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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누나’로 돌아왔다
“제가 한때 트렌디 드라마의 악녀 전문배우였던거
기억나세요? ‘못된 윤아’ 이미지 벗으려 애썼죠
당분간 안방극장의 ‘착한 누나’로 살겠습니다”

시원한 웃음만큼 솔직한 그녀. 송윤아는 “ ‘신현준, 송윤아’(페이스), ‘설경구, 송윤아’(사랑을 놓치다), ‘박중훈, 송윤아(불후의 명작)’ 등 제 이름이 남자 배우 뒤에 따라붙는 영화에만 줄곧 출연해왔던 것을 기억하냐?”고 물어왔다. 가만히 헤아려보고 있자니, “하지만 최근 개봉한 공포영화 ‘아랑’은 막중한 무게로 다가왔다”고 슬쩍 덧붙인다. 처음으로 그의 이름 석자가 남자 배우를 제쳤기 때문. 그는 이 영화에서 후배 이동욱을 이끌고 형사로 출연했다. “이름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했던 첫 영화였어요.”

그렇다면, 그의 배역이 아예 제목이 돼버린 드라마의 무게는 더욱 만만치 않을 터. 그는 12일부터 방송될 MBC 새 주말드라마 ‘누나’에서 사연 많은 ‘누나’ 승주로 등장한다. 부잣집 딸로 가족의 큰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아버지가 사업을 부도 내고 실종되면서 갑자기 동생들을 데리고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26세 미대생.

“ ‘아랑’보다 더 부담스럽겠다”고 하자 환한 웃음이 대답을 대신한다. “주말연속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여러 연기자들과 함께 하다 보니까 의지가 되는 부분이 많아요.”

작년 초부터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고 영화 2편, 드라마 1편을 연달아 촬영했던 그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좀 쉬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대 그리고 나’, ‘전원일기’의 김정수 작가. “사람 냄새 나는 훈훈한 이야기로도 높은 시청률을 올렸던 김정수 작가 작품에는 언제든 꼭 출연하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것이다.

단정하고 양순한 그의 이미지는 데뷔 초와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 시청률 60%를 넘었던 드라마 ‘미스터Q’(98년)에서 그는 ‘요즘 송윤아’ 같은 청순한 여주인공 김희선을 악랄하게 괴롭히는 속옷회사 디자인 실장으로 떴다. “트렌디 드라마의 전형적인 ‘악녀’ 역할을 제가 처음 보여준 셈이죠.” 아직도 ‘나쁜 송윤아’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 캐릭터지만, 그는 자칫 위험할 수 있었던 ‘이미지의 늪’을 당당하게 빠져 나왔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평생 조연의 길을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악역 전문 연기자가 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이후 류시원, 명세빈이 출연한 드라마 ‘종이학’에서도 그는 요염한 카바레 댄서로 등장했지만 가슴 속 고이 간직한 순정도 함께 그려내면서 ‘변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송윤아의 무명시절은 꽤 길었다. 4년.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드라마 ‘이가사 크리스티’(95년)에서 김희선과 송윤아는 하늘과 땅이었다. 당시 송윤아는 청춘스타 김희선의 학교 친구로 나왔지만 대사 한 마디 없었다. “촬영하지 않을 때는 감히 희선씨 옆에 얼쩡대지도 못했죠. 카메라가 돌아가면 그 뒤를 졸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었구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1학년 재학 시절, 모델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과 선배의 눈에 띄어 잡지 화보 촬영을 하고 단역 연기자로 출연하며 연예인의 길에 접어든 그는 “모든 게 얼떨결에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유달리 드라마를 좋아했던 아이였던 걸 생각해보면 인연이 있었나봐요. 일찍이 유치원 시절부터 애국가 흘러나올 때까지 TV를 봤어요. ‘봄비’에서 젊은 박근형 선생님이 빗 속에서 우산을 떨어뜨리며 김자옥 선생님을 와락 포옹하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니까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이웃 아주머니들이 드라마를 못 보면 저한테 와서 내용을 물어볼 때도 많았죠.”

중·고교시절에는 아버지가 TV 시청을 금지하자 집에 아무도 없을 때 TV에 찬 물수건을 올려놓고 드라마를 봤을 정도. TV에 열기가 느껴지면 시청 사실이 들통나기 때문에 생각해낸 묘안이었다.

3년전까지만 해도 밤 10시만 되면 아버지로부터 ‘귀가 종용 전화’를 받았다는 그, 하지만 “요즘 밖에서 늦게까지 놀아도 잠잠한 휴대폰을 보면 ‘아버지도 이제 연세가 드셨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혹시 그 시간에 남자 만나고 있기를 기대하시는것 아니겠냐?”고 묻자 눈을 흘긴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문제는 제가 아직 결혼에 대한 조급함이 없다는 점이에요.”

[조선일보 최승현기자, 허영한기자]






2006-08-1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