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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 재미없어 고민 드라마와 사실 연결이 관건"
TV 드라마 가운데 사극은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 한번 시청을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같은 시간대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가지
않는 것. 그러나 '상도', '허준', '대장금' 등 연출하는 사극마다 대박을 터뜨린 이병훈 PD는 이런 상식을 뒤엎고 있다. 그가 연출한
MBC 드라마 '이산'은 먼저 시작해 인기를 얻고 있던 SBS의 '왕과 나'와의 경쟁에서 시청률 역전에 성공했다. 또 한번 사극 대박을 터뜨린
그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이병훈 PD는 "시청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잠시 올라갔다고 해서 고정적인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말
재방송과 케이블TV 방송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시청률 경쟁에서 몇% 차이는 무의미하다는 설명.
시청률 역전 직후 취재진을 경기도 용인의 촬영 현장으로 불러 간담회까지 마련한 PD의 말로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지만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왕과 나'는 분명한 강점이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복잡하지 않고 구도도 분명하죠. 하지만 '이산'은 복잡합니다. 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어려운 단어도 많이 나오구요. TV 드라마는 쉬워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분명히 뒤지는 점이 있습니다."
정조의 세계는 더없이 복잡하다는 게 이 PD의 설명이었다. "문제가 많이 생기고 시행착오도 겪습니다.
이런 모습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줘야 한다는 게 당면 과제입니다." 도화서가 드라마의 주요 무대가 되기 때문에 김홍도나 신윤복 등
당대의 유명 화가들까지 등장시켜야 하지만 재미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 "훌륭한 분들은 대게 재미가 별로 없어서 고민"이라는 이 PD는 "드라마에
사실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조의 원행(왕이 궁궐 밖으로 길을 떠나는 것)을 어떻게 그릴지도 고민 거리. "당시 6천5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됐던 행사라 스케일이
문제가 됩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 안할 수도 없고… 사실 시청률과 직결되는 장면은 아니지만 연출가로서의 욕심 때문에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시청자들의 관심거리인 멜로는 오히려 만들기가 쉽다고. "정조가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알려져서 고민했는데 의빈 성씨(한지민)를 발견한
뒤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성씨가 천민 출신이었기 때문에 과거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드라마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거죠."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 방식이 특징인 이 PD는 중요한 내용을 촬영하기 전에는 반드시 '역사 수업'을 한다. 다뤄지는 내용을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당시 정치, 경제상황을 꼼꼼하게 풀어주는 '강의'를 하는 것.
영조 역할을 맡은 배우 이순재는 "짧은 대사 하나도 절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서 젊은 연기자들에게는 좋은 가르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PD는 최근 작가들과 만나 드라마의 방향을 수정했다고 한다. 복잡한 정치문제를 그대로 그렸다가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한 것. 딱딱한 내용일수록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주요 사건마다 여배우들을 등장시키기로 했다.
정조의 정책을 화완옹주(성현아)가 비판하는 방식으로 드라마가 전개될 예정. 혜빈 홍씨(견미리), 정순왕후(김여진) 등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우기자 kjongwoo@busanilbo.com
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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