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기황후가 그의 친족들을 각별하게 배려하였고, 조일신의 난 이후 공민왕도
표면적으로는 기씨 일가를 극진하게 대우했으므로 기씨 일족의 위세는 더욱 높아져 갔다.
원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내어 기철의 어머니인 영안왕대부인(榮安王大夫人) 이씨를 위한
잔치를 자주 베풀었고, 공민왕도 여기에 참석하여 대부인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기철은 공민왕 3년경에 요양행성(遼陽行省)의 정2품 좌승(左丞)에 임명되었고,
4년 정월에는 실질적인 최고책임자인 종1품 평장사(平章事)로 승진하여 계속 재임하였다.
요양행성은 지금의 랴오닝성 지역을 중심으로 한 만주 지역을 통치하였던, 격이 높은
관서로서 고려를 견제하는 기능이 강했고, 쌍성총관부(雙城摠管府)를 관할하는
상급기관이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당시 기씨 일족이 쌍성총관부의 지배세력과
연결되어 고려와 공민왕을 위협하였을 가능성은 컸을 것이다.

공민왕 5년(1356)에 들어서 원나라에서는 기황후의 아버지인 영안왕(榮安王) 기자오(奇子敖)를 경왕(敬王)으로 고쳐 책봉하였고, 3대를 추증하여 왕으로 삼았다.
또 기철에게는 대사도(大司徒, 사도는 왕의 스승이 될만한 사람에게 주는 정1품의 명예직)의
직함을 주었다. 기철은 공민왕이 원나라로부터 공신 칭호를 받은 데 대한 축시를 지으면서
신하라고 칭하지 않음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