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거침없는 인기 이유는

생생한 에피소드 일상서 막 퍼낸듯한 대사 웃음ㆍ감동

톡톡튀는 유행어 "오케이" "정말요?"…신인들도 맹활약

젊은층 공략적중 청춘스타 기용 1020 시청자 시선 꽉~

"요즘 '거침없이 하이킥' 때문에 일하는 것도 즐겁네요. 아침에 출근하면 동료와 어제 '하이킥' 봤느냐는 얘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시청자 김현은). "회를 거듭할수록 웃음이 더해갑니다. 어제도 배꼽을 쥐고 웃어 스트레스가 확 풀렸습니다"(시청자 황선미).

MBC일일시트콤(김병욱 연출 송재정 극본) '거침없이 하이킥'의 유쾌한 반란이 안방극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출생의 비밀, 불륜, 배신과 복수 혹은 암투와 계층갈등 등 안방극장의 '단골재료'가 배제된 이 '무규칙 이종드라마'는 말 그대로 매너리즘과 베끼기에 찌든 국내 방송가에 시원한 '한방'을 날릴 태세다. '거침없이...'의 거침없는 인기질주의 원인은 무엇일까.

▶'뻔한 이야기는 가라!'=우리네 일상에서 갓 건져올려 펄떡 펄떡 살아 숨쉬는 듯한 에피소드가 재미의 첫 번째 포인트다. '시트콤'이라고 등장인물들이 뻔한 오해와 갈등ㆍ화해를 반복할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시어머니 나문희의 운전연수를 돕던 박해미는 도로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반가움과 기쁨이 넘친다. "아니, 저 사람을 여기서 만나다니…" 그리곤 외친다. "여기요~ 호도과자 한 봉지요~!" 나문희가 아들 준하의 방귀냄새를 정상으로 되돌리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적어가는 '방귀보감', 할아버지 이순재가 인터넷으로 야한 동영상을 보다 들켜 망신을 당하는 '야동순재' 에피소드까지 시청자들을 배꼽잡게 만든다.

웃음 이면에는 세상사에 대한 비애감이 곳곳에 숨어있다. 유쾌남 준하는 실직의 고통 앞에선 우울증에 빠지고, 꿋꿋한 나문희도 어린 시절 식모살이를 했던 추억 앞에선 그저 서럽고 슬프다. 서민정은 전처 신지를 잊지 못하는 민용을 향한 애틋한 마음에 또 가슴이 아프다. '거침없이…'의 웃음은 깊이와 감동이 배어 있다.

▶"오~케이~" "정ㆍ말ㆍ요?" 유행어ㆍ새로운 스타탄생=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즐겨쓰는 대사는 극의 리듬감을 불어넣으며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원시원하고 바른말 잘하는 박해미의 단골대사는 "오~케이~". 어리버리하지만 순진무구한 서민정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상대를 바라보며 "정ㆍ말ㆍ요?"라고 묻곤 한다. 나문희가 며느리를 지칭하는 '싹퉁바가지'도 이제는 대중에게 익숙한 어휘가 됐다.

캐릭터 묘사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출연배우들이 지닌 기존의 이미지를 변형ㆍ발전시켰기 때문이다. '하늘이시여'의 악녀 박해미는 '거침없이…'에서 무속인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재탄생했고,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는 실권을 잃은 종이호랑이가 됐다. '윤호♥민정커플' 서민정과 정일우는 최근 시청자 게시판을 뒤덮을 만큼 새롭게 주목받는 캐릭터. 특히 서민정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조연에서 주연으로 떠올랐다.

▶10ㆍ20대를 공략하라!…역발상의 성공=이 같은 작품 내적 요인 외에도 효과적인 시청타깃층 공략이 성공의 견인차가 됐다. MBC는 전통적으로 일일드라마 시간대인 8시20분에 '거침없이…'를 배치하는 파격적인 편성을 단행했다. 3개월여가 지닌 현 시점에서 이 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기존 가족드라마 위주의 일일연속극에 질려 있던 10~30대 젊은층이 신선하고 유쾌한 '거침없이…'로 돌아섰다. 게다가 그 시간대 아예 TV를 시청하지 않던 젊은층을 TV앞으로 끌어들였다. 최영근 MBC 예능국장은 "신지ㆍ최민용ㆍ정준하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연기자들을 출연시켜 그 시간대 프로그램에서 소외됐던 젊은 시청자들을 타깃층으로 삼아 공략했다. 기존 경쟁사 일일연속극이 확보한 중장년층 시청자 대신 10~20대 젊은층을 끌어들이자는 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거침없이…'는 파격 편성과 명확한 타깃 시청층 공략이 작품의 질과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은정 기자(koal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