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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대구 공방전│“괜찮아, 나는 꿈이 있잖아” 하는 주인공이 좋다.

김인영 작가 인터뷰

 
t : 오늘 방영되는 이야기는 어떤 내용인가.

김인영 : 메리가 친구 동파에게 지방 공연을 소개받아 선금을 받고는 기쁨에 들떠 대구와 도진, 소란에게 저녁도 사고 가족들에게 선물도 사준다. 그런데 공연을 하러 내려갔더니 기대와는 달리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사기성 짙은 쇼단이었던 거다. 메리는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우쭐해서 왔는데 막상 해보니 아무리 뛰고 발버둥쳐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에 서러워지고, 집에도 못 가고 갇히는 처지가 된다. 그러다 대구가 내려와 도와주면서 서로의 마음도 좀 확인하고, 도진과 소란이 따라와서 본격적인 멜로가 시작된다.

t : <메리대구 공방전>의 원작이 된 인터넷 소설 <한심남녀 공방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땠나.

김인영 : <한심남녀 공방전>을 읽은 것은 작년 12월 말이었다. 사건이나 스토리가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지만 읽으면서 계속 낄낄거리게 되는 힘이 있었다. 보잘 것 없고 남루한 백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시시덕거리는 두 주인공이 예뻐 보였다. 그래서 그 에너지에 내가 좀 더 뼈대를 만들어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걸로 초대박을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웃음) 하지만 여기에 우리만의 색깔을 독특하게 입혀서 좀 더 세게 반짝거리도록 해보고 싶었다.

t : 일단 배경이 대구에서 서울 남산 한옥마을로, 특별한 꿈이 없던 메리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 캐릭터가 바뀌었다.

김인영 : 메리네 집에 외국인들이 드나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옥 마을을 떠올렸고, 백수들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만나는 일이 많으니까 좀 예쁜 동네면 좋겠다 해서 남산과 가회동을 배경으로 하게 됐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라는 설정을 준 것은 지금 비록 초라하게 놀고있을 지 언정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꿈이 없는 주인공을 내가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뮤지컬이라면 운동을 하거나 춤추고 노래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비록 옷도 매일 똑같은 것만 입고 연봉은 100만원이 안되더라도 “괜찮아, 나는 꿈이 있잖아”라는 마음가짐을 메리에게 주었다. 앞으로도 주인공으로는 이런 캐릭터를 쓰게 될 것 같다.

t : 주인공들의 부모 세대 이야기도 확장되었고, 메리네 집안이 임진왜란 때부터 대대로 의롭게 살아온 조상을 둔 것 등 과거에 대한 설정을 강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인영 : 사실 극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거기까지 정해 놓은 것은 우리가 이런 테마를 가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금 백수나 가난한 사람, 소외된 계층을 보며 못났거나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시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금 메리네가 강북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옛날에는 사재를 털어 독립운동을 했던 증증조 할아버지가 계셨던 집안일 거다, 남에게 아부 안하고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살다 보니 오늘날 그렇게 됐지만 이들은 결코 초라하거나 비굴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물 네평 아파트~”를 써낸 작가,“55평으로 가자!”고 덧붙인 감독

t : 조연 캐릭터도 정말 다양해졌다. 원작에는 아예 없었던 소란이네 가족이 등장했고 메리의 친구 은자나 황제슈퍼 아저씨 등 촘촘하게 배열된 이웃들이 재미를 더한다.

김인영 : 소란이는 멜로의 또 한 축을 세우기 위해 만든 캐릭터였는데, 그러다보니 정직하게 살아왔지만 늘 가난한 메리네 집과 대비되도록 자기만 살기 위해 남의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은 가족을 하나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은, 메리가 “이 동네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있어”라고 투덜거리지만 나는 이 사람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2탄을 만들어서 더 얘기하고 싶을 만큼. (웃음)

t : 대구의 직업이 무협소설작가다 보니 무협지의 대사나 세계관이 종종 등장하는데 원래 좋아하나.

