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불꽃놀이

신돈 1,2,3회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 장면이 등장하였는데, 불꽃놀이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적어도 고려 때 행하여졌음은 여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려 때 기록 중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묘사한 글은 이규보(李奎報, 1168～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李相國集)에 실려 있는 수세(守歲)라는 시이다. 이 시에서 이규보는
섣달 그믐날에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행하는 풍습을 노래하면서‘뜰 가운데 폭죽소리는
어쩌면 이토록 여기저기에서 시끄러운가(庭中爆竹奈支離)’라고 읊었다.
이 폭죽은 말 그대로 젖은 참대를 불에 달구어 튀게 하여 커다란 폭음을 내는 것이었는데,
중국에서 화약이 도입된 이후에는 참대 대신 화약을 이용하여 불꽃놀이를 했지만
폭죽이라는 이름은 계속 사용되었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충혜왕 후3년(1342) 5월에 왕이 연경궁(延慶宮)에서 화산(火山)을
관람하였다는 기록이 나타난 뒤로 공민왕 원년(1352) 4월과 17년(1368) 4월, 18년 4월,
21년 10월에 각각 왕이 화산을 관람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화산은 화약을 사용하여 벌였던
큰 규모의 불꽃놀이였다. 이즈음까지 화약은 군사적인 용도보다는 놀이에 주로 이용되었다.

참고로 고려에서 화약을 군사적 용도로 최초로 이용한 사례를 역사서에서 찾아보면
공민왕 5년(1356) 9월에 군대를 사열하면서 총통(銃筒)을 발사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즈음 고려가 화약을 군사적 용도로 이용하려고 한 까닭은 왜구의 빈번한 침입 때문이었다.
고려에서 왜구의 상륙을 막고 이들을 수상에서 퇴치하기 위해서는 화공이 가장 유리한
공격 방법이었는데, 속도가 빠른 왜구의 배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불화살의 유효사거리를
최대한 길게 해야 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고려에서는 공민왕 22년(1373) 10월에 새로 건조한 전함을 살펴보면서
화전(火箭)과 화통(火筒)을 시험하였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이후 고려는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전함에서 사용할 기계, 화약, 유황, 염초(초석)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화포를 대량 생산하여 전함에 장착하는 동시에 화약을
자체제조하여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중국은 기계와 화약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최첨단 기술이었던 화약 제조 기술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려는 최무선(崔茂宣)의 선구적 노력으로 마침내 화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최무선의 주장에 따라 고려는 우왕 3년(1377) 10월에
화약 제조소인 화통도감을 설치하여 여러 종의 화기를 개발하여 실전 배치하였다.
화약은 우왕 6년(1380)의 진포(鎭浦: 지금의 전라북도 군산시) 해전, 우왕 9년(1383)의
관음포(觀音浦: 지금의 경상남도 남해군 북쪽) 해전에서 특히 큰 위력을 발휘하였다.

팔관회장면 중 불꽃놀이하는 모습입니다. (辛旽 2回中)

2005-10-12(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