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탁진현기자]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비정한 아버지로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백성을 사랑하고 국가를 번성시킨 똑똑한
왕이기도 했다. 이렇듯 MBC-TV 월화사극 '이산'에서 그려지는 영조는 비정함과 너그러움을 동시에 지녔다. 그것이 바로 왕이고 정치인 것이다.
영조 역의 이순재가 '이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순재는 최근 여의도 MBC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스포츠서울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드라마와 영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이산은 정치와 왕과 백성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사실 왕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극들은 대부분 건국초기 영웅담 중심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산'은 다르다.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순재는 "이산은 초보적인 삼각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조선시대 정치철학, 정파간의 갈등, 통치자의 고뇌가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순재는 이런 '이산'만의 차별성을 영조를 통해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왕이 통치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는 것. 아들 세도세자를
죽일 정도로 정치적으로 냉정하지만, 괴질에 걸린 백성을 직접 돌보다 쓰러질 정도로 너그러운 모습도 보여줬다. 특히 손자 정조가 좋은 왕이 될 수
있도록 신뢰하고 이끌어주는 모습은 매회 감동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이순재가 생각하는 영조는 어떤 왕일까. 이순재는 영조를 개인적인 아픔을 가졌지만, 통치자로서는 절대권력을 행사한 왕으로 평가했다.
"재상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식견의 깊이가 대단히 높았다. 특히 백성들의 삶을 직접 목격하고 이해했다"며 "국민을 결집하는 영조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조가 유명한 것은 군주로서의 능력도 있지만 아들 사도세자를 죽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순재는 드라마 속 사도세자에 대한 색다른
해석도 들려줬다. 그는 "세자를 감옥에 가둘 수도 없고, 당장 죽일 수도 없었기 때문에 뒤주에 가둔 것 같다. 접근을 금지시키고 내통하는 세력을
지켜보기 위한 수단으로 가둬놓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순재의 열연때문인지 시청자들은 '이산'과 영조에게 푹 빠져있다. 이순재는 "시청률은 감동이 전제돼야 따라온다. 이병훈PD는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연출자에게 공을 돌리며 깊은 신뢰를 표현했다. 이날 만난 이순재는 여느 할아버지처럼 다정했지만, 진지한 인터뷰
중에는 범접할 수 없는 철학의 깊이가 느껴졌다.
<사진 | 강명호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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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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