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 온도가 40도는 거뜬할 것 같았던 지난 11일. 햇볕이 한창 따가운 1시 반 경,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앞은 연신 땀을 흘리는 사람들과 벌겋게 얼굴이 익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MBC 드라마 <메리 대구 공방전> 9회 방영분의 촬영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극중 메리가 근무하는 황제 슈퍼 앞에서 메리와 풍운 도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벌써 다섯 번째 테이크를 넘어가고 있다. 붐 마이크를 든 스태프의 얼굴에서 연신 땀이 흘러내리지만 두 손이 묶인 터라 컷 소리가 날 때까지 흐르는 땀을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땀은 흐르고 그렇게 촬영은 시작됐다
|
“혹시 예전에 음악선생님이셨어요?” 메리의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감독의 컷! 소리가 들린다. 오디오에 주위의 소음이 섞여 들어간 탓이다. 바로 옆에선 남산 케이블카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고 황제 슈퍼는 도로를 마주보고 있어 지나다니는 차의 소음을 좀처럼 통제할 수 없다. 게다가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드라마 촬영 현장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시골에서 버스를 대여해서 놀러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주위의 스태프에게 “누구야, 저 사람?”, “뭐 찍는 거야?”라며 연신 질문을 퍼붓는다. 더운 날씨와 빡빡한 촬영 일정으로 1분 1초가 아쉬운 스태프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실한 대응을 잃지 않는다. 조용히 해달라는 조감독의 부탁에 한 할아버지는 “말도 못하게 하네.”라며 투덜거린다. “사람 통제 좀 잘해라. 한두 번 찍는 것도 아니고”라는 감독의 쓴 소리에 “비켜주세요”라고 외치는 스태프. 그 목소리에 놀라 자리를 피하는 이들 가운데에는 세도 역의 배우 이기열도 있다. 여러 번 반복되는 촬영에도 이하나는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품으로 들고 있던 뻥튀기 봉지로 장난을 치면서 웃는 이하나는 밝고 낙천적인 우리의 메리, 바로 그 자체였다.
|
3시경 풍운 도사와 세도가 만나는 장면을 찍기 위해 근처의 백범 공원으로 이동했다. 공원을 둘러 싼 녹음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촬영장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진다. 다음 장면의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짧은 휴식을 취한다. 벤치에 누워 신발까지 벗고 쪽잠을 청하는 한 스태프는 바로 드라마 속의 모습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한편 벤치에 나란히 앉아 연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이영하와 이하나는 마치 부녀지간 같이 다정하다.
펄떡거리는 젊음으로 꽉 찼던 현장
|
다시 촬영이 재개되고 더위와 소음에 지친 스태프들로 인해 현장에 옅은 긴장감이 감돌던 그 때 촬영장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MBC 최문순 사장이 격려차 촬영장을 찾은 것이다. 거대 방송사의 수장 같지 않은 소탈한 모습의 사장은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라며 모두를 격려한다. 이하나의 싸인을 받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은 팬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수트를 멋지게 차려 입은 지현우가 나타나자 "현우야, 이리와."라며 친근하게 부르는 이영하는 젊은 배우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현장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왕빛나는 귀여운 바비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무릎 위로 한참을 올라간 바지를 보고 이영하가 "(그거 보니까) 대사가 싹 다 날아갔어. 어떡하지?"라며 웃는다.
|
<메리대구 공방전>의 주 무대인 남산은 드라마의 정서와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메리대구 공방전>의 지배적인 정서인 ‘남루한 일상을 지탱하는 낙관의 힘’을 지지해주는 것 같은 남산에서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 온 더위와 싸워가며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힘들지만 즐겁게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남산에 가면 메리도 있고 대구도 있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는 수많은 젊음들이 있다. 살다가 지치고 힘들어지면 남산으로 가자. 그곳에 가면 그들이 있다.
(글) 김희주 jyoje@t-fac.com
(사진) 이원우 mcqueen@t-fac.com
(매거진t 블로그) 서교동 t 팩토리 바로가기 (http://blog.naver.com/magazinet)
저작권자 ⓒ 매거진t.(www.magazinet.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