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스릴러로 포장된 역사 ‘단순한 플롯 섬세한 디테일’(종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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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현우 기자]

MBC 월화드라마 '이산'(극본 김이영 / 연출 이병훈 김근홍)이 16일 마지막회 77회 정종 이산(이서진 분)의 죽음을 끝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지난해 9월 먼저 스타트를 끊은 SBS '왕과나'와의 맞대결은 이병훈과 김재형이라는 두 사극 거장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김재형PD가 건강악화로 중도 하차하면서 이병훈PD가 가볍게 승리를 거뒀지만 이는 비단 단순한 승패의 차원이 아닌 이병훈표 사극의 패러다임이 2008년 현재 시청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30%를 육박하는 평균시청률과 35.4%라는 최고시청률 등 파죽지세의 고공행진은 최종회 방송을 앞두고 방송 3사의 드라마 편성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했다.

사극은 주요 등장인물 숫자만 미니시리즈의 5배에 육박하기 때문에 주로 인물간의 상호 관계적 갈등으로 내러티브를 이끌기 마련이다. 주인공 A를 중심으로 A와 B의 갈등이 C와 D에게 영향을 미치고 C와 D의 새로운 관계가 다시 A에게 영향을 미쳐 전체 극의 흐름을 뒤바꾸면서 진행되는 사극 특유의 캐릭터 중심 구성을 이병훈PD는 과감하게 버렸다.

사극은 그 특성상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보여줬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는 조건이라면 시청자가 그 흐름을 놓치더라도 전후관계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고 이같은 구성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시청자군의 경우처럼 역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지극히 미비한 경우 이 같은 구성은 한번 흐름을 놓치면 드라마 시청을 중도 하차해야 하는 위험성을 이병훈PD가 감지한 것.

‘이산’은 캐릭터의 얽히고설킨 구성을 포기하고 ‘암살’이라는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갔다. 이를 각기 다른 상대와의 두뇌싸움과 매번 새로운 암살 아이템으로 전개해 나가며 이른바 ‘쫓고 쫓기는’ 식의 구성 방향을 제시했다.

때문에 ‘이산’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이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순왕후와 이산의 대결구도를 중심으로 암살음모를 반복해 다루고 있다. 정순왕후를 비롯해 정후겸, 화완옹주, 최석주, 김귀주 등 이산에 등장하는 모든 악역의 하나같은 목적은 이산을 암살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자객, 총, 독약, 폭탄 등 다양한 방법이 총동원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뛰어난 스턴트맨들의 연기와 대규모 엑스트라 동원과 여백의 미를 살린 스케일이 큰 화면,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편집, 웅장하고 박력있는 배경 음악, 화려하면서도 기품있는 색상의 의상과 전반적인 미술 디렉팅 등 ‘이산’의 섬세한 디테일은 단순한 구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데 강력한 지지가 됐다.

하지만 이런 구성의 치명적인 약점은 매회 손에 땀을 쥐게 할지언정 9개월간 드라마가 내용상 전진하거나 도약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산’의 경우 영조의 죽음과 이산의 즉위, 홍국영의 죽음, 송연의 후궁간택까지 몇몇 굵직한 사건이 극의 흐름상 크고 작은 방점들을 찍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혀 새로운 이야기 국면이 펼쳐지지는 못했다. 영조가 죽고 정조가 등극해도 여전히 암살이 시도되며 송연이 후궁이 돼도 여전히 정조를 독살하겠다고 달려들고 있으며 홍국영의 죽음에도 또 다른 암살음모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산’의 구성 시도는 성공했다. 반복되는 이야기는 매번 다른 소재로 접근했고 여기에 화려한 볼거리를 곁들임으로써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30년 관록의 마에스트로만이 빚어낼 수 있는 구성과 연출의 승부수였다.

이현우 nobod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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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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