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전 공사로 인해 나라가 피폐해지고, 백성들의 삶이 곤궁해졌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시중인 유탁 등 여러 신하가 공사 중지를 여러 차례 청하였지만 왕은 크게 화를
내며 유탁을 죽이려 들기까지 하였다. 19년(1370) 6월에 공사 도중 26명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명덕태후마저 공사 중지를 요청했으나 듣지 않았고, 며칠 후 심상챦은 여론을
의식한 신돈과 이춘부가 공사 중지를 요청하자 그제서야 마암의 영전 공사를 중지하고
다시 왕륜사의 영전을 수축하였다. 왕은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영전을 짓고 부수고
옮기기를 거듭하다가 21년 말에야 겨우 완공하였다.

왕은 노국공주의 영전을 짓느라 정작 자신이 거처할 왕궁 건설은 뒷전으로 미루었다. 공민왕 10년(1361)에 있었던 홍건적의 2차 침입으로 인해 개경이 함락되면서 대부분의 궁궐이 파괴되었는데 의례용으로 사용했던 대궐의 강안전(康安殿) 등은 복구되었으나 왕이 오랫동안
거처하였던 연경궁(延慶宮)은 더 이상 재건하지 못하였고, 19년(1370) 8월에 수창궁(壽昌宮)
재건이 시작되기는 하였으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던 탓에 생전에 왕이 머물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왕이 죽고난 뒤 즉위한 우왕은 공민왕의 소원대로 생전에 조성해 놓았던 정릉 서쪽의
묘(현릉, 玄陵)에 공민왕을 안장하였다. 그리고 우왕 2년(1376) 4월에 왕륜사 서쪽에
공민왕의 영전을 건설하기 시작하여 윤9월에 완공하였으며 이름은 혜명전(惠明殿)이라
하였다. 완공까지 고작 6개월 남짓 걸린 셈이다. 위에서 살폈듯이 공민왕이 노국공주의
영전을 짓는 데에는 거의 7년이 걸렸다. 노국공주에 대한 공민왕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