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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지현우 망가진 남자들의 '수목극 대전'

 

MBC '메리대구공방전' 백수역 지현우

 

 재벌 2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뭐하나 가진 것 없는 남자들이 갑자기 TV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채 때문에 무일푼이 된 남자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500원짜리 라면에 목숨을 거는 남자. 각각 노숙자와 백수로 변신한 두 명의 배우에게서 '망가짐의 미학'에 대해 들어보자.

재벌 2세에서 사채업자로

SBS '파리의 연인'을 통해 '애기야~'를 유행시켰던 박신양은 16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사채업자 금나라 역을 맡았다. 명문대 출신으로 한때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며 잘나갔지만 아버지가 끌어다 쓴 사채 때문에 파산하게 되는 인물. 모든 것을 잃은 뒤 사채업계의 대부를 찾아가 돈 버는 법을 배운다.

사채업자 역할은 사실 배우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는 캐릭터는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한 배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박신양은 당당했다.

"이미지 나쁘죠.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크레딧'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은행도 대부업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면 좋은 드라마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리의 연인'의 캐릭터로 남성복 CF까지 따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초반부터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저분한 모습으로 분장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지" 물었다. "대학 시절 연극에서 이런 역할을 맡아봤다"면서 "오히려 행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더 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는 그는 사실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 단순히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극중에서 파산하게 된 금나라가 노숙자로 살아가면서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 모습은 대본에 없었지만 박신양이 제의해서 추가됐다고. "액션을 넣어야 한다고 제의했죠. 치고 받는 장면이 아니라 상황을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말한 거였어요." 회의 할 때는 이 장면이 너무 혐오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제작진은 편집된 화면을 보고는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상대역을 맡은 박진희도 이런 박신양의 카리스마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현장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연기가 있어요. 좀더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어도 촬영 스케줄 때문에 불가능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박신양 선배는 항상 '천천히 가자'면서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어 줘요."

연기에 있어 타협이 없는 박신양은 국내 배우로는 드물게 액팅디렉터를 두고 있다.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하고 잘못을 지적해주는 '코치'를 고용해 촬영장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것. "잠을 못 자고 촬영에 몰두하게 되면 냉정한 시선을 잃게 됩니다. 그럴 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호흡을 맞추려면 도움이 필요합니다." 골프선수들에게 개인 코치가 있는 것처럼 연기자에게도 코치가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3개월 정도 치열하게 촬영을 하고 나면 연기의 내공이 늘어나기 때문에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박신양은 이렇게 모든 준비를 갖추고 파랗게 날 선 모습으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완소남에서 '식신' 백수로

 
박신양이 카리스마 있는 성격연기로 인기를 모은 연기자라면 지현우는 깔끔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KBS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지PD 역할로 등장했던 그는 전형적인 신세대적 이미지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16일 방송을 시작한 MBC '메리대구공방전'에서는 180도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지현우가 맡은 무명의 무협소설작가 강대구는 가진 것은 없지만 식탐만은 가득한 청년. 언젠가 대박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아르바이트를 계속한다. "이전의 캐릭터는 꽃미남스럽거나 단정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부자연스럽죠. 그래서 평소에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닙니다. 지갑도 없이 친구들에게 빌붙고… 주위에서 좀 싫어하더군요."

촬영장에서도 의상 세 벌로 연기할 수 있다는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스스로 감동한 모습이 역력하다. "음식점에 갔을 때 못 알아봐서 서비스가 안 나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며 웃었다. "집에서 혼자 예전 드라마에 나왔던 감정연기를 해 보니까 안 되더라구요. 눈물 흘리는 것도 어렵고. 이제는 제대로 몰입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원작은 인터넷 소설인 '한식남녀 공방전'. 극본을 맡은 김인영 작가가 "드라마로 바꾸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만화적인 가벼움이 가득한 원작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과장이 심하다. 때문에 작품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코믹 연기가 필수.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한때 산중에서 무술을 수련했던 무도인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액션 장면이 많다. 그러나 실제 싸움 장면은 멋있는 활극이 아니라 조잡스러운 주먹질로 그려질 예정. 지현우는 "엉성하게 싸우는 장면이 더 힘들긴 하지만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남녀의 공감가는 이야기를 감정의 진실성에 맞춰 그려내고 싶다"는 게 연출을 맡은 고동선 PD의 설명. 그는 지현우가 그동안 연기력으로는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주연배우로서 모자람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김종우기자 kjongwo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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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7 (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