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 '이산'(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이 극 초반부터 휴머니즘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현재까지 단 3회분 만이 전파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이병훈 PD의 인간적인 따스함은 작품 곳곳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평소 휴머니즘 짙은
색채로 시청자들을 흡인하기로 유명한 이병훈 PD의 연출 미학이 벌써부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극 전개 상 휴머니즘이 가미될 만한 부분은 끝끝내 아버지 영조(이순재 분)의 오해를 풀지 못하고 뒤주에 갇혀 쓸쓸히 죽게 되는
사도세자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통한의 눈물을 쏟는 어린 산(박지빈 분, 後 이서진)의 애끓는 부자지간의 정(情) 정도가 다였을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뭉클한 대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산'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 싼 궁중의 내부 암투를 그려내는 한편으로 한밤중 창덕궁 시민당에서 만나는 어린 산과 송연(이한나 분, 後
한지민), 대수(권오민 분, 後 이종수) 등 3명 아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에 초점을 뒀다. 이들이 커서 한 사람은 임금이 되고, 한 사람은 임금의
여인이 돼 그의 첫번째 세자를 낳고, 또 한사람은 평생도록 임금을 호위하는 무사가 되는 이야기를 엮어가게 된다.
특히 이들의 얽히고설킨 운명에 필연성을 더할 만한 장면으로 평생 우정을 약속하며 손가락을 내거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는 어린 산의
군주이지만 인간적인 면모와 적대와 암투가 난무하는 궁중 내 절대 변치 않을 우정과 인연의 끈을 암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어린 산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송연과 대수, 그리고 또 한 번 의기투합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무언가 가슴 찡한 온기를 느끼게 된다.
이병훈 PD 또한 "이번이 20년 만에 다루는 왕의 이야기이지만 '조선왕조 500년'에서 다뤘던 편년체 스타일의 정치적 상황 추적이나
권력을 가진 왕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이번에는 그리고 싶지 않았다"며 "왕조시대의 가치관을 떠나 보다 현대적이고 보다 인간적이며 보다 전문적인
식견과 지식을 가진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그런 군주를 찾아 휴먼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장금', '허준', '상도'에서 빛났던 이병훈 PD 특유의 휴머니즘이 가미된 새로운 연출 미학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극 초반부터 휴머니즘이 가미된 전개로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한 '이산'. 사진 = 방송캡처]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200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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