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서 자기주장 뚜렷 당당함 매력

합리적인 신세대모습…시청자 공감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며느리상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전에는 시어머니를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는 며느리(열아홉순정의 이윤지)가 인기를 끌더니 요즘에는 시어머니 앞에서 당당하게 할 말은 하는 커리어우먼 며느리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박해미다.

극중 박해미는 시어머니에게 너무나 당당하다. 아들 학원비를 내달라는 부탁뿐만 아니라 온갖 잡일을 시어머니(나문희)에게 시킨다. 뿐만 아니라 영수증을 잘 챙겨달라고 충고까지 한다. 말끝마다 “아시겠어요”라는 말을 붙인다. 그래도 박해미는 시청자로부터 얄밉기는커녕 멋지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물론 며느리의 이런 발칙한 태도에 대한 반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도련님(최민용)으로부터 “어느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가르치듯 얘기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문희도 자신을 부려먹는 며느리가 얄미워 ‘싹퉁바가지’라고 불러보기도 하지만 혼자 있을 때뿐이다. 막상 며느리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모든 상황을 수용한다.

박해미가 시어머니에게 ‘아시겠어요’라고 따지듯 말하면서도 욕 먹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시겠어요’라는 말을 할 때까지의 과정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박해미 화법의 특징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치지만 절대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시종 밝고 경쾌하다. 시어머니에게 욕실용 고무장갑과 주방용 고무장갑을 색깔별로 구분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빨간색은 주방용, 초록색은 욕실용, 그럼 베란다용은 무슨 색일까요”하고 뮤지컬적(?)으로 말한다.

게다가 한의사인 해미는 직장일도 잘하고 집안일도 한다. 시아버지(이순재)와 함께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해미는 의사로서의 실력에서 시아버지를 뛰어넘는다. 그래서 항상 많은 환자가 그녀를 기다린다. 시어머니에게 무조건 “밥 갖다 주세요”하고 요구만 하는 며느리도 아니다.

식구에게 대화할 때도 팩트(fact)가 우선시된다. 아들인 윤호가 다리를 다친 형 민호를 업고 가는데 1만원을 달라고 하자 1m에 얼마줄테니 영수증을 끊어달라는 식이다. 그래서 결국 6000원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해미는 명예퇴직 후 집에서 주식 투자로 돈을 잃고 있는 마마보이 남편을 두고도 금실이 좋다. 다른 가정 같으면 매일 불화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남편과도 재미있고 낙천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해미의 테크닉은 보통을 넘어섰다.

이처럼 가족과 시집식구를 자기식대로 제어할 수 있는 그녀는 요즘 대중에게 어필할 요소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자신의 생각을 속에 꾹꾹 담고 사는 며느리일수록 박해미의 행동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시원하게 시청할 수 있다. 덤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그녀의 넘치는 에너지도 조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