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거침없이 하이킥' 가을개편 승부수

'순풍…'이후 성공작 없이 고전…김병욱PD 안방 구원투수로

다가오는 가을 개편에서 지상파방송 3사를 통틀어 두 개의 일일시트콤이 폐지되고, 하나가 신설된다. 두 갈래의 엇갈린 행보 속에서 국내 시트콤의 불안정한 현주소가 드러난다. '오박사네 사람들'로 시작된 국내 시트콤은 '순풍산부인과'에서 초절정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공작이 없어 안정된 장르로 정착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유치하거나, 뚜렷한 시청층을 잡지 못해 표류하다가 조기 종용되곤 했던 것. '순풍산부인과'의 신화 김병욱 PD와 송재정 작가의 귀환으로 주목받고 있는 새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은 이 시점에서 가족시트콤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국내 시트콤의 시작은 1996년 주병대 PD의 작품 SBS '오박사네 사람들'이다.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오경장' '아빠는 시장님' 등이 전파를 탔다. 시트콤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은 지난 2001~2003년 방영된 '순풍산부인과'. 기존의 슬랩스틱식 에피소드에서 벗어나 캐릭터 중심의 형식을 도입해 큰 인기를 끌었다. 개성 강하지만 현실적인 캐릭터와 일상 속에서 건져올린 생생한 에피소드, 인간의 본질을 파고드는 풍자 등이 압권이었다.

MBC '남자셋 여자셋'이 미국 '프렌즈'를 한국식으로 변형시키는 데에 성공한 이후 시작된 청춘시트콤의 계보는 '논스톱 시리즈'와 SBS '나 어때' '행진' '오렌지' 등으로 이어졌지만 인기몰이에는 실패했다.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담은 데다 대학생들의 실제 생활모습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곤 했다. MBC '세 친구'나 '안녕 프란체스카' 등은 시트콤 형식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으나 소재와 표현방식의 한계 등으로 마니아적인 비주류 작품으로 남는 아쉬움을 줬다.

시트콤이 줄줄이 막을 내리고 유일하게 남았던 KBS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와 MBC '논스톱 5'마저 종영이 결정된 지금, 지상파 시트콤은 위기다. 이 가운데 다음달 6일 첫 방송되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트콤의 대중화를 꿈꾸며 프라임시간대에 편성된 마지막 희망 같은 작품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김병욱표 시트콤의 공식대로 에피소드보다 캐릭터가 중심이 된 가족시트콤을 표방하고 있다. 서로 정반대 성격과 취향을 가진 형제가 중심이 돼 명예퇴직한 아버지(정준하 분)와 반대로 잘나가는 한의사 어머니(박해미) 등을 등장시켜 변해가는 가족의 권력구도 등을 파고든다. 미국의 '위기의 주부들'처럼 미스터리 요소도 가미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PD는 "시트콤이 설 자리를 잃은 지금,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 차별성을 지닐지가 관건이다. 비판이나 풍자가 없다면 시트콤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드라마가 못하는 영역의 기능성을 확장하고 싶다"고 밝혀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정은정 기자(koal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