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정일우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여학생들이 몰려 있는 집 앞. 시비를 걸어온 옆학교 학생과 한판 붙으러 나가면서 오토바이로 급회전 묘기까지 보여준다.

사실은 감기에 잔뜩 걸려 오리털 점퍼라도 입고 싶은 게 속마음. 날씨도 엄청 춥다. 결국 얇은 가죽 재킷에 멋으로 목도리를 걸치고 나가 여학생들의 환호를 받지만 속으론 울상이다.

신인 정일우(20)가 연기하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둘째손자 윤호에겐 세상에서 폼 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 말 그대로 '폼생폼사'.

"싸우러 가는 장면 찍는 날 날씨가 정말 추워서 리얼하게 나왔어요. 오토바이도 원래는 못 탔는데 윤호 역 맡으면서 배웠고요. 아, 급회전 하는 건 다른 분이 하셨죠(웃음). 극 중에서는 남녀공학이지만 실제로는 남중, 남고를 나와서 여학생들한테 잘 보이고 이런 건 별로 없었어요."

전교에서 상위권을 다투고 엄마(박해미)에게 사랑받는 형 민호(김혜성) 때문에 윤호는 집에서 항상 뒷전이다. 성적이 80등이 올라도 7등 떨어진 형 때문에 관심도 못 받고 식구들에게도 천덕꾸러기 취급 받기 일쑤다.

"저도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고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그래도 윤호는 아빠(정준하)와의 관계가 돈독해요. 성적 80등 올랐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공원 가서 혼자 앉아 있는 거나 식구들의 편애 때문에 속상해서 집 나가는 거, 살다 보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촬영하다 보면 공감이 가는 일화가 많아요."

영화 '조용한 세상'에 잠깐 얼굴을 내민 신인 정일우에게 '…하이킥'은 기회다. 섬세하고 여린 귀공자풍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까칠해 보이는 정일우의 얼굴이 윤호의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져 10~20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이순재, 나문희를 비롯한 중견 연기자들이 든든히 떠받치는 '…하이킥'에서 연기를 배우게 된 것도 흔치 않은 기회.

"윤호 캐릭터가 멋있긴 멋있죠. 폼을 잡으면서도 귀엽고 따뜻한 면이 있고요. 촬영장에 팬들이 오시면 정말 신기해요. 그렇지만 나문희 선생님께서 충고해 주셨어요. '사람들이 '와~'한다고 휩쓸리지 말고 너는 그냥 연기를 하면 된다'고요. 참 감사하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기를 하고 싶어 매니지먼트사를 찾았고 오디션을 수없이 보다가 '…하이킥'의 행운을 잡았다. 어쩌면 이번 시트콤이 정일우에겐 연기자로서의 하이킥을 위한 준비 단계가 될지 모른다.

"정일우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는 게 신기해요. 아직은 감정을 살리는 연기가 어렵지만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있고요. 윤호가 말 툭툭 내뱉는 게 습관이 됐는지 집에서도 그랬더니 어머니가 '집에서는 윤호 아니고 일우'라고 놀리시던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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