김인영 : 무협지의 세계가 궁금해졌는데 시리즈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잘 아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았다. 불세출의 대가 김용 선생 작품 중 아무 거나 읽어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정말 대단한 작가였다. 인간관계 구축, 정과 질투와 열등감 등 내면 묘사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t : 메리가 트로트 가수 코러스로 아르바이트하는 장면에서의 추임새들은 어떻게 그렇게 생생한가. (웃음)

김인영 : 직접 해본 건 아니다. (웃음)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다 보면 재미있는 노래들을 많이 틀어주니까 누가 그런 걸 부를까 상상하다가 열심히 유치하게 써 봤다. 메리가 ‘아파트’의 코러스에서 “스물 네평 아파트~”라고 노래하는 건 내가 썼는데 마지막에 “55평으로 가자!”하는 건 고동선 감독이 현장에서 넣은 거다. 감독이 행간에 대한 상상력이 뛰어나다보니 메리가 명상하는 장면이나 대구가 벽에 등 대면서 파스 붙이는 장면도 연출로 살려 줬다. 우리도 쿵짝이 잘 맞지만 배우들도 너무나 잘 해주고 있다. 이하나는 전화해서는 꼭 메리같은 말투로 “언니! 힘내요!” 그러고, 지현우는 어린 친구인데도 낮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정말 즐겁게 촬영해줘서 고맙다. 이민우, 왕빛나같은 배우들도 기존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서 재미있다.

대구처럼 시작해서 메리처럼 5년을 버텼다.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건 에베레스트 등반대만 하는 일이 아니야.”
t : <메리대구 공방전>은 코믹하면서도 만드는 이들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뭔가 내 안에서 이만큼 키가 컸을 거야. 꼭 취직을 하고 통장 잔고가 늘어야만 발전한 건 아니야”같은 대사들이 크게 공감을 얻었는데, 당신의 20대는 어땠나.

김인영 : 스무 살을 갓 지났을 때 작가협회교육원에서 신인상을 받고, 학교에서도 소설이 당선되면서 연달아 세 번의 당선이 됐다. 그래서 내가 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드라마 작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는데, 인생이 웃기다보니 ‘좋았어, 이 길을 가겠어!’한 뒤부터는 안 풀렸다. 대구처럼. (웃음) 뭔가 되려다가 엎어지고, 96년에 <짝>으로 데뷔하기까지 5년 동안을 너무 힘들게 보냈다. 나는 항상 메리처럼 ‘나는 잘 할 수 있어. 나는 재능이 있어.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라고 외쳤지만 남들은 ‘니 대본은 재미없어’ 하는 식이었다. 그 때 정말 많이 포기하고 싶었는데 그 당시의 고생이 데뷔 후 지금까지 일하는 동안 나를 버티게 해준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건 에베레스트 등반대만 하는 일이 아니야. 나도 매일 주저앉고 싶은 나 자신과 싸우면서 산다구”같은 대사에 굉장히 감정이입을 해서 썼다.

t : 메리는 자서전 대필로 돈을 벌게 된 대구에게 “영혼을 팔았군!”이라고 했는데 혹시 영혼을 팔았던 적도 있나. (웃음)

김인영 : 드라마를 너무 쓰고 싶은데 일이 하도 안 풀리니까 경제 구성 프로그램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니고 적성에도 안 맞아서 한 석 달 하다가 그만두고, 석 달 하다가 PD랑 싸우고. 그러면서 데뷔 전 5년을 지냈다.

t : 하지만 메리가 꿈을 위해 매일 춤 연습과 노래 연습을 하는 것처럼 현재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을 텐데.

김인영 : 드라마를 다 챙겨 보면서 감독과 작가 이름을 다 적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시놉시스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엄청난 양의 노트를 만들었다. 혼자 극장 가서 영화보고 도서관 가서 책 읽고, 언제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 안의 불을 다스릴 수가 없다는 생각에 매일 뭔가를 끄적거렸다. 물론 ‘이렇게 쓰면 뭐해? 나한테는 기회가 오질 않는데’하며 운 적도 많다. 그 때 제일 힘들었던 게 나 자신을 믿는 거였다. 그래서 지금도 메리나 대구나 풍운의 대사를 통해 인생에 대한 생각을 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꿈을 갖고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그 꿈 때문에 고통받고 스스로와 싸우며 상처받지만 그것을 통해서 성숙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이신영이 “서른 살 넘으면 삶의 지혜도 얻게 됩니다. 인생엔 견뎌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생에서 견뎌야 할 때를 지나고 있는 주인공들 얘기를 많이 쓰게 된다.

t : <메리대구 공방전>의 마지막에 대해 힌트를 준다면.

김인영 :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이들은 끝까지 웃길 거다. 요즘 시청자 게시판에서 우리 드라마가 인생의 낙이라는 얘기나 산후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연을 보면 우리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 끝까지 그런 위로와 응원을 보내드리겠다.

t : 20대의 꿈을 이룬 지금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꿈은.

김인영 : 내 20대의 꿈이 드라마 작가가 되는 거였다면 30대인 지금은 좋은 작품을 쓰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거다. (웃음)

t :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김인영 : 가족과 친구. 여행. 운동. 따뜻한 관계

(인터뷰) 최지은 guilty@t-fac.com

(사진) 이원우 mcqueen@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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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4 (16: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