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집을 마치 제 집인냥 드나들어 하숙생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심지어
야동을 보고싶어 하는 친구의 할아버지에게 노트북을 잘 못 건드리면 폭발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는다.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듯 생각 없어
보이지만 주인공들의 기이하고 비밀스러운 행동을 홀로 목격하는 능력도 가졌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연일 화제를
모으며 등장인물의 4자 별명도 인기를 끄는 가운데, 홀로 '하숙범' '목격범' 등의 3자 별명으로 독자노선을 걷는 김범(18)의 존재도 화제를
모은다.
주인공인 민호(김혜성)와 윤호(정일우)의 학교 친구로만 설정된 김범은 부모는 누구며 집은 어디인지, 왜 친구 집에 눈치
없이 살다시피 하고 있는지 설명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심지어 지난해 방송된 김범의 첫 출연작인 MBC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자신의 엄마 미주(유호정)가 루키와 재혼해 아직 신혼인 관계로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추측까지 나돌 정도로 시트콤의
인기만큼 그의 정체에 관심이 크다.
"하하.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 정말 말 되네요. 저도 그동안 제 집이 어딘지 아빠 엄마는
있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극중에서 이순재 선생님과 나문희 선생님의 구박도 점점 심해지고 있고. 그래도 다행인 게 제작진에서 조만간 아빠 엄마도
생기고 집도 생길 거라고 하더라고요."
'발칙한 여자들'에서 만난 유호정과 정웅인은 연예계에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선배 연기자로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호정엄마(유호정)는 요즘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요. 밥도 사주시고 같이 쇼핑도 하고
최근에는 사무실에서 신을 실내화도 선물해 주셨죠. 남편인 이재룡 선배님은 일일극 세트 촬영이 같은 날이라 한번은 지나가는데 '너네 엄마'라면서
전화를 바꿔주셔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어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어린 나이에 곱상한 외모를 가진 김범은
갑작스럽게 주말드라마에 비중있는 역으로 캐스팅돼 거대 기획사의 신인배우 끼워 넣기가 아닌가라는 의심도 받았다. 하지만 정반대다.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통과한 그의 이력은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현 소속사에 3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으며 지난해
KBS에서 방송한 신인 발굴 프로그램인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에 2700대 1의 경쟁률을 돌파하고 최종 본선 10명에 선정됐다. 당시 김범은
10명중 최연소 출연자로도 화제를 모았다. '발칙한 여자들' '거침없이 하이킥' 모두 몇 차례의 엄정한 오디션을 통과한 끝에 발탁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떨어지는데 남이 붙는 걸 절대 못참는 성격이에요"라고 말한 김범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시절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의 일화도 소개했다.
ⓒ<홍기원 인턴기자>
"중학교에 올라가니 축구를 잘하는 애들이 너무
많은 거에요. 그래서 훈련 끝나고 혼자 남아 연습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주장까지 맡았죠. 한 경기만 이기면 서울시 대표로 발탁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경기에서 너무 큰 점수 차로 졌죠. 주장인데 민망하기도 하고 남에게 졌다는 생각에 그 길로 축구를 그만 뒀어요. 요즘은 취미로만
즐길 뿐이죠."
김범은 어린 나이답게 극중 분량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자전거가 아닌 윤호처럼 멋지게 모터사이클을
탔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이 아닌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나이답지 않은 당찬 각오도 숨기지 않는다.
"연예인이 되기보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는 계속 하고 싶고, 지금은 어려서 순진한 청소년 역만 하는데 꼭 기회가 된다면 강한
캐릭터의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