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국영이 현대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꽤나 인기 있는 남자였을 것이다.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발톱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리는 그의 삶의 모토는 요즘 특히 인기 있는 ‘무심한 듯 쉬크하게’다. “이 나라에서 제일 속임수에 능한 게 누군가? 바로 나같은
도포짜리들이네”라며 자신에게도 가차없는 그의 조롱과 냉소는 일개 백성부터 세손까지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또한 “저같은 신하가 이런 일을
할 때 다른 까닭이 있겠습니까? 저하의 마음을 얻어 눈에 들어보자는 것이지요”라며 아부는 아부대로 솔직하고 일단 눈에 들고 난 뒤에는 “소신에게
돈을 좀 주십시오. 500냥이면 됩니다”라며 ‘삥’도 솔직히 뜯어낸다. 그의 대범함은 적과 아군도 가리지 않는다. “자고로 친구를 가까이 하되
적은 더 가까이 하란 말이 있지요” 라는 선전포고는 기가 질릴 정도다. 물론 이런 홍국영이 21세기에는 비굴한 의국장 박건하로 환생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지만, 사실 어떤 조직에서든 중간관리자의 애환과 처세술은 다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다. 단지 홍국영은 박건하에 비해 ‘강자에겐 약하게, 약자에겐 강하게’라는 원칙을 예측하기 어렵게 변주할 뿐이다.
골라 봅시다!
Q. 다음 중 세손과의 회식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발언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홍국영 : 저는 세손 저하와 같은 걸로 하겠습니다.
2) 박대수 : 여기요! 칼삼겹 2인분하고 갈빗살 3인분, 백세주 하나랑..청하, 아니 참이슬..이 아닌데...저하, 다시 한 번 명을
내려주십쇼.
3) 정후겸 : 그 젓가락이 내 쪽 불판을 넘보는 일은 없길 바라겠네. 그리 된다면 나도 고기만 뒤집고 있진 않을 것이니.
4) 영 조 : 백성들이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장차 임금이 될 자가 희희낙락하며 생등심을 즐기고 있느냐?
5) 채제공 : 송구하옵니다. 소신은 그저 살살 구워주시기만 바랄 뿐입니다.
수능 특집, 따라해 봅시다!
* 내일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가? 너희 같은 학생들이 겨우 그만한 노력으로 갑자기 대박날 수 있는 줄 아는가? 수능에 대박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 성문영어, 개념원리, 이비에스, 블랙박스같은 전술서를 모두 통달하고 4당5락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피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그거
다 개소리네. 중요한 건 무엇인가? 수험표 빼먹지 않는 것, 시험 시간에 잠 안자는 것, 답안지 밀려 쓰지 않는 것이네. 1년 동안 밥 먹고
해온 일이 뭔가? 바로 수능날 정신 차리는 예행연습이었네.
* 규격 외 필기구 사용으로 시험관에게 걸렸을 때
갓 쓰고 밭을 갈아도 제 멋에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OMR 카드 리더기가 색맹이라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않습니까.
* 부정행위를 하다가 붙잡혔을 때
그쪽 머리론 미친 소리로 들리는 게 당연하겠지요. 저는 정말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자의 눈과 마음을 잠시 가져보았을 뿐입니다.
만약 다른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려 한다면 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 제 휴대폰은 플립이 아니고 폴더라 잘 모르겠습니다.
* 수능 성적표를 보시고 분노하신 부모님께
쌍심지 끄시지요. 안 되는 걸 어쩌란 말씀입니까? 홍성대도 못 푸는 유제가 있고 송성문도 못 하는 영작이 있습니다.
* 입학 관계자에게 부정 입학을 부탁하며
치의예과에 한 자리 주십시오. 예, 놀라실 만큼 적은 돈입니다. 허나 교수님께선 만금보다 중한 신의를 얻게 되실 것입니다. 정 어려우시다면
돌아가는 길에 신문사에 들르도록 하지요.
(주 : 실제상황에서 따라했을 경우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