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침없이 하이킥'의 주요 배경인 집안 구조. 한 네티즌이 직접 제작한 이 도면이 드라마 갤러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갤러?   드라마 등 갤러리에 상주하는 사람들 일정 아이디 쓰며 프로그램 복기-해부

　야동순재, 밍크문희, 주몽해미, 괴물준하, 비굴민호….

　요즘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주인공들의 닉네임이다.

　이 별명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아닌 네티즌들이다.

　요즘 네티즌들은 TV 프로그램을 '소비'할 뿐만 아니라 '재생산'에도 기여한다.

　최근 들어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드라마 갤러리나 '텔레비존' 등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 드라마 마니아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감상과 정보 등을 교류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갤러리에 상주하는 사람들(갤러)은 일정한 아이디(고정 닉네임)를 계속 쓰며 드라마를 복기하고, 낱낱이 해부한다.

　앞서 예로 든 '거침없이 하이킥' 갤러리 역시 매일 수백건의 게시물을 통해 등장인물의 새로운 별명, 이미지, 동영상 자료가 올라온다.

　이런 현상이 새삼 주목을 끄는 이유는 '드라마 속 캐릭터 형성 과정'에 제작진과 시청자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큰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갤러리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은 실제 방송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거침없이 하이킥' 제작진은 시트콤의 한 에피소드에서 디시인사이드 '거침없이 하이킥' 갤러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정 갤러의 아이디를 방송에 내보낸 사례가 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네티즌들은 제작진과 소통하고 있다는 흥분감에 더욱 마니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최근 드라마 갤러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정성애씨(20)는 "주인공의 멋진 사진들을 찾다가 갤러리를 알게 됐는데 (갤러리를 통해) 드라마 속 숨은 내용까지 예리하게 집어내고 각자 새로운 별명을 붙이는 것이 신기했다"며 "같은 드라마를 몇 번씩 복습해도 새로운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단순히 수용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 공유하는 네티즌의 존재는 드라마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거침없이 하이킥'은 드라마갤러들의 열성적인 참여와 입소문 덕분에 최근 시청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 정상희(서강대) 명예기자 heeya0116@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