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국정을 편조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노국공주를 추모하는 사업에 몰두하였다.
공주가 죽은 이듬해인 공민왕 15년(1366)부터 본격적으로 공주의 능인 정릉을 치장하였고,
노국공주의 혼을 모시는 영전(影殿)을 송악산 기슭에 있는 왕륜사(王輪寺) 동쪽에
대대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왕은 영전 공사에 늘 신경을 썼고, 인부들을 직접 격려하는 등 몸소 공사를 독려하였다.
공사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서 영전 건설 책임자가 건설과 관련없는 위법행위를 했는데
당시 이 사건을 법적으로 처리하였던 실무자가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기도
하였다. 농사철에 비가 내리는데, 영전 공사에 신경을 집중했던 왕은 비 때문에 공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하여 날씨가 개도록 해달라면서 기청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영전은 짓고 옮기고 고쳐 짓기를 반복하면서 거의 7년만에 완공되었다.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사료에는 공민왕이 노국공주와 관련된 각종 공사에 국력을
쏟아부으면서 토목을 제외한 국가의 일반 사무는 거의 정지되다시피 하였고,
국고는 텅 비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편 왕은 죽어서도 공주와 함께 하고 싶어서
죽기 전에 이미 자신의 묘역을 정릉 서쪽에 조성해 놓았다.

왕은 틈만 나면 공주의 능인 정릉과 공주의 영혼이 머물러 있는 영전, 공주의 명복을 빌기
위해 기도하는 운암사를 찾았으며, 영전 근처에 있는 왕륜사에서도 각종 행사를 자주 가졌다. 특히 새해가 시작되는 정월, 공주의 기일과 생일이 있었던 2월, 왕의 생일이 있었던 5월에
방문한 기록이 많이 보인다. 정릉에서 치른 추모행사는 왕의 조상을 추모하는 행사와 같은
형태로 진행되었으나 더 비중있게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