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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백수, 쓸만한 연기 “저 보면서 머리 비우세요”

MBC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의 지현우 TV로 보는 만화같은 드라마… 극 초반인데도 마니아 생겨

 

무협소설 작가지만 실상은 동네 백수인 ‘강대구’를 만나는 데 이보다 좋은 장소가 있을까.

“남산으로 올라오시다 보면 케이블카 타는 곳 있잖아요. 거기 바로 옆에 ‘황제수퍼’라고 있는데 그쪽으로 오세요.”

지현우(23) 매니저의 길안내다. ‘황제수퍼’는 MBC 수목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에서 강대구(지현우)와 또 다른 동네 백수인 황메리(이하나)가 3차에 걸친 입사시험을 치러 가며 ‘황제수퍼 점원’ 자리를 두고 경합했던 곳.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누나가 좋아하는 타입의 전형을 보여줬던 ‘지 PD’에서, 이젠 백수들로부터 ‘리얼하다’는 지지를 받고 있는 지현우와 ‘황제수퍼’ 앞 길가에 있는 파라솔 아래 마주 앉았다. 만화방에서 밤새 무협지를 탐독하다 나온 듯 머리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사방으로 뻗쳤다. 면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다. 탑골공원에 가면 점심 한끼 공짜로 얻어먹는 것은 일도 아닐 듯했다.



“꾀죄죄한 인물 역할이어서 촬영 준비하기 위해서 아침에 미장원 갈 필요도 없어요. 그냥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 바로 촬영이 가능한 상태잖아요. 그래서 다른 드라마 찍을 때보다 1시간은 더 잘 수 있어서 좋아요. 게다가 의상도 체육복 3개뿐이어서 코디가 너무 좋아해요.”

‘메리대구공방전’은 TV로 보는 만화다. 컵라면, 피자 한판, 동네 구멍가게 점원 자리 등 그리 대단치는 않은 것들이 ‘메리대구공방전’에서는 두 남녀 주인공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무협소설 작가 강대구의 상상을 빌려 황당한 무협장면도 무시로 나온다. 이 때문에 ‘메리대구공방전’은 극 초반이긴 하지만 열광적인 시청자와 “이게 뭐야”라고 뜨악해 하는 시청자가 명확히 갈리고 있다.

지현우는 “시청률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극중에서 강대구가 자신의 무협소설을 출판했다가 쫄딱 망한 선배를 찾아가 “한번 싸움에 패했다고 자신의 목을 벤다면, 무림의 사내들은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입니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능청 떨던 장면과 같은 표정.

“대본을 읽다가 집에서 혼자 미친 듯이 웃으면서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만화책보다 재미있는 대본은 ‘메리대구공방전’이 처음이거든요. 일단 나를 비롯해 출연자들이 즐겁게 촬영하고, 시청자들 중에도 즐거워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만족합니다. 강대구나 황메리 같은 뻔뻔하고 당당한 백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도 있고….”

무협소설 작가인 강대구는 문어체 말투를 쓴다. 그가 하는 말투는 고수(高手)의 가르침처럼 진지하지만, 내용은 코미디다. 이런 식이다. 야한 무협소설을 쓰라는 출판사 사장의 요구에 강대구는 “낮에는 수퍼배달, 밤에는 작품세계 몰두…. 이게 내 소박한 꿈이었건만…. 메리인지 ‘쫑’인지 하는 이상한 여자 때문에…”라며 ‘3류작가’ 취급당하는 신세를 한탄한다.

“ 감정은 무거운데 대사는 웃긴 장면이 많아요. 그런 장면에서는 감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죠. 주변 사람들은 웃고 있는데 나만 심각해야 하니까. 일반 드라마처럼 대사를 하면 ‘강대구’라는 캐릭터와 ‘메리대구공방전’이라는 드라마의 색깔을 변질 시킬 수도 있어 늘 조마조마합니다.”

‘강대구’의 부탁. ‘메리대구공방전’은 “중간에 언제 어느때 봐도 이해가 되는 독특한 드라마이니 전편을 보지 않았다고 시청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힘든 일 마치고 집에 와, 또 심각한 드라마 보며 가슴 졸이는 것보다는 ‘메리대구공방전’의 한심한 두 남녀를 보며 아예 머리를 비워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각한 이 말을 끝낸 뒤 기자에게 물었다. “근데 어느 신문사죠?”

 


배우 지현우와의 인터뷰 / 염강수 기자




[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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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5 (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