 화제의 단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 3천만 명이 넘어선 현재 '검색어 1위'의 의미는 엄청난 수의 동시간대 인터넷 접속자의 공통 화제를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거침없이 하이킥'은 방송직후 어김없이 그날 방송분과 관련한 다양한 검색어를 양산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하이킥'에 '이형사' 역으로 출연한 데뷔 12년차 배우 윤서현은 지난 10일 극중 신지와의 멜로 라인이 진행된 후 자신의 이름이 1996년 TV 출연 이래 처음으로 검색어 1위에 올라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아 어리둥절한 하루를 보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검색어'와 '하이킥' 간의 밀접한 연관성에 얽힌 숨은 이유를 알아보았다.

1. 시청연령이 주로 10~30대 인터넷 인구

기존 일일 드라마 시청 시간대에 편성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시청층은 10~30대가 많다. 주부 시청자들이 꽉 잡고 있던 시간대를 '공부하거나 바깥일 하느라 바쁜' 10~30대들이 이례적으로 점령한 것. 굳어진 시청패턴이 어떻든 '일단 재밌으면 본다'는 진리를 '하이킥'은 입증한 셈이다.

실제로 당초 김병욱 PD는 "지상파 방송이 점점 중장년층 위주로 편성되는 데에 젊은층의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참신함과 새로움을 원하는 젊은층이 우리의 공략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PD의 '작전'에 동의한 10~30대 시청자들은 방송과 인터넷을 결합시키고 있다. 특히 '회자정리' '아프락사스' 등 고사성어나 문학작품 속 라틴어에 익숙지않은 10대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궁금증을 해결하는 습관을 활용하는 것.

이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 정준하가 이웃의 랍스터를 먹어 곤경에 처한 에피소드가 담긴 방송분이 전파를 탄 이후에는 '랍스터 가격'이, 박해미의 유창한 러시아어가 방송을 탔던 날은 '박해미 러시아어'가 검색어에 각각 오르기도 했다.

2. 제작진도 인터넷에서 틈틈이 소재 탐색중

제작진이 인터넷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검색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의지는 드라마 내용 곳곳에서도 읽힌다.

일흔을 넘은 할아버지 이순재가 '야한 동영상'을 보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장면이나, '회자정리'의 뜻을 주위 사람들에게 묻기보단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 짜는 고등학생 윤호(정일우)의 모습. 키작은 민호(김혜성)가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화를 참고하는 것도 모두 컴퓨터 앞에서 이루어진다.

3. '하이킥' 인기는 인터넷을 타고 퍼진다

'야동순재' '사육해미' '식신준하' '꽈당민정' 등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에 거침없는 불을 지핀 것은 인터넷 동영상이나 UCC, 패러디물을 통한 콘텐츠 확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스토리의 연속성은 있지만 있지만 25분물 한 회당 대강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트콤이기 때문에 '하이킥'의 동영상은 방송 직후 인터넷 여기 저기서 출몰한다. (물론 '불법'이라는 한계가 남아있지만) 어느 드라마보다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공식 홈페이지의 '다시보기'의 인기도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포털 사이트 검색어와 '하이킥'의 밀월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디씨 인사이드'의 하이킥 갤러리 이용자라고 밝힌 ID wogr**를 쓰는 한 시청자는 '기존 드라마처럼 남녀간의 사랑에 집중하거나 가족극 형식으로 방향을 잡는 등 평범해지기보다는 현재처럼 '하이킥'만의 독특한 맛을 살리는 것이 까다로운 인터넷 마니아들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 검색어 '회자정리'로 화제가 됐던 장면(위)과 '노숙범'으로 관심을 모은 김범(아래). 사진제공=MBC]

(장서윤 기자 ciel@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