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드라마를 시청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바로 '의상'이다. 드라마 속 패션은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하나의 트렌드이자 인물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한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근홍)은 후자에 가까운 경우다. 시청자들을
강하게 흡인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극중 인물의 성격까지 대변하는 게 바로 '의상'이다.
'이산'에 등장하는 여인들만 봐도 이는 쉽게 확인된다. 훗날 정조(이서진 분)의 후궁이 되는 의빈 성씨 성송연(한지민 분)은 주로 푸른
계열의 색채를 중심으로 의상이 제작된다. 이는 송연의 곧고 당찬 면을 표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가 곁들여진 것이다.
이와 함께 송연의 주요 활동 무대가 도화서인 만큼 도화서 의상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전체적으로는 차분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과 푸른 계열의 칼라를 사용했으며, 특히 다모복의 경우 저고리를 짧게, 몸판은 아동복에 많이 하는 면분할로 해 젊고
발랄해보이며 신체적인 비율을 길어 보이게끔 디자인했다.
정조의 정비 효의왕후(박은혜 분)는 착하고 조용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다. 의상팀은 배색을 최대한 피해 효의왕후의 부드럽고 차분한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산의 즉위를 반대하는 적대 세력의 의상은 이보다 훨씬 강한 느낌이다.
15살 어린 나이에 66살의 영조 임금(이순재 분)과 혼인, 계비가 된 정순왕후(김여진 분)는 나이에 맞지 않게 노회한 성격에 능수능란하고
야심이 큰 인물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강하지만 어둡고 힘이 있는 색채를 사용했고 깃, 치마의 금박부분에 다른칼라를 배색, 보색대비를 통한
강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또한 비비드한 블루와 바이올렛 계열의 강한 색채를 사용해 적대 세력으로서의 성격을 표현했다는 게 의상팀의 설명이다.
영조의 딸인 화완옹주(성현아 분)는 정조의 적대 세력 중 하나로 전형적인 요부형이다. 특히 화려한 의상이 미모를 빛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의상팀은 블랙을 주요 색채로 한 뒤 배합 자체를 강하고 눈에 띄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산'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MBC 미술센터의 이혜란씨는 16일 "의상의 형태만을 놓고 보자면 실루엣에서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크게 차별화를 둘 수 없기 때문에 색채 배합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다"며 "사실상 시청자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지는 부분이 색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이병훈 PD가 굉장히 신경을 쓰고 계시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혜란씨는 '이산'의 의상 디자인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원단을 정하는 것도 힘들지만 색채를 선정해 염색하기까지의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의상의 카메라 테스트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데 다모의 앞치마를 제작하면서 적합한 배색과 원단을 찾기 위해 열 몇 벌의 샘플
의상을 제작해야 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공개될 의상들도 즐비하다. 산이 즉위하고 송연이 의빈성씨가 된 이후 한층 화려한 의상이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오늘도 땀방울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의상팀이야말로 단연 '이산'의 숨은 공신인 셈이다..
[등장 인물들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이산' 속 의상들. 사진제공 = MBC]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200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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