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세도정치가 홍국영과 김귀주가 마침내 맞붙었다.
3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이산’(극본 김이영 / 연출 이병훈) 23회에서 대리청정 권한을 박탈당한 이산(이서진 분)을 무너뜨리고 수렴청정(垂簾聽政-어린 왕을 대신해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대신 정사를 돌봄)을 이루기 위해 정순왕후(김여진 분)가 택한 카드는 그녀의 오라버니 김귀주(정명환 분)를 궐에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김귀주는 사도제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고 드라마 ‘이산’ 속에서는 지극히 괴팍한 성격의 악인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산의 최 측근이자 두뇌회전이 빠른 홍국영(한상진 분)과 김귀주의 첫 번째 만남은 홍국영이 사직서를 내고 궁을 떠나던 날로 묘사된다. “권세에 빌붙어 지내는 자를 가장 싫어한다”며 지금까지 홍국영을 쭉 지켜봐왔다고 말하는 김귀주에게 홍국영은 “거울을 보라”며 “김귀주 자신이 정순왕후의 권세에 빌붙어 사는 자로 가장 유명하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이에 격분한 김귀주는 그 자리에서 홍국영을 흠씬 두들겨 패기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정순왕후, 화완옹주(성현아 분), 정후겸(조연우 분) 등 ‘이산’ 속에서 그려졌던 악인들이 말쑥한 외모에 이산과 지략싸움을 펼치며 당쟁을 벌이는 정치가의 모습이었다면 거친 외모를 가진 김귀주는 머리보다는 주먹이 먼저 앞서고 외모부터가 악인의 풍모를 풍기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김귀주는 실제로 영조(이순재 분) 말년 복잡한 대립 양상을 보인 외척당의 핵심적인 인물 중 한사람이었다. 특히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몬 단초가 됐던 평안도 여행에 관해 영조에게 밀봉서를 직접 올려 무고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음서(부조의 음덕에 의지하여 그 자손을 관리로 서용하는 제도)로 관직에 진출해 좌승지에 오른 김귀주는 정통 관료로는 성장하지 못했지만 후일 외척당인 남당을 만들어 당시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북당 홍봉한(정조의 외할아버지)과 대척 관계를 이뤘다.
김귀주의 등장은 이산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김귀주가 궁에 또 한번 당쟁을 불러와(드라마 속에서는 화완옹주-정후겸과의 대립으로 묘사된다) 홍국영이 없는 이산은 그 틈을 이용해 왕좌에 오르기 때문이다.
김귀주와 홍국영의 악연은 여기서 부터 다시 이어진다. 이산이 왕좌에 오른 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외척세력의 척결. 정조(이산)는 홍국영을 이용해 정후겸을 비롯한 화완왕주 일파, 홍인한, 숙의 문씨, 문씨의 동생 문성국 등을 죄다 일사천리로 귀양 보내기 시작한다. 이때 김귀주는 홍국영과 손을 잡고 이 작업에 동참한다. 하지만 홍국영은 결국 김귀주 까지 유배를 보내 그들의 질긴 악연은 끝이 나고 만다.
'이산' 23회를 통해 전형적인 악역을 맡아 이산과 홍국영의 새로운 연적으로 등장한 김귀주는 이산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보다 과격한 방식으로 도모한다. 나례희에서 폭죽놀이를 이용해 정조를 "한줌의 재"로 만들겠다는 것. 앞으로 김귀주가 펼칠 새로운 음모와 위협이 드라마 '이산'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주목된다.
이현우 nobod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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