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의 이병훈 PD, ‘다모’의 이서진, ‘경성스캔들’의 한지민이 만났다. 17일 첫 전파를 탄 MBC 창사 46주년 기념드라마 ‘이산’(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은 이 세 사람의 이름만으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게다가 사극대가 이병훈 PD와 김재형 PD, 두 맞수의 묘한 인연이 세간에 회자되며 방송 전부터 관계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고정 시청자층이 두텁고 한번 채널을 고정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사극의 속성 상 먼저 전파를 탄 김재형 PD 연출작 ‘왕과 나’가 조금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감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총 6회가 방송된 ‘왕과 나’는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야사로만 전해졌던 ‘내시’들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파고든 이 작품은 특히 극 초반 내시부의 수장 조치겸 역을 맡은 전광렬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며 채널 고정 효과를 발휘했다. 이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전광렬 연기가 반이다”, “전광렬의 카리스마가 극의 절반이다”라는 극찬이 매 회마다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맞서는 ‘이산’의 대책은 ‘야동순재’를 벗어던진 국민 할아버지 이순재다. MBC 드라마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전광렬에 맞서는 비장의 카드”라고 극찬한 이순재는 강력한 통치권으로 조정을 뒤흔들면서도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아버지의 연민과 외로움을 동시에 연기해 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1회 방송에서 이순재의 카리스마는 절정에 달했다. 이 날 방송분에서 이순재의 출연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그는 몇 마디 안되는 대사로 상황을 제압하며 시대를 호령한 영조의 모습 그대로 분했다.
이병훈 PD가 ‘이산’ 캐스팅 작업 시 가장 먼저 캐스팅을 행했다는 이순재는 묘하게도 이병훈 PD의 전작 ‘허준’에서 전광렬과 스승과 제자로 이미 한 차례 연기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순재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경쟁작 ‘왕과 나’를 이끄는 후배 전광렬의 연기를 칭찬하면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산’의 닻을 올리는 이순재와 ‘왕과 나’의 안정된 항해를 이끄는 전광렬, 두 선후배 연기자의 선의의 경쟁이 기대된다.
조은별 mulgae@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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