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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에 있는 것-없는 것
 
'하얀거탑'에 있는 것-없는 것

 

MBC TV 메디컬 드라마 ‘하얀 거탑’이 시청자들의 폭넓은 관심과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 만큼은 100%를 육박한다. 극 안팎으로 이미 성공가도를 향해 쾌속 질주하는 모양새다.

 

시청자들이 ‘하얀 거탑’에 흥분하는 이유는 잘 짜여진 이야기 구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중견배우 다시보기, 실사를 방불케 하는 세트 등으로 압축된다.

 

◇선악의 경계가 없다

 

‘하얀 거탑’은 1969년 일본의 야마자키 도요코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일본에서 78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드라마는 권력 쟁탈을 위한 의사들의 치열한 암투를 그린다. 적지 않은 시청자가 통속적인 ‘사랑 놀음’이 빠졌다는 점만으로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시한부 삶과 출생의 비밀, 여기서 비롯된 이룰 수 없는 사랑 등 식상한 이야기 구도에 갈증을 호소하던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청량제로 삼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실제로 있을 법한, 또 일어나고 있는 조직 내 권력다툼을 사실처럼 그려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 상대방을 짓누르고, 때론 누군가에게 짓밟히는 모습은 어느 조직이나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선과 악의 선을 명확하게 긋지 않는다. 악인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권선징악 구도가 빠져있다. 치졸함도 서슴지 않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어느 시청자는 “선인이 경우에 따라 악인이 될 수도 있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내 치부를 들킨 것 같아 창피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라며 씁쓸해 했다.

 

◇아슬아슬한 연기가 없다

 

신인들의 학예회 수준 아슬아슬한 연기력을 평가하는 ‘시험 무대’가 아니라는 점도 시청자들이 환영하는 이유다.

 

한 시청자는 “나는 완성된 밥상을 원한다. 밥이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켜볼 만한 여유와 인내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어색한 연기를 보며 괜시리 내가 민망해 지는 일은 없다”고 반겼다. 아울러 “‘신선함’으로 가장된 일부 신인들의 학예회 수준 연기를 안 볼 권리를 갖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배우의 변신이 있다

 

드라마를 감칠맛 나게 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중년배우의 이미지 파괴다. 이정길, 김창완, 정완용, 변희봉 등 베테랑들이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에 메스를 댔다. 특히 남에게 절대 싫은 소리 못 할 것 같은

 

‘옆집 아저씨’의 전형 김창완의 변신이 시선을 잡는다. 비열하리만큼 이해타산적이고 속물적인 내과의사 ‘우용길’ 역이다. 안판석 프로듀서가 소시민 이미지로 굳어졌던 김창완에게서 ‘악인’을 꼬집어냈다. 안 PD는 “잡지 표지에 실린 김창완의 얼굴 속에서 섬뜩하리만큼 매서운 느낌을 봤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이정길은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김명민)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후계자 자리를 안 내주려고 음모를 꾸미는 인물이다. 장준혁을 이유 없이 깎아 내리고, 파벌을 만드는 과정에서 권력을 움켜 쥔 이정길의 우스꽝스러운 면면이 노출돼 통쾌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정한용은 ‘의술은 산술’이라 믿는 인물이다. 교통사고 전문병원으로 부를 축적하고 돈이면 사족을 못 쓰는 속물의 전형이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드라마 내용 외적인 장면으로도 시선을 잡는다.

 

병원을 그대로 재현한 1200평에 달하는 세트 등이다. 수술실 2곳, 연구실과 집무실에서 병실에 이르기까지 병원 하나를 통째로 재구성했다. 의과대 교수들과 간호사 출신의 감수를 거쳐 각 방의 동선부터 소품 하나하나까지 재현해 냈다.

 

전문의들의 정확한 고증에 의한 리얼리티도 강조했다. ‘수술 배틀’ 등 전문화된 장면을 재연, 묘미를 살렸다.

 

‘하얀 거탑’을 향한 실망의 목소리도 일부 있다. “미국의 ‘ER’과 ‘그레이 아나토미’와 같은 메디컬 드라마를 원했는데, 정치 드라마 아니냐”는 식이다. 그러나 ‘하얀 거탑’은 애초 ‘의료계를 무대로 한 정치 드라마’를 표방한 바 있다.

 

문제는 남은 여정이다. 이제 겨우 스타트를 끊었을 뿐이다. 완성도 높은 극으로 시청자의 관심과 지지를 계속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관련사진 있음>

 

【서울=뉴시스】

 

 






2007-01-21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