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서 민 정

인간미 넘치는 役이 내 스타일 부담스런 장면도 애교로 훌쩍

“악~! 이 선생님, 이러시면 안 돼요! 좋아했는데…. 이러시면 이제 안 좋아할 거예요!” 평소 흠모하던 이민용 선생(최민용 분)과 떠난 데이트길에서 결국 단둘이 한방을 쓰게 된 민정(서민정)은 갑자기 방에 불이 꺼지고 발목에 감촉이 전해오자 이 선생이 덮치는 줄 알고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이 선생은 방을 나간 지 오래.(1월 8일 방영분 중) 방송은 여기서 그쳤지만 시청자들은 상상할 수 있다. 뒤늦게 이를 알아차리고 머쓱해하며 이불을 푹 뒤집어쓸 민정의 모습을 말이다.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김병욱 연출ㆍ송재정 극본)에서 탤런트 서민정이 세상물정에 어둡지만 인간미 물씬 풍기는 역을 자연스레 소화하며 호평받고 있다. 젊은 연기자가 약간은 특이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는 쉽지 않은 일. 시트콤을 거쳐 간 수많은 젊은 배우가 ‘오버한다’는 평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서민정은 ‘똑바로 살아라’ 등에서 쌓아온 시트콤 연기의 내공을 발휘하며 ‘거침없이…’의 인기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정은 윤호(정일우)를 선도한답시고 나섰다가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는 ‘트레블메이커’이자 이 선생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푼수’로 등장한다. 민정이 가장 즐겨쓰는 말은 “정ㆍ말ㆍ요?”다. 순진무구함을 무기로 오히려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마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민정은 극중 이 선생, 윤호와 이중의 애정라인을 형성하며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같은 학교 선생인 민용을 안쓰러운 듯 바라보다 좋아하게 됐지만 동시에 제자인 윤호와도 야릇하고 미묘한 관계를 시작하는 단계다. 일반시청자들이 보기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설정이지만 서민정의 애교스러운 연기로 오히려 빛을 발하고 있다.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서민정 때문에 시트콤을 본다는 찬양성 글과 민정과 윤호를 이어달라는 탄원의 글이 줄을 이을 지경이다.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서민정의 시종일관 진지하고 심각한 역할은 남의 옷을 빌려입은 듯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거침없이…’에서는 ‘물 만난 고기’마냥 맹활약 중이다. 시청자 한정아 씨는 ‘전엔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서민정의 코믹 연기가 아예 몸에 밴 느낌’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서민정은 “감독님이 평소 제 모습 그대로를 보이라고 해서 이에 충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정 기자(koal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