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수목극 ‘메리대구공방전’은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마니아 드라마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네티즌은 비주류의 꿈과 현실을 보여준 이
드라마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하며 종영을 아쉬워했다.
비주류 인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은 흔히 비주류에서 주류로 진입한다든가, 아니면 영원히 비주류 세계에 남는 결말을 보여준다. 하지만
‘메리대구공방전’은 비주류들이 적당히 꿈꿀 만한 현실적인 미래를 그렸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등장인물들은 일과 사랑에서 황당한 현실과 목표를 설정하지도 않고, 자포자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언뜻언뜻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별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제법 현실감을 가지게 됐다.
뮤지컬 배우와 무협소설 작가를 꿈꾸는 ‘특급백수’ 메리(이하나 분)와 대구(지현우 분)는 ‘추리닝’과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매일 동네
공원을 배회하면서 본능적으로 이끌리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여기에 메리의 초등학교 첫사랑으로 12년 만에 재회한 얼짱 영어교사 선도진(이민우
분)과 짝퉁 패리스 힐튼 이소란(왕빛나 분)이 끼어들어 표면상 어긋난 사각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반칙을 서슴지 않고 남을 짓밟아야만 하는 주류의 군상들과는 한참 다르다. 메리를 놓고 대구와 도진이
벌이는 경쟁은 싸늘한 진검승부가 아니라 개성과 매력을 발산하는 마당이다. 악녀여야 할 것 같은 소란마저도 매번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맨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길을 간다. 여기에는 사랑을 얻으면 주연(성공), 사랑을 얻지 못하면 조연(실패)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의
멜로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낯설게 하면서도 매력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사실 비주류 인생들은 기가 너무 죽어 있어도 보기 싫고, 세상을
지나치게 우습게 봐도 냉소나 치기로 보이기 쉽다. 그러니 비주류들이 자신들만의 길을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메리대구공방전’에는
돈을 보는 시각도 재미있다. 돈이 없으면 비루해지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이 지적한 바, 돈은 위력은 있으나 뭔가
불안하다. 방학 동안에도 월급이 나오는 직장(교사)을 선호하는 현실, 고깃집에서 데이트를 하고 돈이 모자랄 때처럼 돈이 없는 사람을 춥게 만드는
현실도 존재하지만 돈이 너무 많아 친구와 남자를 사귀지 못하는 소란 같은 모습도 있다.
대구와 메리의 백수로서의 삶이 궁상맞기는커녕 유쾌하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최대 매력이다. 철학자나 무속인 분위기를 풍기는 풍운도사
리키박(이영하 분)과 ‘황제수퍼’ 주인 최황재(이병준 분) 등 조연들도 별로 즐거울 것 없는 조건이지만 그들의 삶은 긍정적이다. 돈이 없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험악해지는 건 아니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은 훨씬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유연하게 보여준 게
‘메리와 대구의 공방전’의 수확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07-06
(13: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