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의 종파를 확정지을 수 있는 구체적 증거는 부족하지만 어쨌건 그에게서 밀교적 성향이 아주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 [고려사]에 실린 신돈 전기에 따르면 편조는 술과
고기를 먹었고, 유부녀와 과부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과 성관계를 맺었으나 여전히
여인들에게는 신과 같은 훌륭한 스님(神僧)으로 인식되었다. 이로써 신돈은 성적 수행을
통해 해탈에 도달하려 한 좌도밀교(左道密敎)의 수행방식을 따랐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는 승려였을 때 추우나 더우나 항상 해진 옷 한 벌로 지냈다고 하는데, 이는 신돈이 수도에 정진하여 일정한 경지를 넘어선 스님임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신돈 전기에는 그가 머리를
기르고 나서도 밀실에서 비밀스러운 수도를 행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공민왕이 신돈을 가까이 하자 선종의 고승인 보우는 왕에게 ‘나라가 다스려지면 진짜 스님이 뜻을 펴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요망한 중이 때를 만난다’고 하면서 신돈을 멀리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오히려 왕사에서 밀려나고 유폐되기도 하였다. 보우에게 신돈이 요망한
중으로 보였던 까닭은 신돈이 좌도밀교의 수행방식을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신돈은 고려 전래의 밀교 혹은 티벳에서 전래된 밀교 승려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설사 그가
밀교 승려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밀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