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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은 치열한 정치 드라마다

이달 초 서울시 의사회가 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사실이 화제였다. 의사회가 드라마 속 남녀 의사들이 할 일 없이 불륜이나 저지르는 데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사실 많은 드라마에서 의사들은 환자는 돌보지 않고 연애질이나 일삼는 부유한 상류층으로만 묘사되기 일쑤였다. 이런 모습들은 사실상 의료, 혹은 병원 드라마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러한 면을 탈색시킨 드라마 <하얀 거탑>이 주목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얀 거탑>에는 연애박사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삼각관계나 멜로의 요소를 과감하게 버렸다. 주요 주인공들은 모두 유부남이다. 유부남임에도 불륜은 없다. 한국 드라마의 공식인 젊고 예쁜 여배우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색다른 이 메디컬 드라마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대신 이 드라마는 병원 조직에서 드러나는 치밀한 권력 다툼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 전개를 통해 보이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사실상 <하얀 거탑>은 정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의학 드라마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는 병원이 아니라 다른 일반 사회 조직에서라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사실로 보인다. 그동안 식상한 한국 드라마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이라면 차별화된 드라마에 호응을 보낼 만도 하다.

물론 <하얀 거탑>이라는 의학 드라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 한 해 의학 드라마가 사극의 아성을 깰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하얀 거탑>에 이어 <외과의사 봉달희>가 방영되고 있고, 외인부대 의사들의 활약기를 그리는 <이발사들>이 선보인다. 여기에 <종합병원2>가 기획중이며, 그 외에도 두세 개의 의학 드라마가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의학 드라마 열풍은 이나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와 같은 미국 의학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었다. 언제부터인가 지상파 드라마는 올드 세대의 전유물이 된 듯 젊은 층이 외면했다. 따라서 젊은 층이 열광하는 의학 드라마는 시청률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삶과 죽음을 둘러싼 병원의 긴박감은 극적 긴장이나 감동을 위해 좋은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시청자의 눈높이는 미국 메디컬 드라마의 다양한 에피소드, 사실감 넘치는 수술 장면, 치밀한 극적 전개를 통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국내 드라마가 이러한 기대 수준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하얀 거탑>은 미국 드라마에는 없는 권력 다툼을 통해 틈새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픽션과 현실의 괴리는 있다. 한국의 병원에서는 과장이 그렇게 파워풀한 위치도 아니고, 드라마와 달리 선거가 아니라 연공서열로 뽑는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한국적 색깔을 어떻게 덧칠하는가가 중요하다.

다만, <하얀 거탑> 같은 작품은 드라마 <하우스>와 같이 자칫 환자의 심리 없는 메디컬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외과의사 봉달희>가 보완해줄지 모를 일이다. <외과의사 봉달희>를 포함해 모두 의사의 시각이 강할 뿐이다.

병원은 의사의 공간이 아니라 환자의 공간이며, 시청자들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 공감을 쉽게 한다. 의사의 권력 다툼은 관심 밖이다. 그간 드라마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문제에 집중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의료 분쟁은 이 신뢰의 균열에서 비롯하고 있다. 메디컬 드라마가 이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한국적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 김헌식 문화평론가   
 
최소한 의사에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다큐멘터리와 의학이 만나 휴먼다큐와 인포다큐의 결합을 이뤄내고 있다. 11월 들어 신설된 의학다큐멘터리 <닥터스>, 의학휴먼다큐 <현장기록 병원>이 그것이다. 환자, 의사, 환자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을 치우침 없이 골고루 잘 비춰주고 있다. 병원은 결국 의사들의 관계가 아니라 이 세 주체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 복지 개념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 드라마에서는 많은 의학정보들이 나오지만 이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자기 실력을 자랑하는데 사용된다. 현란한 영어들은 눈을 어지럽게 하는데 이는 <외과의사 봉달희>에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지 <종합병원>이나 미국 의학 드라마를 흉내 내는데 불과해 보인다. 무엇보다 현실적 의료 제도에서 환자-시청자의 의료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병원은 의료 제도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 프로그램은 환자에게 필요한 공공의료 복지 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이제 메디컬 드라마도 단순한 감상적 휴머니즘이나 의사 고난 극복기, 병원의 권력과 조직적 관계에서 한발 벗어나 의료 제도를 둘러싼 신뢰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필요가 있다.

[데일리서프라이즈]






2007-01-20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