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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참을수 없는' 원작과의 비교 |
시청 주도권이 40대 이상의 주부들에게 넘어간 지 오래됐다. 그래서일까? TV는 일탈과 불륜을 꿈꾸는 여성들로 넘쳐난다. 남편의 치료비를 위해
재벌 대학 동창과 하룻밤을 거래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자의 남편과 로맨스를 즐기기도 한다.
'누가 더 치명적인
불륜을 저지르는가?' 내기라도 하듯 지지고 볶는 드라마들 속에서 남자들이 '병원에서 정치하는' 드라마 '하얀거탑'은 오랜만에 먹는 '별미'같아
반갑다.
본질은 결국 사랑타령인 여타 전문직 드라마와 달리, MBC '햐얀거탑'은 멜로가 사라진 자리에 '정치'라는 요소를
심어놓는다. 대학 병원 정교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장준혁이라는 인물이 벌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우리의 현실을 섬뜩하리만치 정확히 반영하고
있고, 긴장감있는 전개는 7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주는 힘의 다름 아니다.

'하얀거탑'의
미덕은 또 있다. '햐얀거탑'에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없다. 금방 바다에서 건져올린 물고기 마냥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현실에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 악인도 되고 선인도 된다. '하얀거탑'의 인물들 역시 자신의 상황에 따라, 목적에 따라
선인과 악인의 양면성을 고루 다 보여준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장준혁은 홀어머니 앞에서 한 줄기 눈물을 떨구는 약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의사의 모범 답안처럼 보이는 최도영 역시 자신의 환자 때문에 딸과 보내는 시간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살아있는 캐릭터들 이면에는 마치 그 인물인 양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야비하고 때로는 비굴해지는 장준혁 역의 김명민에게
고뇌하는 영웅 '이순신'의 그늘을 찾기란 요원한 일이고, 부패한 권력의 대명사 우용길 역을 맡은 김창완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그 동안
드라마에서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이선균 역시 진정한 의사가 되고자하는 최도영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이주완 역의 이정길, 오경환 역의 변희봉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는 '책 읽는' 연기자들이 판치는 드라마들 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
모든 요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안판석 PD의 연출력이다. 영화 '국경의 남쪽'을 감독하기도 했던 안 PD는 섬세한 카메라 워크와
빠른 편집을 통해 의사들의 게임에 시청자들을 초대한다. 극 중 인물들이 고도의 심리전을 벌일 때면 카메라는 어김없이 그들의 눈빛에 초점을
맞추고, 사건이 벌어질 때면 순식간에 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지금 어떤 표정인지 훑고 지나간다.
이런 입체적인 연출 방식을 통해
시나리오와 연기는 '새 옷'을 입게된다.
이제 6부를 방송한 '하얀거탑'은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일본의 동명 TV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하얀거탑'은 초반 일본판보다 과연 나은 작품이 나올까? 라는 끝없는 의심에 시달렸으며, 현재 한 고비를 넘긴 시점에서 그러한 의심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정교수 선출 에피소드가 마무리된 후 벌어질 에피소드에서도 일본판과는 다른
한국적인 '하얀거탑'을 만들어낼 수 있을 수는 미지수.
호평으로 시작했던 드라마들이 종반으로 갈수록 완성도를 떨어뜨리며 실망감을
안겨줬던 예가 많았기에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일본판과 비교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지도 모른다.
리메이크작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원작을 뛰어넘기가 힘들다는 뜻일 터. 일본에서 크게 호평받았던 드라마를 선택한 '하얀거탑' 역시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원작의 무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게 분명하다.
이번만은 마지막 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명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위쪽부터 한국판 '하얀거탑', 일본판 '하얀거탑']
[조이뉴스24] 2007-01-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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