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이서진 분)이 조선왕조의 왕위를 계승하는데 성공한다. 이산은 영조로부터 대리청정의 권한을 위임받게 되고 가장 먼저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삐뚤어진 역사 기록들을 지워내는 작업을 실시했다.
1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이산'(극본 김이영 / 연출 이병훈)43회에서는 역사기록을 지워내는 일명 세초(洗草) 작업이 묘사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관에 의한 기록을 그 어떤 것보다 중시하는 조선왕조의 전통에서 기록을 삭제하는 세초작업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절대 권력자라 할지라도 함부로 손댈 수 없었던 영역이었던 것.
드라마 속에서 묘사된 것과는 다르게 역사적으로 사도세자에 대한 기록을 세초하는 작업은 이산이 아니라 영조가 명했다.
조선왕조실록(영조 52년, 1776년 2월 4일)에 따르면 영조는 세초를 명하며 “이번에 하교한 것은 나라를 위하고 충자(沖子)를 위한 것이나, 오히려 미진한 것이 있었다. 왜냐하면 비사(秘史)는 의논할 수 없더라도, ‘정원일기(政院日記)’로 말하면 천인(賤人)들도 다 보고 사람들의 이목(耳目)을 더럽히는 것이다. 사도(思悼)가 어두운 가운데에서 알면 반드시 눈물을 머금을 것이니, 어찌 후세에 유족(裕足)을 끼치는 뜻이겠는가? 비사가 이미 있으니 일기가 있고 없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중략) 승지(承旨) 한 사람이 실록(實錄)의 예(例)에 따라 주서(注書) 한 사람과 함께 창의문(彰義門) 밖 차일암(遮日巖)에 가서 세초(洗草)하라”고 기록돼 있다.
또 “다시 그 글을 들추는 자는 무신년의 흉도(凶徒)의 남은 무리로 엄히 징계할 것이다. 다들 반드시 이 말에 따르고 국법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역사적으로는 영조가 이산(정조)에게 직접 세초를 집전하라고 명하고 있으며 드라마 속에서 세초작업이 진행된 장소로 묘사된 계곡은 수은묘(垂恩墓)라는 이름의 연못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영조는 말년 자신이 아들 장헌세자(후에 사도세자로 칭함)를 죽인 것에 대해 후회했다는 기록이 여럿 남아있다. 영조는 사도세자의 죽음이 영조의 노론과 사도세자의 소론으로 분열된 붕당정치 희생양이었다는 점을 시인했던 것.
월화드라마 ‘이산’은 극의 구성상 주인공 이산이 세초를 명하고 그 자리에 영조가 참석하는 모습으로 역사를 재구성했다. 하지만 분명 기억돼야 할 부분은 역사적으로 세초작업은 영조가 스스로 붕당정치의 한계와 모순에 대한 자각과 반성의 결과라는 점이다.
이현우 nobod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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