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안방극장을 고색창연하게 물들이고 있는
‘사극 빅3’가 삼각멜로의 칼날로도 비교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김종학PD의 ‘태왕사신기’, 김재형PD의 ‘왕과 나’, 이병훈PD의 ‘이산’ 등 17일을 기해 모두 뚜껑을 연 세 대하사극은 광개토대왕,
내시, 정조대왕 등 각기 다른 ‘대의명분’의 주역들을 내세워 시청자들을 ‘역사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드라마의 필수
레퍼토리인 삼각멜로도 중요한 축으로 장전해 이목을 붙잡고 있다.
‘왕과 나’는 아예 ‘모든 것은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사랑을 위해 남성을 버린 내시의 헌신을 조명하겠다는 뜻을
못박았고, ‘이산’ 역시 ‘역사 보다 거대했던 한 남자의 꿈, 그리고 사랑’이라는 문구로 ‘왕의 사랑’을 그릴 것임을 예고했다.
‘태왕사신기’도 1회에서 광개토대왕의 전생에 해당하는 환웅신화를 전개하면서 사랑, 질투 등에서 빚어진 대립과 비극을 소개해 멜로의 감성을
전제에 깐 바 있다.
세 사극 모두 극적인 사랑의 황금구도로 정형화된 ‘삼각관계’를 배치했다는 점도 특기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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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주인공인 이서진, 한지민,
이종수(왼쪽부터). |
‘왕과 나’의 김처선(오만석)-폐비 윤씨(구혜선)-성종(고주원), ‘태왕사신기’의 기하(문소리)-담덕(배용준)-수지니(이지아), ‘이산’의
이산(이서진)-송연(한지민)-박대수(이종수) 등이 사랑의 ‘가슴앓이’ 대결을 벌일 삼각편대들이다.
대하사극의 삼각멜로가 신기한 현상은 아니지만 일제히 핑크빛 삼각구도를 조명하고 있는 것은 사극에서 역사적인 고증, 권력암투 등 전통적인
재료 외에 픽션의 ‘플러스 알파’가 갈수록 위세를 올리고 있는 데서 빚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또 그 안에 ‘왕’을 밀어넣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절대적인 권력의 상징인 왕의 사랑을 통해 현대극의 트렌디멜로와 다른 고뇌와 애닯음의
정서를 사극 특유의 깊은 맛으로 끌어내며 휴머니즘의 리더십과 충성이라는 시대적인 가치까지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상상력이 뒷받침돼야 할 대하사극의 삼각멜로가 과연 말랑말랑한 극적재미만 추구하는, 반갑지 않은 사극의 경성화로 이어질 지, 사극의 지평과
관심층을 확대하는 매혹의 미끼로 작용할 지 ‘사극천하’를 감상하는 한 물음표로 관심을 사게 됐다.
스포츠월드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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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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