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임성균 기자 tjdrbs23@>

이름만 떠올려도 시원한 '오케이'가 터질 것 같은 여자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박해미(42)를 만났다.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도 모자라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 주연과 기획까지 동시에 해 내고 있는 그녀가 서울 대치동의 공연장 분장실로 초대했다. 극중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 만난 박해미는 극을 훨씬 능가하는 시원, 솔직 그 자체였다.

- 방송과 공연을 같이 하려면 힘들겠다. ▶공연은 더블 캐스팅이라 일주일에 4번 나가고, 방송도 일주일에 4번. 중간에 일정이 겹치는 하루는 새벽부터 시트콤 촬영하고 곧바로 공연장으로 향한다. 돈을 못 벌어서 그렇지 항상 분주하고 바빴다.(웃음) 뭐라도 일을 저질러서 만드는 스타일이라 그렇다.

- 20년 이상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지만 방송은 '하늘이시여'가 처음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도 그렇고 나오는 것마다 대박을 터트려서 출연 요청도 많을 것 같다. ▶한동안 들어왔다. '하이킥' 출연 직전에 다른 드라마 출연 관계로 '하이킥'까지 그만 두라는 말을 들었지만 끝까지 '하이킥'을 고수했다. 이게 느낌이 좋았다. '하늘이시여'도 느낌이 좋아 덤벼들었는데, '하이킥'의 경우도 이 정도면 충분히 내 몫을 해내겠다고 생각했다.

- '하이킥'의 어떤면이 끌렸나.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라 좋았다. 보통 드라마는 허무맹랑한 얘기, 쓸때 없는 불륜이 많은데 그런 얘기는 짜증난다. '하늘이시여'도 솔직히 싫었던 스타일이었다. 내가 맡았던 역할도 이왕 할 것 같으면 더 강하게 뽕을 뽑았어야 했는데 애매모호하게 넘어가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

반면에 '하이킥'은 현시대를 반영하는 얘기를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재미가 있다. 또 직접 해보니 시트콤은 절대 얕잡아 봐서는 안 될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금 '하이킥'에서는 뽕을 뽑고 있나. ▶아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지 않나. 감독님이 음악이나 뮤지컬 적인 요소를 많이 넣으려 하시는데 이왕 할 거면 한 신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 매커니즘을 동원한다거나, 신지와 정말 멋진 노래 대결을 벌인다거나, 아니면 준하와 더욱 강한 성적 코드를 넣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사진 = 임성균 기자 tjdrbs23@>

- 실제로도 극중 준하에게 하듯 남편을 대하나. ▶크게 비슷한 면은 없다. 굳이 비슷한 면을 찾자면 남편이 뮤지컬 마니아인데 다른 직업이 있지만 좋아하는 뮤지컬을 위해 뮤지컬 제작 기획 쪽 일을 하게끔 도와주고 남편의 능력을 이끌어 줬다는 점이다. 내가 함부로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것도 남편의 든든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 기가 세 보인다는 얘기를 듣지 않나. ▶원래 기가 세다. 그래서 남편도 내 기가 센 것을 알고 먼저 많이 참아준다. 반대로 나도 그렇고. 많은 부부들이 그렇겠지만 이혼을 200번 해야 되는 상황에도 잘 사는 것을 보면 누구든 먼저 참기 때문이다.

- 극중 '싹퉁바가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실제는 어떤가. ▶실제로도 내가 '싹퉁바가지'라는 것을 인정한다. 할 말을 다 한다는 얘기다. 어른들과의 대화나 주종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순응하지 않고 왜 그런지 이유를 따진다. 그러면 어른들은 놀라기도 하고 버릇 없다고도 한다. 내 주장이 강하고 옳고 그름을 정확히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다. 특히 배우로서도 여배우는 약자고 순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드센 여배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 항상 대들었다.

-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박해미에 대해 섹시하다는 평이 많다. 특히 청소년들까지도 그런 글을 올린다. ▶하하하. 우리 아들들이? 정말? 사실 옛날에는 섹시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지금 불혹을 넘긴 나이인데 그런 얘기 들으면 민망하다. 그런데 만일 그런 얘기를 해주면 여자에게 너무 좋은 칭찬이다. 아름답다는 말보다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 몸매 관리나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나. ▶전혀 하지 않는다. 할 시간도 없고. 단지 모든 열량이 빠져나가게 무대에서 미친 듯이 뛰는 것이 운동이다.

- 극중 즐겨쓰는 오케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우리 주변에 오케이라는 말은 무의식 중에서도 정말 많이 쓴다. 내가 극중에서 하다보니 돌출되고 그게 명쾌하게 보여 좋아하시는 것 같다. 자꾸 쓰다보니 반응이 좋아졌다. 그것으로 뭔가 만들어 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전혀 못한다. 오케이 정도.(웃음)

- 굉장히 솔직한 것 같다. 솔직해서 손해본 적은 없나. ▶어마어마하게 손해본다. 아무 생각없이 말을 던졌던 사생활 얘기가 나중에는 몸쓸 여자 이야기로 돼 있었던 적도 있고 가장 기억나는 손해는 2000년에 공연을 날렸던 때다. 그때 '아이 두 아이 두'를 처음 무대에 올렸는데 함께 출연하는 배우와 억울하게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됐었다. 잠시 참고 무대에 올랐으면 됐을 텐데 내 성격에 잘 못된 것은 그냥 두지 못해 그 자리에서 뮤지컬을 다 날리고 수 억원을 날렸다. 지금도 전혀 후회스럽지 않다. 내가 손가락을 빨지언정 내 자존심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만족감을 느끼면서 일을 할 때 행복한 것이지 억지로 하는 일은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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