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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여 안녕이라고 스타일도 안녕인가요?

<나쁜여자 착한여자>의 성현아 VS <문희>의 강수연

20대 못지않게 날씬한 몸매를 갖고 있는 40대 중에서도 청바지를 멋스럽게 소화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꽤 오랫동안 40대 이상 사람들의 청바지 차림을 면밀히 관찰한 적이 있다. 그때 내린 결론이 청바지 차림이 촌스러우냐 그렇지 않으냐는 청바지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 ‘청바지는 다 똑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40대는 ‘봄도 오고 했으니 청바지나 한번 입어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날, 자신이 한창 멋부리던 시절에 입었던 청바지를 꺼내 입는다. 현재 유행하는 청바지의 핏이나 실루엣, 워싱 정도는 그에게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왜?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청바지를 입는다’는 사실이지 ‘어떤 청바지를 입을 것인가’는 아니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의 어떤 특정 시기를 지나고 난 뒤에는 눈과 귀를 막아 버린다. ‘소싯적’ 또는 ‘왕년’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어른들일수록 그런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들은 세상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왕년의 스타일’을 지켜나간다.

H라인 스커트는 커리어 우먼의 영원한 상징?

<문희>의 강수연이 좀 그렇다. 아이몰 백화점을 차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요즘의 문희는 이지적이고 냉철한 여성 사업가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녀의 스타일은 1980년대나 1990년대 여성 사업가의 스타일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2007년의 세련된 여성 사업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별다른 특색 없이 짧게 자른 단발 머리는 알록달록한 셀로판지에 ‘빠마’라는 글자를 새겨 넣은 동네 미용실에서 대충 자른 것 같은 느낌이 들지언정 지적이고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고, 그녀가 즐겨 입는 H라인 스커트는 튤립 스커트와 트라페즈 원피스에 길들여진 요즘의 눈으로 보기엔 고리타분해 보일 뿐만 아니라 ‘예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녀의,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앨범을 들춰보는 것 같은 느낌의 스타일이 <문희>라는 드라마까지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사랑과 진실> 시절의 드라마로 여겨지게 만든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 시대 최고의 여배우에게 감히 충고하건대, 시대가 변하면 ‘세련되고 도회적인 일하는 여성의 옷차림’의 기준 또한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스타일이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시대를 지나 ‘스타일은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무렵의 여성들은 더 이상 짧은 재킷과 H라인 스커트, 블라우스의 조합을 ‘일하는 여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여자’, 그러나 ‘요즘 여자’의 세련미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윤서경(성현아 분)을 보자. 윤서경은 아이까지 있는 의사이지만 종래의 드라마에서 의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추구했던 ‘검정 바지(치마)+흰색 셔츠’ 룩에서 탈피, 다양한 원피스 룩을 보여주고 있다. 새틴 혹은 리넨을 소재로 만든, 적당한 볼륨이 살아 있는 원피스에 빳빳한 소재의 코트를 매치하는 것이 그녀의 대표 룩인데 그녀가 선택한 아이템 하나하나에서 세련미가 풍길 뿐 아니라 얼굴형이나 배역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는 헤어스타일과 어우러짐으로써 한동안 세간에 유행했던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강수연이 1980년대 후반이나 1990년대 초반의 오피스 레이디 룩을 고수하는 것과 비슷하게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최진실 역시 1990년 후반에 유행했던 ‘미시 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진실=착한 여자, 성현아=나쁜 여자’가 아니라 ‘최진실=옛날 여자, 성현아=요즘 여자’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착하디착한 최진실 대신, 가정 있는 남자와 눈이 맞아 제 자식과 가족은 내팽개쳐둔 채 별장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성현아에게 자꾸만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데에 스타일의 영향이 아주 없다고는 못 할 것이다.

‘왕년’에 언니들은 멋있었다. ‘문근영, 김태희 저리 가라’였다. 그러나 “우리 땐 그래도 이게 최고였어”라는 고집은 영광의 날들을 영원히 과거의 일로 박제해 버릴 뿐이다. 이제 언니들도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간 ‘꼰대’라 불리기 십상이므로.

매거진T 심정희






2007.04.24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